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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Aug 19. 2024

알탕

네가 나와 비슷한 처지라 좋다.

여름마다 찾아오는 장염이 올 해도 찾아왔다. 위염이라는 친구도 데려왔다. 장염 외에는 속병이 없는 사람인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속까지 니글거리는데, 11시가 되니 밥 달라고 속은 아우성.

고니없는 알탕. 두부가 하나 들어있다.
젓가락이 2미터는 되어보인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 알탕을 골랐다. 뚝배기에서 부글거리는 알을 한 입 씹고, 너무 뜨거워 물을 마셨다. 만만치 않은 녀석이다. 고니 없는 알탕이 묘하게 허전했으나, 점심메뉴엔 고니알탕이 없다.(저녁만 있다.)


니글거리는 속을 알탕으로 풀었다. 초극강 맵찔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알탕. 좋다. 쌀밥에 국물 한 입, 알 한 입. 쌀밥에 찬으로 나온 간장 무조림 한 입, 계란말이 한 입. 너무 더워 땀이 났으나 입과 속은 즐겁다.


엄마와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 번도 엄마와 해외여행을 가 본 적이 없다. 사실 나는 해외여행 자체를 즐기는 편이 아니기도 해서, 엄마와의 여행을 어떻게 짜야할지 모르겠다 털어놨다. 점심을 함께한 동료도 비슷한 처지라 묘하게 마음이 놓였다.


사람은 비슷한 처지의 사람에게 속마음을 드러낸다는 걸 새삼 또다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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