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녁을 금요일에 맞추고 살자.
오늘도 사실 ‘나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집에서 릭 루빈의 『창조적 행위』를 챙겨 출근했는데 회사만 오면 왜 이리 책 읽기가 싫은지… 점심까지 독서를 해야 하나 싶어 부랴부랴 약속을 잡았다.
무심하게 사진을 찍는데 동료가 물었다. “고로케는 거의 매일 똑같은 음식을 먹는데 왜 사진을 자꾸 찍어?” 생각해 보니 그랬다. 대부분 먹는 유부우동… 글을 써야 하기 때문이라 대충 설명했다.
12시에 도착했는데 음식이 25분 뒤에 나왔다. 분노가 치밀었지만, 모든 분노는 우동 한 입에 녹아 사라졌다. 진부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진짜 그랬다. 세 명이 와야 먹을 수 있는 계란김밥. 눅진한 마요네즈에 가득 찬 계란 고명, 그리고 계란 커튼 사이 은밀하게 숨어있는 바삭한 튀김가루가 절묘한 식감을 자아낸다. 한 입에 먹기에 다소 커 보이지만 가로본능으로 잘 넣다 보면 깔끔하게 ‘한입만‘ 가능.
회사에 나오기 싫어 몸부림치는 우리들. 언제까지 이 노동을 해야 하는지? 집에 가고 싶다 아우성치는 모두에게 한 마디 건넸다. ‘과녁을 이번주 금요일에 맞추고 살자. 단축근무에 추석 연휴니까. 그렇게 가까운 행복만 보고 일단 버텨보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