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늙는 거야.
오늘은 재택근무 날이다. 의도치 않게 아빠도 같이 쉬면서 점심은 뭘 먹어야 하나 고민하던 중, 병원에 갔던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중국집 갈까.” 편두통이 있길래 온갖 짜증을 내며 안 간다고 하고 끊자마자 다시 전화했다. ”중국집서 만나. 먼저 가면 내 것도 시켜줘. 나는 간짜장.“
어쩌다 보니 귀가하는 아빠를 만나 같이 식당에 들어갔다. 작렬하는 태양… 얼마나 더운지. 냉짬뽕 먹을까 하다가 목표했던 짜장면과 탕수육을 시켰다.
먼저 나온 탕수육. 시큼한 소스가 묻은 고기를 입에 넣자마자 쿨럭 기침이 나온다. 소스에 절여지지 않은 고기는 바삭하고, 소스에 절여진 부위는 쫀득하다. 그래, 이게 탕수육이지. 곧이어 나온 짜장면. 소스가 탔는지 탄 맛과 향이 났지만 일단 먹는다. 예전보다 덜 달아서인지 맛있게 느껴졌다.
짜장이 느끼해질 때쯤 고춧가루를 붓는다. ‘오, 매콤해.’ 맵찔이에겐 적당한 맵기. 뒷맛이 살짝 매운 게 딱 알맞다. 아빠는 연신 나 때문에 점심 외식을 한다며 본인이 쏘는 음식임을 어필한다.
아빠는 요즘 부쩍 나이 듦에 슬퍼한다. 병원에서 뭐라 했는지 물으니, 나이가 들어 아픈 거랬다며 몇 곱절을 슬퍼했다. 가끔 나에게 뜬금없는 셀카를 보내며, 많이 늙었다 한탄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누구나 늙는 거야.’라고 말하지만 아빠가 노화하는 신체를 볼 때마다 서글퍼하는 거 같아 마음이 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