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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가의 꽃 Oct 29. 2022

기분 좋은 루틴이 있는 삶

나이가 들어가고 시간이 속절없이 흐른다고 느껴질 때면 늘 아쉬운 마음뿐이지만 그래도 그중 하나 괜찮은 것이 있다면  자신의 취향이 확고해지고 일상 속 나만의 루틴(routine)이 확립되어간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난 후 정립된 개인의 취향은 본인의 정체성을 대변하고 그 취향이 반영되어 만들어진 자신만의 루틴은 평범한 하루를 의미 있고 생기 있게 만들어준다.


루틴이라는 단어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일상 속 지루한 행위라고도 해석될 수 있겠지만 나에게 루틴이 가지는 의미는 하루 중 내가 기분 좋아질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을 습관적으로 행하는 일종의 나만의 의식 같은 것이다. 무의미하고 기계적으로 흘러갈 수 있는 일상에 나만의 의미 있는 루틴이 있다면 하루가 특별해지고 내일이 기다려질 수 있다.  



나는 매일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15분남짓의 명상이 끝난 후 집안 전체를 환기시키며 본격적으로 집안 곳곳의 화병의 물을 갈고 꽃줄기를 다듬고 나무와 식물들의 상태를 들여다본다.

매주 토요일은 수업도 판매도 아닌, 오직 나를 위한 꽃을 위하여  꽃시장을 간다. 그리고 계절이 바뀔 때쯤에는 집에 들일 새로운 식물을 찾으러 농장을 방문한다. 집 어딘가에 허전한 공간이 눈에 띈다면 그곳에 꽃 한 송이라도 올려두어 그 공간을 채워주고 식물의 위치도 이리저리 옮겨 가면서 매일 보는 풍경을 조금씩 다르게 만들어 본다.

그리고 날씨가 따뜻해지고 선선해지는 계절이 오면, 어둑어둑해지는 시간 즈음  홀로 동네 공원으로 나가 열심히 달리기를 한다.  5km 정도 달리고 나서야 (종종 걷다 뛰다를 반복하지만)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유튜브를 보며 스트레칭을 한 후 잠자리에 든다.



이러한 루틴들이 내 일상에 자리 잡게 되면서 나의 하루는 조금 더 활력 있어지고 단단해졌다. 물론 매일이 완벽하지는 않다. 아직은 괜찮은 날보다 안 괜찮은 날이 조금 더 많다. 하지만 비록 오늘이 엉망진창인 날이었을 지라도  내일은 다시 나의 루틴대로 하루를 시작하면 된다라는 어떠한 믿음이 나를 단단히 받쳐주게 되었다.


나열하다 보니 조금은 거창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실상 들여다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이다.


일주일에 한 번, 그동안 들어가고 싶었지만 막상 용기가 나지 않던 꽃집에 들러 꽃 한 송이를 구입해보는 것으로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혹은 주말마다 근교 화원에 들러 작은 식물을 하나씩 데리고 오는 것은 어떨까?

꽃 한 송이, 식물 하나가 나의 마음과  일상을 환기시켜주고 정돈시켜줄 수도 있을 것이다.


기분 좋은 작은 습관이 루틴이 되고 이러한 나만의 루틴으로 하루를 채워나가는 과정이야말로 나를 진정으로 나다워질 수 있도록 해주는 동시에 현재, 지금 이 순간을 살 수 있는 진리가 아닐까.


난 오늘도 오랜 시간 내 손길을 거쳐 이제는 낡아버린 원목 가구들과  각각의 히스토리가 있는 커피잔들 그리고 아로마향과 이 공간의 체취가 섞여, 특유의 향이 어우러져 완성된 내 취향의 공간에서 명상을 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내 눈길이 닿는 모든 곳마다 나를 위한 꽃과 식물을 올려두고 들여다보며  흐트러진 마음에 위로를 건네며 오늘도 그렇게 하루를 채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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