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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람 Apr 04. 2023

. 나의 에너지



겨우내 움츠려 있던 몸을 이끌고, 제주 곳곳에서 얼굴을 빼꼼 내미는 봄과 인사를 나눈다.

매해 같은 자리에 피는 꽃인데 매번 새롭게 다가오는 봄꽃이 유난히 반갑다.

작년보다 올해 더 풍성해진 벚꽃나무길을 지날 때면 설렘과 기쁨으로 가득 차는데 참 짧은 이 벚꽃만개시즌이면 난 꼭 이유 모를 피곤함과 우울감에 젖는다.

소위 ‘봄 타는 아줌마’가 되어버린 나. 그래서 괜히 처지는 몸을 자꾸만 밖으로 밖으로 이끌었다.

마치 난 아무렇지 않다는 듯.


내 몸 안의 에너지가 바닥을 보일 때면, 대학시절 상담 관련 담당교수님이 “너는 사람을 만나야 에너지를 얻는 기질이니까, 아무리 몸이 힘들고 괴로워도 꼭 사람을 만나며 에너지를 충전하도록 해”라는 말씀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몸이 부서질 듯 힘들고 괴로워도 누군가를 만나서 에너지를 얻는 기질이라니.

생각만 해도 피곤하고 질리는 기질 아닌가?

힘들고 지치면 쉬어야지, 동굴에 들어가 숨어 지내도 모자랄 판에 바닥난 에너지를 끌어모아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니. 질린다 질려…

그래도 꼭 굳이 누굴 만나야 한다면 나는 누굴 만나야 할까?


지난겨울,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가까운 지인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육지로 이주했다.

가까이 지내는 친구들도 다들 아르바이트다 집안일이다 바빠졌다.

모두들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는데 나만 여전히 제자리에 맴도는 느낌.

도저히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 지역 내 참여프로그램을 기웃거리며 여기저기 신청해 뒀더니, 기대하지 않았던 프로그램들이 갑자기 모두 당첨되어 어느새 주 4회 일정이 빽빽하게 채워졌다.


어라? 이게 아닌데? 나는 그냥 하루이틀 밖에 나갈 구실이 필요했던 건데?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주 풀로 차버린 스케줄이라니… 금요일 하루는 쉴 수 있으려나? 했는데  새롭게 시작한 종이책 출간 프로젝트도 등록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슨 자신감으로 이리도 많은 스케줄을 짜놓은 거야?

빽빽하게 채워진 스케줄을 보니 머리가 어질 했다.

아 정말 좀 많이 오버한 것 같은데, 포기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해 결국 ‘못해도 고!’라는 마음으로 등록을 마쳤다.

백수가 과로사한다던데, 이게 딱 내 얘기 같고… 이러다 진짜 죽는 건 아닐까 싶어 스케줄 틈틈이 쉴 포인트를 찾아 붉은색으로 휴식시간 체크를 해둔다. 그럼 죽진 않겠지? 하하하.


새해 다짐과 함께 열정 넘쳤던 나의 에너지는 3개월 만에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는데, 남은 에너지 끌어모아 새로운 에너지 충전을 위해 투자했다고?

남은 2023년 괜찮겠지? 마치 연말에 새해 다짐 체크리스트를 지워내려 불태우는 것처럼 상반기에 에너지를 쏟아붓는 나를 보며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나도 참 어쩔 수 없는 대문자 P.

그래도 나… 잘할 수 있겠지? 잘할 거야. 잘하고 있어.


나 스스로를 조용히 다독이며 내일 스케줄을 체크해 본다.

괜찮아, 할 수 있어. 하다 보면 또 잘할 거야. 나니까!!!


상반기를 마무리할 즈음엔 지금보다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내가 되어 지금의 나를 돌아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나의 에너지는 내가 만든다!!! 나의 에너지는 내가 충전한다!! 아자아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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