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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보람 Oct 03. 2023

아침마다 떠나는 여행

매일 쌓는 추억

최근 이사를 했다. 

새로 개발한 단지에 입주를 하게 되어, 도보 10분 반경에는 공사 중인 다른 아파트 단지와 버스정류장, 시청 말고는 시설이 아예 없다. 편의점도 조금 떨어진 아파트 단지까지 걸어가야만 했다. 새 집으로 이사를 해서 너무 좋았는데, 편의 시설이 없는 것은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어디를 가더라도 15분 이상은 걸렸다.  

추석 연휴에는 남편도 쉬니 셋이 시간을 많이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산책을 가는 게 루틴이 되었다.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기도 하고 시간이 너무 안 가기 때문이다. 첫날에는 옆 단지 편의점에 다녀오기로 했다. 가면서 우리 집 근처에 주택 단지 및 상업 시설이 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카페 거리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둥, 어떤 모습으로 지어졌으면 좋겠다는 둥, 우리 둘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다음날에는 근처에 있는 시청을 다녀왔다. 산책을 하면서 시청 안에 은행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좋은 정보였다. 가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것이다. 다른 날에는 건너편 동네를 다녀왔다. 걷다 보니 예전에 내가 산본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 살았던 추억의 동네를 발견했다. 나는 7살에 산본으로 이사를 와서 학교에 다니지 않았지만, 언니는 1년 정도 그 동네에서 학교를 다녔던 기억이 있다. 그 학교를 보면서 그 당시 오전 반, 오후 반이 있었다는 사실을 남편에게 말해주며 깔깔깔 웃었다. 남편과 아이와 함께 예전에 살았던 동네를 이리저리 한가롭게 걸었다. 이상하게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인프라가 좋은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서, 커피 한 잔을 사 먹고 돌아왔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집 덕분에 산책도 하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운동도 하고, 남편과 아이와 함께 어렸을 때 살았던 곳을 함께 거니는 특별한 경험도 했다. 주변에 오히려 편의 시설들이 많았으면 몰랐을 추억이 하나하나 또 쌓여갔다. 마치 여행을 온 것처럼.

돌아오는 길에는 도영이도 추억을 많이 쌓았는지 품에서 잠들었다.

뿌듯한 산책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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