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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란다이어리 May 18. 2019

[뽀란's Diary] 9 day 3월 8일

블루라군에서의 하루 

뽀가 쓰는 3월 8일 Diary     


 “예상시간보다 빨리 가야 할 것 같아. 아침 먹으면서 이야기해줄게.”


 아침부터 동행이 조심스럽게 깨웠다. 알고 보니, 눈보라로 인해 옐로 경보가 떠서 어떻게 될지 모르니 빨리 출발해야겠다고 한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 씻지도 못하고, 눈곱만 겨우 떼고 출발했다.

 꼭꼭 화장하고 다니곤 했는데 여기 있으니 안 하고 다니는 것도 자연스러워지는 것 같다. 아니, 사실은 어느 정도 포기했다... 아이슬란드 온 뒤로 보드복만 계속 입고 다니고 있으니, 옷도 화장도 다 내려놓는 걸로...    

  

 우리는 지금 이끼로 가득한 평지를 달리고 있다. 가다가 차를 세우고, 이끼 체험을 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이끼들을 밟으면 어떤 느낌일까 처음 봤을 때부터 궁금하긴 했다. 푹신푹신한 묘한 느낌... 원래 미끄러울 줄 알았는데, 미끄럽진 않았다. 

 너무 추워서 빠르게 이끼 체험 종료. 계속 있기에는 바람이 너무 많이 분다. 진.짜. 날아갈 것 같다. 


이끼가 가득한 평원 - Photo 란


 ‘블루라군’에 도착했다. 오기 전부터 기대했던 장소로, 그동안 여행으로 쌓인 피로를 모두 다 날려줄 것 같은 곳이다. 여전히 날아갈 것 같은 바람이 분다. 문이 떨어져 나갔다는 후기가 있어서 차문을 잘 잡고 내렸다. 나는 날아가더라도 차 문짝은 날아가서는 안 된다... 정말 너무 추운데, 수영복만 입고서 노천탕에서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추운 날씨에도 ‘블루라군’에는 여전히 사람이 많았고, 우리는 예약한 시간까지 조금 기다렸다가 들어갔다. 너무 추웠는데 물에 들어가니 따뜻해서 좋았다. 물이 좀 미지근한 곳도 있고, 따뜻한 곳도 있어서 따뜻한 물을 찾아 헤맸다.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들이 대부분 따뜻한 곳이었다. 다들 따뜻한 곳을 찾아왔나 보다.     

 두 시간 놀면 지루해서 그냥 나갔다는 후기가 있어서 걱정했는데, 걱정과 달리 세 시간이 순식간에 휙 지나가 버렸다. 누가 이곳을 지루하다고 한 건지... 산이 보이는 풍경에서 내리는 눈을 맞으며, 노천탕을 즐기는 기분은 환상적이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이 풍경에 몸을 담고, 그동안 쌓인 여행의 피로를 풀었다. 이곳이 아이슬란드 여행의 마지막 코스이다. 


눈 오는 블루라군 안에서


 ‘블루라군’에 있는 레스토랑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데 음식이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다. 

 

 ‘유럽이 원래 그렇지...’ 하고 반포기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안 나와도 너무 안 나와서 이상했다. 옆은 음식이 다 나왔는데 우리 음식은 나오지 않아서 결국 직원을 불러 물어보았다.   

  

 조금 더 기다리니 매니저 같은 사람이 와서 죄송하다며 사과를 했다. 주문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서 5-7분만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곧 음식이 나왔고,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영수증을 받았는데 50% 할인된 금액이 적혀있었다!     

 비싼 레스토랑이라서 부담이 됐지만, '그래도 이런 곳에서 한 번쯤은...' 하는 마음으로 온 곳인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저예산으로 여행을 다니는 우리 입장에서는 운이 좋았다. 정말 별의별 일이 다 생긴다. 앞으로도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이 생길 텐데, 되도록 좋은 일만 생겼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란이 쓰는 3월 8일 Diary     


오전 11시 8분     


 아이슬란드 여행 8일 차가 되는 날이다. 벌써 내일이면 아이슬란드의 마지막 일정을 보내게 된다.

 사교적 낯가리는 성격의 나는 아이슬란드의 생활이나, 동행들과의 생활 등에 이제야 조금 편해졌는데, 헤어질 때가 되니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우리는 조금 일찍 하루를 시작하였다. 아니, 아이슬란드에서의 일정 중 가장 일찍 시작한 오늘이다. 레이캬비크와 가까운 블루라군으로 가기 위해 오전부터 출발을 하였는데, 거리가 멀어서 일찍이 출발한 것이 아니라, 날씨 때문에 일찍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저께 저녁부터 눈보라가 치더니, 오늘 오전에도 바람이 너무 거세게 불어왔다. 심지어 우리의 숙소가 있었던 비크 지역과 우리가 오늘 지나가야 하는 길목에 옐로 경보가 떠버렸다.  눈보라 때문에 교통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기 때문에 예정은 숙소에서 10시 출발이었지만,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1시간 반 정도 일찍 출발하였다. 8일이나 아이슬란드에서 보냈지만, 여전히 날씨를 예측할 수 없는 아이슬란드다.


아이슬란드 이동 중 풍경 - Photo 란


 대자연이 어우러진 아이슬란드에는 온천이 많다. 가장 유명한 블루라군, 이제 막 소문을 타기 시작한 시크릿 라군 등 다양한 라군이 존재한다. 우리는 계획을 할 당시부터 ‘아이슬란드를 가는데,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크다는 온천을 들려봐야 하지 않겠어!’라는 생각으로 블루라군 일정을 잡았다. 나와 뽀는 동행을 보내고 며칠 더 묵으면서 시크릿 라군까지 다녀올까도 생각했었지만, 이동할 수 있는 차량이 없었기 때문에 맘 편히 포기했다. 


 이렇게 우리는 여행을 오기 전부터 블루라군의 기대가 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지출되는 비용도 컸다. 아마 우리의 모든 일정에서 블루라군 일정이 가장 큰 비용일 것이다. 블루라군에서 즐거운 시간이 되길 바라고 바란다.

 근데, 하.... 난 마법에 걸려버렸다 하하...          

     

오후 10시     


 오늘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왔다.

 기대했던 블루라군을 다녀오고, 블루라군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는 것이 오늘의 일정. 처음에는 블루라군의 코를 찌르는 유황냄새가 적응이 안됐지만, 사람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라 금세 익숙해졌다.


 블루라군의 락커에 들어갔는데, 락커 사용방법을 몰라 이리저리 해보고 있는 차에 들리는 한국말. 우리가 잘 몰라서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본 한국분이 친절하게 방법을 알려주셨다. 역시 외국에서도 빛나는 한국의 친절과 정. 최고다.     


 그렇게 시작한 우리의 온천욕은 지루함을 느낄 틈도 없이 즐거웠다. 옐로 경보가 뜬 오늘, 바람이 아주 매서웠지만 푸른빛의 블루라군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따뜻한 온천욕은 강한 바람을 이길 수 있게 해 주었다. 


푸른빛의 블루라군
눈 오는 블루라군에서



 레스토랑 예약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우리는 나갈 준비를 할 시간이 되었다.     

 블루라군 레스토랑은 우리의 모든 일정 중 식비가 가장 비싸고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이날을 위해 식비를 아끼고 아꼈다.


 기왕 온 거 메인 메뉴를 시키고 기다리는데 30분... 50분....... 우리 옆 테이블은 나온 지 한참 뒤인데 우리 테이블은 기다리고 기다려도 나오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 사람을 불러 물어보니 확인해본다고 하기에 다시 기다리기 10분...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의 메뉴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은 것이었고, 죄송하다고 사과를 받았다.

 다행히 그 뒤에 우리가 시킨 메뉴가 나왔고, 먹어보니 오! 상당히 맛있었다. "비싼 이유가 있네!" 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어 기분이 좀 풀렸다. 


드디어 나온 음식!


계산을 하려고 영수증을 가져다 달라고 하니 너무 죄송해서 50프로 할인을 해주겠다고 했다. 


"What?! Oh! Thank you!"


블루라군 레스토랑에서 받은 50% 할인된 영수증!

 둘이서 10만 원이 넘는 음식을 5만 원에 먹었다. 물론 그 레스토랑의 잘못이었지만, 저예산으로 여행을 다니는 우리에게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아이슬란드에서 겪은 아주 재미있는 해프닝으로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오늘이다.     


 나는 지금 아이슬란드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있다. 마치 꿈처럼 지나간 8일간의 아이슬란드가 나에게 많은 영감과 경험을 주었다. 앞으로의 유럽여행 또한 지금과 같기를 아니, 더 행복하기를 바라며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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