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문장들
어깨에 힘을 잔뜩 준 글
조금이라도 어깨에 힘을 주고 글을 쓰면 글에 그 태도가 묻어난다. 조금이라도 아는 척하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쓰면 글에 어김없이 그 마음이 드러난다. 조금이라도 나는 좀 깨달았거든? 하고 글을 쓰면 여지없이 그 허세가 글을 잡아먹는다. 유리알같이 투명한 이 인풋과 아웃풋을 어찌하면 좋을까나.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이 영원한 것이 아니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이 영원한 것이 아니다.' 왈이네 마음단련장에서 들었던 이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지금 내가 느끼는 불안, 조바심, 두려움, 망상들이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이 문장이 이렇게 나를 위로할 수 있나.
나를 내버려 두지 않는 가혹함
명상을 하고 나니 뇌를 꺼내 한 번 씻어내고 다시 짚어 넣은 것 같은 느낌이다. 24시간 머릿속을 쉬게 내버려 두지 않았던 내 가혹함이 이렇게 드러난다. 그리고 내가 느끼는 불안의 카테고리가 더 명확해졌다. 늘 그 불안으로 다시 돌아가는 나. 그런 나를 보는 것과, 그런 나를 인정하는 것과, 그런 나를 호흡으로 다시 되돌려보려는 나의 시도들. 그 마음을 누군가 알아줬나 보다.
깨끗한 결합은 없다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만남과 결합은 크고 작은 충돌을 가져온다. 충돌 없이 깨끗하게 결합하고 싶은 환상에서 벗어나고 싶다. 나와 너의 차이, 그 간극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다.
이번 주 원고 마감일을 지키지 못했다. 근데 왜 그럴 때 이런 단상은 더 잘, 더 많이 떠오르고 심지어 다른 글은 왜 더 잘 써지나. 글을 쓰기 싫어서 다른 글로 도망가다니. 이해할 수 없는 나란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