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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 Blues Apr 08. 2019

16. 마지막편 _ 이사

풀타임 아빠 육아기 <아내가 이사갔다> 최종화

이사를 했다. 아내가 이사 간 곳으로.

이제 아이와 나와 아내는 다시 함께 살게 되었다.      




지난해 여름, 아내가 지방의 모 대학에 일자리를 얻게 되어 지방으로 떠나게 되면서 나는 급하게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와 단 둘이 사는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1편_아내 이사의 시작' 참조) 엄마가 떠나버린 아이가 무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가장 큰 역할이자 숙제였다.


아내가 이사 간 후 얼마 안 되어 시작된 아이의 원인 모를 병세로 두어 달을 고생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이가 무탈하게 지내도록 돌보는 것이 나의 가장 큰 미션이었는데 그것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셈이어서 자책감이 컸다. 반면 아이와 함께 두려움, 간절함, 서로에 대한 믿음과 의지, 고마움 등 복합적인 감정을 경험하며 다른 차원의 유대감을 가질 수 있는 값진 시간이기도 했다.      


무섭기만 해서는 아이를 (특히 딸아이라면) 제대로 키울 수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아이에게 무섭지 않은 아빠가 되려고 많이 노력했고, 노력한 보람도 느꼈다. 아내의 부재와 그로 인한 특별한 시간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 영영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야 진짜 아빠가 된 느낌이다.      


새로운 주양육자의 경험은 주소득원의 역할을 할 때에는 알 수 없었던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주부의 롤은 돈벌이의 롤에 비해 훨씬 더 직접적이고 체감 가능한 보람과 피드백이 온다는 것이 좋았고, 생활 반경과 소통의 대상의 너무 제한된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었다. 서로에 대한 몰이해가 갈등과 오해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부부가 서로 이런저런 역할을 다 해봤다는 사실은 앞으로의 관계에도 큰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아이의 친구들과 그 엄마들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엄마의 빈자리는 내가 채운 것이 아니라 친구들이 채웠다. 마치 80년대 어느 골목처럼, 놀러 와서 함께 저녁을 먹고 밤까지 같이 놀던 친구들. 그런 친구가 그때에 있어줬다는 것에 감사하고, 아빠 혼자 애 보는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궁휼히(?) 여겨주었던 엄마들에게도 감사한다.       


글쓰기도 큰 힘이 되었다. 아이와 둘이 사는 생활이 3개월에 접어들자 정신적으로 슬럼프가 오는 것이 느껴졌는데 그때 <아내가 이사갔다> 연재를 시작하며 잘 피해 갈 수 있었다. 밤에 글을 쓸 생각에 혼술도 자제하게 되었고 졸작에 대한 댓글과 관심이 삶의 큰 활력소가 되어 주었다.      



소중하고 뜻깊은 시간을 어떻게든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그 시작이었다. 단 둘이 사니 나와 아이의 일상 사진을 찍어 줄 누군가가 없었다. 글을 써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결국 그 어설픈 시작이 <아내가 이사갔다>가 되었다.  누구에게 권할 만한 지혜와 감동이 있는 글은 못되지만 훗날 내가 그 시절의 기억을 되살리기에는 모자람이 없는 글이기에 아쉬움 없이 연재를 마무리한다.      



그동안 읽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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