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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뜨기 Sep 09. 2020

우럭 미끼로 광어 잡다

감사

이번 여름휴가도 전북 부안의 위도로 정했다.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기에 이동의 제약이 따르지만 일단 섬으로 들어가면 육지와는 다른 한가함이 있어 좋다. 물 반 사람 반의 유명 해수욕장은 콩나물시루 같다는 느낌이 들지만 위도의 해수욕장은 여유로움이 있다. 물이 들어오면 물놀이를 하고 물이 빠지면 맛(조개)을 캐는 재미가 솔찬하다.


위도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작은 섬들이 몇몇 있다. 하나같이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그 섬 주변이 바다낚시의 포인트라서 낚시꾼들이 배를 타고 낚시를 나서곤 한다. 우리도 벼르던 바다낚시를 하기 위해 낚싯배를 타고 작고 예쁜 섬 주변으로 갔다. 우럭은 입이 무척 큰 물고기라서 낚싯바늘도 커다랗고 미끼도 미꾸라지를 사용한다. 처음 해보는 바다낚시인지라 설렘과 재미가 있었다. 흔들리는 배에 적응하지 못한 몸은 멀미 기를 보이지만 이따금씩 올라오는 우럭이 기운을 돋아주었다.


제법 묵직한 낚싯봉은 바늘과 미끼를 이끌고 바다의 깊이를 헤아릴 양 낚싯줄을 당기다가 바닥에 다다르면 느긋함을 부린다. 선장이 일러준 대로 낚싯봉이 바닥에 닿을 때까지 낚싯줄을 풀어준 다음 다시 낚싯줄을 얼마간 올린 다음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며 우럭낚시를 했다. 팽팽해진 낚싯줄을 따라 우럭이 배 위로 올라왔다. 입이 머리만 했다. 미꾸라지를 먹기 위해 덥석 한 입 문 것이 낚싯바늘일 줄 생각이나 했을까? 


우럭은 갑판 위에서 날카로운 가시를 세우며 팔딱거리지만 이미 늦은 몸부림이다. 여섯 명이 스무 마리가량 우럭을 낚았다. 나는 광어를 잡았다. 나만 우럭낚시로 광어를 잡은 것이다. 광어는 바닥에 바짝 붙어서 생활하고 입도 작아서 우럭과는 다른 바늘과 미끼와 위치에서 낚시를 해야 하는데, 나는 ‘봉사가 문고리 잡듯’ 얼떨결에 자연산 광어를 낚는 행운을 얻은 것이다.


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좋은 일이 생겨서 기분이 좋아질 때가 있다. 마찬가지로 뜻하지 않는 나쁜 일이 생겨 우울할 때도 있다. 사는 것은 사칙연산처럼 쉽게 풀어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복잡한 방정식처럼 해답을 찾기가 어렵기도 하고, 파이(π) 값처럼 불규칙의 연속이기도 하다. 수학 문제를 푸는 수험생처럼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문제를 맞닥뜨리게 된다. 


삶의 문제를 푸는 열쇠는 무엇일까? 

그것은 감사다!


나를 기쁘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나를 힘들게 하는 것에도 감사해야 한다. 힘든 것은 힘든 것일 뿐 불행은 아니다. 불행은 힘든 상황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힘들어하는 마음 때문에 생긴다.



때때로 헝클어진 실타래 같은 현실을 마주한다. 풀려고 애쓰면 더욱 엉기는 상황 탓에 짜증나고, 투덜거리면 더욱 힘들어지는 엉킴. 실수도 하고 오해도 받는다. 미숙하고 무지하기에 일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힘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술술 풀리기도 한다. 그래도 감사하고 그래서 감사하다. 


장미의 꽃도 감사하고 가시도 감사하다. 우럭도 고맙고 광어도 고맙다. 오늘도 감사하고 내일도 감사하다. 입으로 고맙다고 말하고 마음으로도 고맙게 생각한다. 어차피 고맙고 이왕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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