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지역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독서 지원 프로그램인 <엄마의 책밥상>을 운영하며, 아이들이 쓴 독후감을 보며 즐거웠다. 아이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우리 어른과 달랐다. 엉뚱하고 순진하고 황당하고 기특했다.
말보다는 글에 생각이 더 담겨있다. 말은 생각 없이 나올 수도 있으며, 생각보다 더 빠를 때도 있다. 무심결에 말을 뱉었는데 그건 자기가 생각한 말이 아닌 경우도 종종 있다. 망치로 무릎을 치면 반사작용으로 발이 앞으로 나가듯, 우리 말 중에는 무의식적으로 하는 말이 꽤 된다. 번개 번쩍이고 일이 초 후에 청둥 울리듯, 말한 후에 생각이 나기도 하는 것이다.
글은 말보다 느리다. 생각을 해야만 글을 쓸 수 있다. 아무리 글씨를 빨리 써도 생각을 따라잡을 수 없다. 말처럼 무의식적으로 써지지도 않는다. 생각한 것이 어깨 신경을 타고 손목에 이르러 손가락 근육에 전달되어 연필을 끄적여야 글이 된다. 생각 없이 말하는 아이들도 글을 쓸 땐 생각을 담는다.
독후감이란 책을 읽으면서 글쓴이의 생각을 읽고, 그 글쓴이의 생각에 자기 생각을 버무려서 글로 쓴 것이다. 그러므로 독후감은 오래 달인 한약이다. 뚝딱 나오는 패스트푸드가 결코 아니다.
아이들의 독후감 중에 승민이의 글을 다시 봤다. 승민이는 아는 동생의 아들이기도 하다. 갓난아이 때 봤던 아이인데 어느덧 몰라보게 커서 말썽쟁이 초등학생이 되어있었다. 매달 독서 프로그램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이였다.
승민이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용돈벌이가 짭짤했다. 매달 한 학생이 제출할 수 있는 독후감은 4편이다. 한 편당 5천 원의 도서상품권을 지급했는데, 승민이는 4편씩 쓰기도 했다. 독후감 중에 최우수상인 '수라상'을 받으면 2만 원을, 우수상인 '진지상'을 받으면 1만 원을 추가로 줬다. 네 편의 글을 쓰고 수라상을 받으면 4만 원을 받을 수 있었으니 초등학생 용돈벌이로는 괜찮은 활동이었다.
승민이가 쓴 독후감 중에 <자신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