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꿈꾸는 꿈틀이>_22
몇 개월 전, 자신의 존재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떠났던 꿈틀이는 다시 창문으로 돌아왔다. 예전의 팽나무는 한결같은 모습으로 창문을 지키고 있었다.
“꿈틀아, 다시 만나 반갑구나.”
“팽님, 날 기다리고 있었군요.”
“그래, 네 소식을 계속 듣고 있었단다.”
“팽나무 할아범이 왜 이곳에서 날 떠나보냈는지 알 것 같아요.”
“······.”
“고마워요!”
“뭐가?”
“내 궁금증을 풀어줘서요.”
“슬기곶을 찾았니?”
“네, 처음엔 먼 곳만 바라보며 찾았지만 도무지 못 찾았죠. 그런데 막상 먼 곳에 가보니 이전에 먼 곳을 바라보던 그곳이 슬기곶인 걸 알았어요. 슬기곶은 ‘어느’ 곳이 아니라 ‘아무’ 곳이에요.”
“맞아, 우리는 때의 씨줄과 곳의 날줄이 얽힌 세상에 있지. 지금 다시 ‘창문’에 선 네겐 공간 변화는 없지만 시간 변화는 있어. 비록 같은 공간이지만 다른 시간이므로 네 위치는 이전과는 달라.”
“네, 전 변했어요.”
“그래, 넌 자랐어.”
“······!”
“넌 지금도 단순히 흙을 먹지만, 왜 흙을 먹는지 그 의미를 알고 있어. 넌 자란 모습으로 변했어.”
“네, 전 복잡함을 극복한 단순함을 배웠어요.”
“꿈틀아, 네가 지나온 곳곳에 슬기곶이 있었듯 이곳에도 슬기곶이 있어. 이곳은 그 여행의 마지막 곳이지. 넌 여기서 너에 대한 마지막 이야기를 알게 될 것이다. 그게 뭘 뜻하는 줄 아니?”
“네.”
“무섭지 않니, 죽음이?”
“죽음도 삶의 한 과정인걸요. 나도 아빠처럼 죽고 싶어요. 죽어서가 아닌 살아서 죽는 거 말이에요.”
“네 죽음이 아름답구나.”
“내 생명이 아름다워요.”
“꿈틀아, 바닥의 오목한 부분을 뚫고 들어가면 다섯 개의 구멍이 있다. 그 구멍이 너를 정의할 거다. 까마득한 옛날, 지혜로운 한 철학자가 너에 대해 얘기했다.”
“곧바로 헤어지니 아쉬워요.”
“나도 그렇구나. 다시는 지금의 네 모습은 볼 수 없지만, 새로운 네 모습을 보길 기대한다.”
“네, 다시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