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꿈꾸는 꿈틀이>_20
꿈틀이는 흙살림꾼이 나르는 두엄더미에 실려 밭으로 옮겨졌다. 새로운 곳에 도착하여 어리둥절하는 꿈틀이에게 다운이가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안녕, 이곳은 다운터고, 난 다운이야.”
“다운터? 다운이?”
“이곳의 생물들은 각자 자기답게 살지. 농부는 농부답게, 밀을 밀답게, 흙은 흙답게, 그리고 지렁이는 지렁이답게 살아.”
“어떤 것이 지렁이다운 것이니?”
꿈틀이는 지렁이다움을 찾아 이제껏 돌아다녔는데, 드디어 이곳에서 그 비밀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되었다.
“꿈틀아, 네가 슬기곶을 찾아다니고 있는 것을 알고 있어.”
“다운아, 넌 슬기곶이 어딘 줄 아니?”
“물론, 우리가 찾는 꿈나라는 의외로 가까이에 있어.”
“어딘데?”
“창문!”
“팽나무 밑의 그 빈터 말이니?”
“응”
“난 그곳에서 왔는데! 그럼, 여태 헛걸음을 한 거가?”
“아니, 네가 창문에만 있었으면 넌 그저 꿈틀거리는 ‘꿈틀이’로만 있었을 거야. 하지만 네가 꿈을 찾아 창문을 떠났기에 꿈을 움트는 ‘꿈·틀· 이’가 된 거야.
“······.”
“모든 생명체는 흙에서 왔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 너도 흙이 될 거야. 우리의 꿈은 바로 좋은 흙이 되는 거지.”
꿈틀이는 막연했던 지렁이의 꿈을 듣자 어안이 벙벙해졌다. 자신이 이제껏 찾아 헤맨 것이 흙이라니! 흙은 자신이 항상 먹는 것이고, 항상 그 안에서 생활하는 곳인데.
“다운아! 내가 어떻게 흙이 된다는 거니?”
“가능성이 있어!”
“가능성이라니?”
“가능성이란, 조건이 충분하면 이루어질 수 있는 잠재적인 성질이야. 꿈틀아, ‘지렁이는 흙이다’라는 말이 이해되니?”
“아직은 실감 안 나는데!”
“그럼, 산에 있는 저 바위를 봐.”
다운이는 손등에 난 사마귀처럼 불쑥 불거진 바위를 가리켰다. 꿈틀이는 다운이가 가리키는 바위를 보았다. 딱딱하고 변함없어 보이는 바위가 보였다. 다운이는 바위를 바라보며 꿈틀이에게 말했다.
“저 바위는 흙이다.”
“다운아, 그건 너무 억지가 아니니?”
“꿈틀아, 난 가능성을 얘기했어. 비록 지금은 저 바위가 그저 딱딱한 돌덩이지만 언젠가는 흙이 될 거야.”
다운이는 흙을 한입 씹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이 흙은 바위가 부서져서 생긴 거야. 저 바위도 천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물의 압력과, 식물 뿌리의 침입, 햇빛과 기온의 변화 등등의 영향으로 흙이 될 거야. 내 말 이해되니?”
“응, 조금은.”
“바위는 흙이다 라는 말을 이해한다면 지렁이는 흙이다 라는 말도 당연히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바위가 흙이 되는 기간은 천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지렁이가 흙이 되는 것은 불과 일 년밖에 안 걸리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