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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새 출발

by 보싸

아침부터 눈이 많이 온다.

오늘 초등학교에 입학을 한 둘째 아이의 말에 의하면, 오늘 자신이 아침에 겨울왕국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상의 중심을 자신으로 보는 것이 나를 꼭 닮았다. 뿌듯했다.

아이들은 오늘 새로운 시작을 했다.

걸어서 20분 거리의 학교를 다니는 큰 딸은 이제 4학년이 되었으니 걸어가야 한다고 윽박지르며 함께 걸어서 학교까지 데려다주었다. 사실 작년까지는 출근시간에 맞추어 출근길에 차로 편하게 데려다주었지만 딱히 출근도 안 하게 되었으니 운동도 할 겸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

딸 아이이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막상 적응을 하면 그 안에서 누구보다 잘 지내고 선생님과 친구들로부터 좋은 아이로 인정받는 편인데, 첫 시작을 항상 두려워한다. 그런 것을 보면, 그런 두려움을 무릅쓰고 '좋은 아이'로 인정받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애를 썼을지 생각이 들어 마음이 짠해진다. 혼자 돌아오는 길에 딸아이의 새로운 출발이 부디 행복하고 안전하기를 기도했다.


둘째 아들은 오늘 초등학생이 되었다. 눈이 제법 내려서 큰 아이와 반대방향으로 20분 정도 걸리는 길을 차로 데려다주었다. 엄마와 함께 학교로 향하는 아이는 설레고 두근거린다고 했다. 첫째 때는 나도 다 처음 겪는 일들이라 함께 긴장하고 많이 찾아보고 준비했었다. 그래서 어쩌면 온실 속의 꽃처럼 자라났는지 모르겠다. 그에 반해 둘째는 어릴 때부터 씩씩하고 밝았다. 특유의 친화성 덕분에 어디에 가든 모두에게 처음부터 사랑받는 아이였다. 그래서 항상 안심하고 있었고, 닥쳐서야 무언가를 놓쳤다는 것을 알게 되고 부랴부랴 챙겨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나는 한번 해보았지만, 아이에게는 다 첫 번째인데 그걸 잊기 일쑤였다. 첫째만큼 많이 챙겨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한없이 밝고 씩씩하게 잘 자라주었다.


처음 하는 아빠노릇이라 쉽지 않다. 항상 생각하고 노력한다고 하지만, 받는 사랑의 무게는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바란다. 부디 아이들이 자신들이 많이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늘 느끼고 기억하기를. 내가 주는 사랑은 마음과 달리 모자라기도 하고 넘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나에게 주는 사랑과 신뢰는 항상 같다. 내가 가늠할 수 없는 넘치는 무게의 사랑. 오늘도 그 사랑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서 괜히 마음이 시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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