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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칼럼 013] 부정의 긍정효과에 주목하다

[국제신문 연재] 안병민의 세상읽기

국제신문 2020년 10월 27일자에 실린 <세상읽기> 연재칼럼입니다.


누군가가 나를 끊임없이 채찍질한다. 잠깐 쉬어가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찰나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다. 무자비한 재촉이 쏟아진다. 누가 나를 이렇게 다그치는지 얼굴을 쳐다본다. 실적을 내라며 매일 나를 몰아붙이는 상사? 다 너를 위한 얘기라며 오늘도 잔소리 늘어놓으시는 부모님? 아니다. 나를 채찍질 하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내가 나에게 그 모진 채찍질을 가하고 있었던 거다. 왜냐고? 스스로의 존재감을 보여주어야 해서다. 존재감의 바로미터는 ‘성과’다. 그러니 스스로를 가만 내버려 두질 못한다. 쉬는 꼴을 두고 볼 수가 없다. ‘노느니 장독 깬다’고, 뭐라도 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니 다른 이가 아닌, 내가 나를 착취한다. ‘자기착취’다.


지금껏 ‘긍정’은 세상 발전의 견인차였다. “난 할 수 있어” 긍정의 주문이 세상을 이만큼 바꾸어 놓았다. 하지만 우리는 몰랐다. 긍정의 마법에도 한계가 있다는 걸. 아니, 애써 외면했는지도 모른다. 다들 할 수 있다며 ‘노오력’을 외치니 나도 모르게 함께 소리치며 스스로를 격려했다. 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열심히 글쓰기 연습을 한다고 우리 모두 톨스토이나 빅토르 위고 같은 대문호가 될 수 있을까? 죽어라 축구 연습을 한다고 우리 모두 메시나 네이마르 같은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을까? 아무리 달리기 연습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대부분의 우리는 우사인 볼트가 될 수 없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임에도 어느 누구도 그런 얘길 하지 않는다. “하면 된다”, “노력하면 된다”는 거짓말만 횡행한다. 희망고문이다. 의도야 이해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 거짓말인 셈이다. 다들 성공만을 이야기하니 내 존재감을 보여주려면 나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세상 곳곳에 과도한 자기긍정성이 만연하는 이유다. ‘노오력, 노오력’ 노래를 부르며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나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긍정의 한계를 외면했던 대가는 작지 않다. ‘나는 왜 안 될까?’ 우울증이 늘어난다. 심하면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열심히 노력하면 다들 된다고만 하니 실패를 껴안을 마음의 여유가 없다. 내 마음 속 실패의 완충지대. 그게 없으니 실패는 곧 회복할 수 없는 절망이자 끝없는 나락이다.


다니엘 핑크는 저서 <파는 것이 인간이다>에서 긍정과 부정의 황금비율에 대해 이야기했다. 긍정과 부정의 비율이 11 대 1을 넘어가면 긍정의 효과는 신기루처럼 사라진다는 게 골자다. 긍정에도 상한선이 있다는 얘기. 긍정적이라고 다 좋은 게 아니라는 거다. 긍정과 부정이 적절히 어우러져야 성과도 난다며 그 황금비율이 ‘긍정 3’ 대 ‘부정 1’이라 분석한다. 25%의 부정적 성향이 필요한 이유? 스스로를 위해서다. 적절한 부정적 성향이 혹여 있을지 모를 실패에 대해 나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방어적 비관주의(defensive pessimism)’다. 실패할 수도 있다는 여유가 실제 실패했을 때 나를 다시 일으키는 회복력으로 작용한다. 최악의 상황을 미리 준비케 하는 심리적 장치다. 위로 떠오르려는 부력과 아래에서 잡아당기는 중력이 균형을 이루어야 땅에 발을 딛고 똑바로 서 있을 수 있다. 긍정성과 부정성에도 이런 균형이 필요하다.


2015년에 나왔던 픽사의 명작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열 한살 사춘기 소녀 ‘라일리’의 감정을 지배하는 다섯 캐릭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어른들의 동화다. ‘기쁨’과 ’슬픔’, ‘까칠’과 ‘소심’ 그리고 ‘버럭’. 감정의 의인화를 통해 구현된 다섯 명의 감정 캐릭터다. 인간의 감정과 성격, 꿈과 핵심기억, 불안정한 청소년 심리변화의 메커니즘 등 이 모든 과학적, 심리적 추상의 개념들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구현해낸 <인사이드아웃>에서 내가 건져올린 핵심메시지는 하나다. 우리 삶이 행복해지려면 기쁨뿐만 아니라 슬픔의 감정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거다. 슬픔은 결코 나쁘기만 한 게 아니라는 거다. 저마다의 감정 하나하나가 우리 삶에 필요하듯 우리 삶의 경영에 있어서도 부정의 역할은 긍정만큼이나 중요하다. 긍정과 부정의 황금비율은 그래서 10 대 0이 아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 하나. 내 맘 속의 긍정과 부정 비율은 과연 얼마일까? ⓒ혁신가이드안병민


*자세한 내용은 <그래서 캐주얼>(bit.ly/그래서캐주얼)을 참조하세요.

#내가나로살지못하는좀비인생탈출법 #이상하자일탈하자도전하자행복하자 #내삶의경영혁신 #그래서캐주얼


*국제신문 2020년 10월 27일자  <세상읽기> 연재칼럼 https://bityl.co/4Agp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교 MBA를 마쳤다. (주)대홍기획, (주)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주)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주)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마케팅과 리더십을 아우르는 다양한 층위의 경영혁신 강의와 글을 통해 변화혁신의 본질과 뿌리를 캐내어 공유한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 많다>,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가 있다. <방구석 5분혁신>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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