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종지에 따라놓은 간장을 보면...

나 // 이런 감성은, 이런 문장은 어디서 나타나는 걸까?

by 장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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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책을 읽진 않지만, 적지 않은 책을 읽긴 합니다. 대충 셈을 해보니 2019년에는 78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읽고 말았는데, 나중에서야 그때 그 문장을 기억하고 있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남아 해당 문장이 있는 페이지를 사진으로 찍어 보관했고, 사진으로 찍어 놓는 것보다는 실제 글씨로 써보는 게 나을 듯 싶어, 조금씩 문장을 써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저의 악필이겠지만요.


모든 문장들이 작가가 노력을 기울여 탄생한 문장이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나 이런 문장은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을까? 이런 문장을 탄생시킨 작가는 어떤 경험을 했을까? 어떤 경험을 했기에 작가는 이런 감성을 가질 수 있었을까? 라는 질문을 하게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윤대녕 작가의 <칼과 입술>에 나오는 문장이 그렇습니다.


"하얀 종지에 따라놓은 간장을 보면 그윽히 서럽다."


한 점의 먼지도 자리잡기 어려울 정도로 새하얀, 하지만 보통의 사람이 쉽게 만날 수 있는 그런 종지에 따라진 윤기나는 간장의 모습. 생각만해도 아찔해집니다. 짧은 문장이지만, 이 문장을 쓰기 위해 작가는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요? 이 문장이 탄생하기 위해 하얀 종지와 간장의 추억을 얼마나 간직하고 있었어야 할까요? 종지에 따라진 간장의 모습을 보고 "저기다 두부 찍어 먹으면 맛있는데."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그윽히 서럽다."라고 말하는 작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걸까요?


전 이렇게 생각했는데, 사실 윤대녕 작가는 생각 난 대로 스윽~ 작성했다면, 전 더 부러워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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