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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비 Mar 20. 2016

떨어지는 꽃잎의 격려

그 화려함이 꽃 이파리로 길 위에 흩뿌려지는 이유

낙화가 그리는 그림


이제 화려한 꽃잎이 져버려 볼 것이 없다고 탄식하는 사람들에게 

벚꽃잎은 화려한 융단이 되어 사람들 신발 아래에 조용히 자취를 감추어 간다. 


벌어진 입 다물지 못하고 탄성 지르던 사람들에게

밟히면서도 마지막 안간힘으로 아름다운 기쁨을 주고 싶다


캔버스에 흩뿌려진 연분홍 물감들이 어쩜 이렇게 곱게 자리를 잡았을까

밤새 그려놓은 대작이 지하철 출구를 나서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제 며칠 후면 사라질 이 모습도 기억 속에 아련히 새겨져 가고

푸른 이파리가 가지마다 창궐할 때면 꽃비가 내리던 그 길을 마음속에 또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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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벚꽃이 피는 계절이 오면 나는 이 길을 누린다. 지하철에서 일부러 내려 여기를 거닐다 보면 20분이라는 시간이 언제 갔는지 모르게 후딱 가버린다. 벚꽃이 한참 피어나고 떨어질 즈음에 벚나무는 이파리를 내기 시작한다. 이파리가 보이면 이 화려한 꽃 무리를 못 볼 시간이 가까워지는 것이다. 

어느 날 간밤에 온 비로 길이 채 마르기도 전인데 아뿔싸 꽃잎이 너무 많이 떨어졌다. 아쉬운 마음을 품고 저 끝을 바라보니 평소 보기 어려운 장관이 펼쳐지고 있었다. 떨어진 꽃잎이 만들어내 또 하나의 장관은 마치 천국 길을 걷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만들 정도였다. 

수많은 사람이 이 꽃잎들을 지르밟고 갔건만 하나도 흉해 보이지 않았다. 밟힐수록 보도블록과 하나가 되어서 더 단단하게 그려낸 그림은 완벽한 작품이었다. 


시선이 머무르는 사진 중앙의 저 끄트머리를 바라보면서 내가 가야 할 길을 생각해본다. 저기 저 곳이 끝일 것 같은데 거기 가보면 또 다른 저기가 보인다. 하지만, 평생을 걸어도 달려도 못 갈 것 같은 그곳에 다다렀을 때는 어떻게 그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를 돌아보며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그저 한숨만 쉬고 바라봤던 그 길 끝에 내가 서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가?


벚꽃 잎은 이 길을 힘들게 걸어가고 있는 우리를 위해 기꺼이 고급스러운 카펫이 되어 줬다. 비명도 없이 우리 발아래에서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꽃잎들이 보내는 응원가를 들어보라. 이제 우리는 조금 더 용기를 내어 힘차게 발걸음을 내디딜 때이다. 그렇게 힘들게 내디딘 그 걸음이 우리를 그곳까지 데려다주는 것이다. 

봄날 비 온 뒤 사방에 떨어진 이 꽃잎들이 사랑스럽다. 내가 꽃이라면 이렇게 되고 싶지 않을 텐데, 모든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져버리고 사람들을 격려하고 있다. 


떨어지는 꽃도 아름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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