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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행 Jan 05. 2024

만약이 없기에 소중한 나날들

: 쓸데없이 재미있게 살아볼게


멜랑꼴리!


겨울의 파리는 멜랑꼴리 합니다. 겨울 내내 우중충한 하늘과 차가운 바람,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비는 사람을 한없이 우울하게 만듭니다.


기분 탓에 홀로 파리 좌안의 재즈바를 찾았습니다

한국에도 제법 이름난 재즈클럽 르 까보 드 라 위셰뜨 Le Caveau de la Huchette입니다.


영화 <라라랜드>, 세바스찬과 미아의 짧은 상상 속 엔딩씬,

플래시백 속 파리의 바입니다.



‘만약… 우리가 그랬더라면’



영화가 그토록 여운으로 남는 것은 우리가 한 번쯤 경험했을 이루지 못한 그 ‘만약’에 대한 씁쓸함 때문일 것입니다.


바에서 술 한잔을 받아 지하 클럽으로 내려갑니다. 일찍 온 덕분에 무대 맨 앞에 앉아 공연을 관람합니다. 옆에 앉은 커플은 모리셔스에서 파리에 친구를 만나러 왔다고 합니다. 운 좋게도 그 친구가 밴드의 콘트라 베이시스트인지라 공연 후 저와도 인사를 나눕니다.


나이 지긋한 파리지앵들은 플로어로 나와 스윙을 춥니다.



로빈 윌리암스를 닮은 흰 드레스 셔츠의 중년 남성이 내게로 와,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 건넵니다. 왜 내게 사연을 말했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지만 그의 눈빛은 또렷이 이 자리를 증언하고 기억해 달라 말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스윙 파트너가 큰 병으로 많이 아프다.

그녀와 함께 춤을 추려한다.

필시 생의 마지막을 함께 스윙하고 있음을…



짧은 단발, 허리 굽은 그녀와 스윙을 추는 그 짧은 순간, 중년 남성의 이 표정을 잊을 수 없습니다.


만약이 없기에... 그의 표정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의 표정은


‘만약… 우리가 그랬더라면’이 아닌

‘만약이 없기에 소중한 나날들’


그 소중한 시간을 붙잡고 싶은 그 간절함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P.S.

스윙 댄스를 배우고 싶어 졌습니다.  

생의 마지막을 함께 춤출 수 있다면 참 근사할 거라는 상상을 해봅니다.


짧은 단발의 여인은 제 옆에서  함께 흰 드레스 셔츠의 남성을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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