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행 Jan 03. 2024

[가상 인터뷰] 마이콜, 세계 최고의 가수를 꿈꾸다.

: 지구별 여행자를 위한 가상인터뷰


오랜만에 쌍문동에 왔습니다. 몇 해 전 우리 시대의 평범한 아버지, 고길동의 인터뷰 이후 처음인지라 동네가 어떻게 변했는지도 무척 궁금합니다. 다행히 골목골목은 여전히 정겨운 모습으로 남아 있습니다.


일전에 <아기공룡 둘리> 고길동과의 인터뷰 덕분인지, 그의 소개로 자연스럽게 오늘의 인터뷰가 성사되었습니다. 쌍문동 고길동의 주택 옆, 담장을 하나 사이에 둔 그의 집에서 오늘의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수십 미터 앞에서부터 기타 소리와 고막을 찢을 듯한 노랫소리가 골목 가득 들려옵니다.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에, 한류에 꽤나 인기를 얻을 법도 한데, 아직까지도 가수 지망생으로만 남아 있는 비운의 청년이 선글라스를 끼고 반갑게 저를 마중 나옵니다. 



 죽으면 죽었지 평범한 삶을 사는 건 싫어요.




반갑습니다. 마이콜! 혹시 국적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을까요? 혼혈이신지?

그런 오해를 종종 받습니다. 제가 좀 많이 테닝한 듯 검죠? 입술도 좀 두껍고 머리도 심하게 곱슬이다 보니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사실 저는 장흥 마 씨예요. 본관이 전남 장흥이죠. 이름이 이콜이구요. 좋게 말해 아주 이국적인 매력이랄까..



그런 오해 때문에 힘들지 않나요?

대한외국인으로 오해받다 보니 여러 가지 일을 겪기는 합니다. 한 번은 제 피부가 너무 검다는 이유만으로 여자에게 버림받은 적이 있죠. 만일 지금 그녀를 다시 한번 만난다면 꼭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외모가 전부는 아니다. 미래의 가능성과 심성이 더 중요한 거다라고 말이죠. 뭐 덕분에 군대는 편히 다녀왔으니 제 피부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습니다.



가수 지망생으로 알고 있는데, 최종 꿈은 무엇인가요?

빌보드 차트 10위권에 꾸준히 오르내리는 가수가 목표입니다. 그렇게 세계적인 가수가 돼서 라스베가스 특설무대에 올라 공연하는 게 제 평생 꿈예요. 전 세계에 제 공연이 실시간 중계되기를 희망합니다. 자신 있어요. 물론 아직까지는 무명이지만 곧 제게 우주의 기운이 몰려올 겁니다.



노래연습을 집에서 하는 바람에 민원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네 동네 사람들이 제가 고성방가 한다고 경찰에 신고를 많이 합니다. 소음 때문에 집값 떨어진다고 자꾸 타박도 합니다. 듣기 싫은 소리도 절대 아닌데 말이죠. 예술을 이해 못 하는 사람들이 안타까울 뿐이죠. 제가 곧 BTS 나 블랙핑크가 될 텐데, 그땐 우리 동네 쌍문동도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하고 유명한 동네가 될 거라 자신합니다. 



예의가 아닐 수도 있지만, 가수를 포기하고 모델 쪽이나 다른 직업을 찾는 것을 어떨까요? 큰 키와 선글라스가 늘 잘 어울립니다. 

혹시 제가 노래를 못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길동 아저씨는 제가 연기에 꽤 소질이 있다고 그러더군요. 한때 래퍼나 연기 쪽을 고민해 봤는데, 역시 저는 선글라스를 쓰고 무대 위에서 기타를 쳐야 해요. 집에서는 자꾸 슈퍼마켓 물려받아서 장사나 하라고 하는데,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음… 제가 둘리에게 듣기로, 가수로의 재능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차라리 취직을 하라고 했다더군요.

중요한 건 꺾기지 않는 마음이죠! 그리고 죽으면 죽었지 평범한 삶을 사는 건 싫어요.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인데,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 되지 않겠습니까? (절대 다른 길은 가지 않을 기세입니다.)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이 많아 계속 준비하고 있습니다. 곧 싱어게인 같은 프로그램에서 저는 볼 수 있을 거예요! 



싱어게인이라면, 혹시 가수 활동을 하긴 했다는 뜻인가요?

네! 둘리, 도우너와 그룹을 결성해서 활동했었죠. 그룹 ‘핵폭탄과 유도탄들’ 모르시나요? 홍대 인디밴드 사이에서는 제법 이름난 그룹였습니다.



대표곡이 있으시다면?

라면과 구공탄! 



당신 나이라면 또래들과 어울려야 할 텐데, 둘리 일당과 어울립니다. 더욱이 둘리 패거리들이 당신에게 함부로 반말을 하는데 기분 상하지는 않나요?

사실 둘리는 지금부터 1억 4천만 년 전에 태어났습니다. 저보다 1억 39,999,998살 형님입니다. 제가 감히 어쩌겠어요? 도우너도 1986세입니다. 그중 또치가 제일 어리긴 합니다. 그런데 사람 나이로는 70입니다. 길동이 아저씨한테도 왜 반말을 그렇게 하는지 아시겠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이 다가 아닌 것이죠. 



그래서 둘리, 도우너, 또치가 이렇게 당당했나 봅니다



그간 마이콜을 착각했었나 봅니다. 

대화를 나눌수록, 꿈을 향해 달려가는 20대 한없이 예의 바르고 바른 청년이라는 생각이 커졌습니다. 쌍문동의 미래는 정말 밝습니다.


인터뷰 후기

K-pop의 인기에 힘입어 <라면과 구공탄>에 대한 전 세계 음악인들의 평가를 인터뷰와 함께 게재합니다. 

실험적이고 섬세한 프로그레시브 록적 음악 구성에 서민들의 애환이 은유적으로 묻어나는 시적인 가사와 한국스러운 포크락을 곡에 녹여냈으면서도 2개의 코드만을 사용하면 누구나 쉽게 커버할 수 있게 만든 대중성까지 지닌 희대의 명곡이다.




이전 03화 [가상 인터뷰] 메텔, 안녕... 소년 시절이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