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세기 힙스터로 살아볼게
미러볼은 꺼지지 않습니다.
압구정, 홍대의 클럽과 라운지바가 핫플을 이야기하며 세상에 나오기도 수십 년 전
20세기 힙스터는 이미 크롭탑과 와이드 팬츠로 세상의 모든 플로어를 정복했습니다.
값비싼 위스키와 샴페인, 샤퀴테리로 이성의 눈에 띄려 몸부림칠 때
20세기 힙스터는 단지 음악에 몸을 맡기고
흐르는 땀과 거친 숨소리로 페로몬을 내 품으며 테이블 사이사이를 누빌 뿐입니다.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열기와 열정의 락. 카. 페는 아프리카의 대초원인 세렝게티입니다.
아름다운 초원의 임팔라를 찾는 한 마리 하이에나처럼
흔들리지 않는 초연한 몸짓과 날카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응시합니다.
20세기 힙스터가 그토록 사방을 살피고 이리저리 윗사람의 눈치를 보는 까닭은
락카페라는 지성소... 그 헌팅의 순고한 행위에서 배운 삶의 태도 때문입니다.
둠칫!
롹킹, 팝핀, 왁킹, 브레이킹 따위에 결코 흔들리지 않습니다.
20세기 힙스터는 맥주병 하나와 가벼운 몸사위만으로도 세렝게티의 왕이 될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스와 스프레이만으로 스타일을 완성한 머리를 쓸어 올립니다.
그의 손가락은 어쩌면 커트 코베인의 긴 손가락을 닮아 있습니다.
좁은 테이블 사이사이 시선과 시선을 마주치며
음악에 몸을 맡겨 가볍게 몸을 흔드는 자신만의 몸사위에 스스로 취합니다.
자신의 춤이 이 우주에서 유일한 몸짓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에 최선을 다합니다. 미러볼은 결코 꺼지지 않습니다.
어쩌면 오늘밤 이 거대한 우주에서 자신과 만날 운명적 사랑을 마주할지 모를 일입니다.
이것이 누구에게도 흔들리지 않고 오직 자신의 바이브에 몸을 맡겼던
20세기 힙스터들이 삶의 가치입니다.
...
오랜만에 회식입니다.
음악에 맞춰 우주적 몸짓에 몸사위를 풉니다.
얼마 전부터 회식이 없어졌습니다.
왜... 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