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의뢰인 님이 제 메일로 ‘축하 글’을 보내왔습니다. 친구의 결혼식에서 읽을 건데, 외국 생활을 오래 해서 한국어를 맞게 썼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더군요. 감성을 더 담고 싶은데, 그럴수록 이상해지는 것 같다고도 하셨습니다.
축하 글을 읽어 보니, 품사들을 쓴 순서가 우리 말법과 다른 문장이 많았습니다. 영어로 쓰고 한국어로 번역한 문장들이었죠. 이 가운데 좋은 [보기]가 있어 가져왔습니다.
‘많은’과 ‘것들’은 하나보다 많은 수를 나타냅니다. 이것을 함께 쓰면 같은 말을 두 번 하는 셈이죠.
이 문제는 ‘것들’에서 ‘-들’만 빼면 쉽게 해결됩니다. 몇 가지 더 살펴볼까요?
ㄱ. 몇몇 분들에게 → 몇몇 분에게
ㄴ. 많은 대중들 앞에서 → 많은 사람 앞에서
ㄷ. 여러 색깔들로 → 여러 색깔로
ㄹ. 너희들 생각은 → 너희 생각은
‘함께’를 말해보면 숨이 많이 나옵니다. 초성 ‘ㅎ’ 때문이죠.
따라서 문장의 앞쪽에 ‘ㅎ’이 들어가는 글자를 두면 뒤로 갈수록 숨이 찹니다.
특히나 이 글은 의뢰인 님이 손님들 앞에서 읽을 것이니, 편하게 숨 쉬며 읽을 수 있게 고쳐야겠죠?
의뢰인 님은 자기 글이 한때를 같이 한 사람들에게 추억을 불러일으키길 바랐습니다.
‘처음’이라는 낱말은 그 뜻을 담기에 좋은 낱말이죠. 설레고 두려운 일들과 감정이 녹아 있는 낱말이니까요.
여기서 '많은 것'은 많은 '처음(들)'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따라서 ‘것’을 빼고 ‘처음’ 뒤에 토 ‘-을’을 붙여도 내용은 변하지 않죠.
여기서 ‘함께’는 한번 더 뒤로 밀려나 ‘처음을’ 받쳐 줍니다.
다음으로 ‘경험했어요.’는 ‘했어요.’하고 고쳤습니다.
이 문장에서는 ‘경험’도 ‘처음’이라는 낱말 하나로 설명이 되기 때문입니다.
제니와 저는 정말 많은 처음을 함께 했어요.
글은 기본 맞춤법을 따르는 것 말고는 정답이라 할 만한 모양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제가 고친 문장이 가장 좋은 글이라 할 수 없는 까닭이죠. 그래서 글을 짓는 일이 재밌고, 머리를 쓰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저와 함께 한 시간, 부디 즐거웠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