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이 자신을 연다고요?
#글쓰기 #글고치기 #문법 #국어
수필을 쓸 때, 문장을 어떻게 끝낼지만 고민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다’, ‘-요’, ‘-죠’만 잘 쓰면 친근한 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종결어미 하나로 글의 분위기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모든 요소가 균형을 이뤄야 남다른 색깔도 입힐 수 있죠.
오늘의 문장,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오늘 고칠 문장
[보기] 벌이 날아다님과 동시에 꽃들은 찾아오는 벌들을 향해 자신을 열고, 확실한 보상을 제공하곤 해요.
1) 한자말 털어내기
[보기] 벌이 날아다님과 동시에 꽃들은 찾아오는 벌들을 향해 자신을 열고, 확실한 보상을 제공하곤 해요.
[고침 1] 벌이 날아다니면 꽃들은 찾아오는 벌들에게 자기를 열고, 톡톡히 보답해요.
① 동시 (벌이 날아다님과 동시에)
어떤 일과 일이 함께 벌어질 때를 ‘동시’라고 하죠. 그러나 ‘같은 때’나 ‘함께’라는 우리말을 쓰면 글이 더 매끄럽습니다.
그런데 이 글에서는 그마저도 필요 없습니다.
‘벌이 날아다니면’이라고 하면 될 일이죠.
② 향해 (벌들을 향해)
그냥 ‘벌들에게’ 하면 되는 걸 ‘향해’를 붙였습니다. ‘향하다’는 ‘-쪽(으로/에게)’처럼 고쳐 써보세요.
③ 자신 (자신을 열고)
자신(自身)도 ‘나’, ‘너’, ‘자기’로 바꿔 보세요.
한자말은 나를 말하거나 다른 사람을 가리킬 때도 ‘자신’이라고 하므로, 누구를 가리키는지 또렷하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굳게 믿는다는 뜻으로 ‘자신(自信)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글자만 다르지 발음이 같아서 헷갈립니다.
ㄱ. 자신을 지켜야 돼. → 나를 지켜야 돼.
ㄴ. 너 자신을 좀 되돌아봐. → 너를 좀 되돌아봐.
ㄷ. 그 사람보다 자신이 잘났다고 말하더라. → 그 사람보다 자기가 잘났다고 말하더라.
ㄹ. 자신부터 자신감을 가져야 돼. → 나부터 나를 믿어야 돼.
④ 확실한 보상을 제공하곤 해요.
‘확실한’ 보다는 우리말 ‘제대로’를 써보세요.
더 나아가 저는 글맛을 살리기 위해 ‘톡톡히’하고 고쳤습니다.
‘보상’은 어떤 희생이나 노력에 대해 받는 값을 뜻합니다. 필요한 걸 주고받는 꽃과 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낱말이죠. 한자말을 쓰더라도 ‘보답'으로 고치거나 그저 '준다' 해도 좋습니다.
2) 문장 길이 줄이기
[고침 1] 벌이 날아다니면 꽃들은 찾아오는 벌들에게 자기를 열고, 톡톡히 보답해요.
[고침 2] 벌이 날아다니면 꽃들은 꽃잎을 열고, 톡톡히 보답해요.
다들 아는 논리는 굳이 자세히 쓰지 않아도 됩니다. 벌은 마땅히 꽃을 찾아다니죠.
‘벌들에게 자기를 연다’며 꽃을 사람처럼 빗댄 것도 다시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흔한 문장에 자꾸 뜻을 심거나 솜씨를 부리면, 정작 중요한 내용을 놓치게 되니까요.
3) 접미사 ‘-들’
[고침 2] 벌이 날아다니면 꽃들은 꽃잎을 열고, 톡톡히 보답해요.
[고침 3] 벌들이 날아다니면 꽃들은 꽃잎을 열고, 톡톡히 보답해요.
위 문장은 한 마리 벌과 꽃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벌들’과 ‘꽃들’의 이야기이죠.
접미사 ‘-들’은 셀 수 있는 명사나 대명사 뒤에서 ‘여러 개’의 뜻을 더하는 말입니다. 따라서 '벌들'하고 고쳤습니다.
벌들이 날아다니면 꽃들은 꽃잎을 열고, 톡톡히 보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