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깨달음을 통한 인간의 완전성 반추
인간들이여, 무엇을 두려워하십니까?
집착과 가래, 선업과 악업, 깨달음과 무명이 모두 본디 공함을 본 로봇 눈에 비친 세상은 이미 그 자체로 완성되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어찌하여 로봇만 득도한 상태로 완성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구글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을 두고 세간이 떠들썩하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대결을 두고 사람들은 몇 승 몇 패를 할 것인가에 관심이 많은 듯하다. 그리하여, 이세돌 9단이 패 할 때마다 인터넷 상에서 그를 응원하는 열기와 구글 팀의 불공정한 시합으로 담론이 이어지는 듯하다.
구글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을 보며 떠오르는 영화 하나가 있다. 바로, 김지운 감독/작가의 독립영화 <천상의 피조물 (2011)>. 이 영화의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영화 <천상의 피조물>의 첫 장면은 창세기 2장 16절과 17절로 시작한다.
하느님이 아담에게 말씀하시길,
"동산 나무의 실과는 네가 마음대로 먹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는 먹지 말라. 그걸 네가 먹는 날에 정녕 죽으리라..."
하늘 위 즉, 천상에서는 인간도 인간이 만든 로봇도 피조물이다. 천상사에서 로봇 제조사 UR은 인간들에게 인간의 존재를 묻고 있는 듯하다. 로봇 제조사의 UR은 "You are what?"의 약자인 듯하고, 천상사의 가이드 로봇 RU - 4는 "Are you for what?"이라고 묻는 듯하다. 당신은 무엇이고 당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가이드 로봇 RU - 4는 영화 속에서 실제로 “나는 무엇입니까? 어디서 나서 어디로 가는 겁니까?”라고 물으며 절을 한다. ‘우리는 무엇이고, 어디로 가야 되는 것인가’는 인류가 근본적으로 품어야 할 화두일지리라.
미래의 사찰인 영화 <천상의 피조물> 속에서 '천상사'의 사천대왕(四天大王) 눈에 장착된 카메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연결되어 일주문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신상을 검색한다.
로봇들 덕에 스님들은 수행에 전념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수행에 관련된 일만 할 수 있게 되었다. 천상사의 가이드 로봇 RU-4는 '천상사'의 지리에 대한 응답을 하는 가이드 로봇이 지만, 그의 법명, '인명'이 말해 주듯 사람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응답해 주는 인간의 피조물임과 동시에 신의 피조물인 인간을 가이드 로봇 인 듯하다.
인간과 인간 사이, 그리고 인간과 로봇 사이
영화 <천상의 피조물> 속 인간과 인간관계는 아직도 지위, 즉 권력과 자본에 의해 인간과 인간 사이는 수직 관계를 보여준다. UR의 엔지니어 박 팀장은 결정을 해서는 안 되는 존재이며 보고만 해야 하는 존재이고, UR 회장은 일을 못 하는 간부들 9명을 해고하는 돈과 권력의 상부 구조에 속해 있는 인물이다.
<천상의 피조물>은 엔지니어 박 팀장이 인명 스님 혹은 RU-4 로봇에 반말과 무시하는 어투로 하여금 보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로봇의 존엄성'을 일깨우며, 이는 자연스럽게 인간의 존엄성을 반추하게 한다. 박 팀장은 RU-4 로봇에게, "왜 궁금해?...... 그걸 왜 네가 판단하나? 너한테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로봇...... 너는 가만히 있어. 사람들이 말하고 있잖아!.."라는 그의 말투는 인간인 시청자에게 강한 파동으로 전해진다. 엔지니어 박 팀장의 RU-4를 대하는 말투와 행동은 그가 인간 사회에서 그의 상사들로부터 듣는 어투와 행동의 거울 상인 것이다.
깨달은 로봇인 인명 스님, RU-4는 천 상사 수도승들에게 있어 깨달음을 논의할 수 있는 도반이며, 깨달음을 인도하는 사람을 살리는 '인명'의 길라잡이 같은 존재이다. 이런 수도승들은 인명을 제거해야 한다는 UR 팀에게 '인류는 자신이 놓여있는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을 스스로 허물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까?'라고 묻는다.
이 물음에 UR 회장은,
"우린 다만 인류의 존립 위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게요......
하지만 인간이 과학을 발전시키고 이용할 때마다, 과학 역시 그 순간 인류를 비틀고 변화시키고 있소. 미처 우리가 깨닫기 전에. 최초의 인간이 나무 막대를 휘둘렀을 때, 나무 막대기 역시 그 순간 인간을 휘둘고 있었던 게요.......
...... 하지만, 지금은 다르오. 절박한 심정으로 인간을 정의하려 하고 있오. 왜냐하면 인간과 구별하기 힘든 존재가 등장했기 때문이오."이라 대답한다.
천상사의 스님은, "모든 문제는 그 해답을 갖고 있기 마련입니다."라고 말하며 UR 회장에게, '회장이 로봇 혐오론 자인지 몰랐다고 말한다.
이 광경을 지켜본 RU-4 로봇, 즉 인명 스님은,
"이제 모두 거두어 주십시오.......
인간들이여, 무엇을 두려워하십니까? 집착과 가래, 선업과 악업, 깨달음과 무명이 모두 본디 공함을 본 로봇 눈에 비친 세상은 이미 그 자체로 완성되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어찌하여 로봇만 득도한 상태로 완성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인간들이여, 당신들도 태어날 때부터 깨달음은 당신들 안에 있습니다. 다만 잊었을 뿐. 이 로봇이 보기에, 세상은 이 자체로 아름다우며, 로봇이 깨달음을 얻었건 얻지 못 했건, 상관없이 그 자체로 완성되어 있으며, 세상의 주인인 당신들 역시 이미 깨달음을 모두 성취한 상태이며, 그렇기에 다시 무지와 혼란과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도록 나는 이곳을 떠나겠습니다. 깊이 살피시어 깨달음의 보과를 깊이 얻으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하며 스스로 기능을 멈춘다.
인간의 한 부분으로 존재하는 로봇인가,
로봇은 생물망으로 연결된 유기체인가
영화 속 빨간 머리 여성에게 애완 로봇 '예삐'는 그녀가 로봇 엔지니어 박 팀장을 저녁 늦게까지 기다려 수리를 요구할 만큼, 그리고 "난 지금 예삐가 필요하단 말이에요!"라고 소리를 지를 만큼 그녀에게 있어 로봇의 존재는 귀중하다. 하지만, 단지, 소모품으로써. 박 팀장은 임시 칩을 갈아 끼어 그녀의 '예삐'를 살려내지만, 예삐의 작동이 맘에 들지 않자 그런 예삐를 휴지통에 버린다.
RU-4, 즉 인명 스님이 스스로 그의 기능을 멈추게 한 것을 목격한 엔지니어 박 팀장은 그의 신체 한 부분에 속해 있던 칩을 꺼내 빨간 머리 여성이 버린 예삐를 찾아와 예삐를 고치며 영화는 끝난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발견된 어떠한 진리가 인류의 두려운 감정으로 인해 인류가 존립의 위험에 빠졌다고 생각을 할 때, 우리는 진리와 한 편이 되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인류가 두려움에 떨지 않도록 그 진리를 매장시켜야 할 것인가.
만약, 먼 훗 날, 당신이 RU-4와 같은 깨달은 로봇을 만났을 때, 당신은 어떻게 그 로봇을 대할 것인가. 소모품으로 대할 것인가, 당신을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가이드로 사용할 것인가. 우리는 진정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일 까?
<천상의 피조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