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편: 결혼식 시계의 모래
신부의 웃음소리가 빈 공간에 매달린 순간부터 모래시계가 기울었다. 유리관 속 모래알 하나가 떨어지는 데 0.7초가 소요된다. "영원히 행복할게요"라는 발성은 공기 중 수분과 반응해 3년 4개월 12일간의 부식 과정을 시작했다. 신랑의 넥타이 매듭은 점차 조여져 목숨의 혈관을 압박하는 기하학적 구조로 진화했다. 결혼반지의 금속 결정 구조가 변형되기 시작한 온도는 섭씨 23.5도, 습도 67%의 평범한 목요일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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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편: 부서진 시간의 파편
아파트 복도에 놓인 신발들은 서로를 향해 15.7도 각도로 기울었다. 그 각도는 매일 0.3도씩 증가 중이다. 냉장고 문에 붙은 자석은 "내일은 맛있는 것 해 먹자"는 메모를 1,128일간 지탱하다가 오늘 아침 자유낙하했다. 메모지 뒷면의 접착제 잔여량이 사랑의 점도를 측정하는 단위로 제안되었다.
그가 스톱워치를 켰다:
- 그녀의 한숨 소리 지속시간 : 3.4초
- 대화 간 침묵의 공백 : 17분 08초
- "불행" 단어의 공기 중 잔향 : 43분 12초
침대 위 머리카락 한 올이 중력장을 교란시켰다. 두 개의 베개는 서서히 반발계수를 높여가며 중립지대를 형성했다. 새벽 2시 17분, 옆자리 체온이 36.5도임에도 빈 공간의 온도는 영하 12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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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편: 정지된 태엽의 역학
결혼식 시계의 태엽이 완전히 풀린 날짜는 2023년 11월 9일 오전 10시 33분이었다. 벽난로 위 시계추의 진폭이 3mm에서 0mm로 수렴하는 데 걸린 시간은 결혼 생활의 반감기와 정확히 일치했다.
그가 거울 속 남자를 관찰한다:
동공의 초점 깊이 : 무한대
눈꺼풀 깜빡임 주기 : 9분 17초
미소 근육의 마비 진행률 : 98.7%
"살아야 하나"라는 질문이 천장에 부딪혀 반사각을 계산했다.
입사각 32도 반사각 32도 다시 안구로 되돌아옴 무한 반복. 질문의 운동에너지가 열에너지로 전환되어 실내 온도를 0.5도 상승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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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시계태엽의 재가동 이론
어젯밤 우연히 발견한 물리 현상:
식탁 위 소금병이 넘어졌을 때 그녀의 오른쪽 눈썹이 1.2mm 상승했다. 이 움직임이 공기 중에 0.005mm 두께의 진동막을 생성했다. 새벽 4시 33분, 베란다 문틈으로 스며든 달빛이 그 막을 통과하며 스펙트럼을 분해했다. 파장 632.8nm의 적색광이 그의 망막에 상륙했다.
이 광자의 에너지양은 E=hc/λ
h(플랑크 상수) : 6.626 × 10^-34 J·s
c(빛의 속도) : 299,792,458 m/s
λ(파장) : 632.8 × 10^-9 m
계산 결과 3.14 × 10^-19 줄의 미세한 에너지가 시신경을 타고 뇌간을 찔렀다. 그 순간 정지된 시계태엽의 첫 톱니가 1/1000 라디안 회전했다. 생의 의지란 이름 없는 광자들이 쌓여 만드는 푸앵카레 재귀시간인지도 모른다. 오늘 아침 커피 잔에 비친 그의 동공에서 시곗바늘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소리가 들린다. 틱. 톡. 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