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랜드보이 Feb 01. 2018

[호시노야 도쿄] 료칸과 도시가 만나다

브랜드 호시노야 도쿄

좌측에서 세번째 진한 갈색 건물이 호시노야 도쿄. 도쿄의 금융상업 중심지 오테마치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 건물의 외양이 전혀 료칸스럽지 않다.
건물 입구에 있는 작고 정갈한 표지판.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현대식 건물의 외관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전통 료칸의 등장. 현관에서는 신발을 벗고 입장한다.
로비에서 체크인을 하고나면 직원이 나와 호시노야 도쿄를 이용하는 법에 대해 오리엔테이션을 해준다.
객실 내 미닫이 문을 열면 도쿄의 빌딩숲이 보인다. 창틀은 일본 전통의 에도코몬 문양.
복도와 마찬가지로 엘리베이터 바닥도 다다미이다. 저 디테일.
신청자에 한해서 다도 클래스를 운영한다. 내가 방문했을때 중국인 가족이 수업을 듣고 있었다.
지하 1500m에서 지상 17층까지 끌어올린 온천수에 몸을 담그다. 어렵게 발견한 온천은 호시노야 도쿄를 '진짜 료칸'으로 만들어주었다.
노천탕에서 본 하늘. 흘러가는 구름을 보고 있으니 신선이 된 듯 하다.


‘호시노야 도쿄’는 쉽사리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의지할데라고는 구글 맵스 뿐이었다. 도쿄의 금융상업 지구 오테마치의 한복판으로 길을 안내했다. 지나는 행인에게 위치를 물었다. 바로 저 건물이라고 했다. 조금 전 돌아왔던 건물이었다. 외관만 보고 이곳이 료칸임을 짐작할 도리는 없었다. ‘호시노야 도쿄’ 이름이 정갈하게 쓰여진 작은 표지판 하나를 겨우 발견했다. 이 정도면 거의 숨겨 둔거네. 볼멘 소리가 나왔다. 찾을 테면 찾아보라는 식이었다.

입구의 문을 열고나서야 절로 이해가 되었다. 현대식 건물 안에 고즈넉한 전통 료칸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든 것이 의도된 장치였다. 료칸을 숨겨놓았다. 위장이었다. 신세계가 대기하고 있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도시와 시골이 극적으로 포개졌다. 대비 효과는 극대화되었다. 그 치밀함에 감탄이 나왔다.
   
세계 최초의 도심형 료칸
‘호시노야’는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료칸 브랜드이다. ‘호시노야’는 ‘별이 보이는 집’이라는 뜻. 밤하늘을 수놓은 별빛을 바라본다. 잔잔히 흐르는 계곡 소리, 산새들의 노래 소리를 듣는다. 온천으로 몸을 녹인다. 자연이 선사하는 낭만을 누리기 위해 전세계에서 호시노야를 찾는다.

1904년, 창업자 호시노 군지가 문을 열었다. 장소는 가루이자와, 일본의 황실이 여름 피서지로 애용하는 곳이었다. 시설과 서비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무료 셔틀 서비스에 T모델 포드 차량을 제공했다. 사상가 우치무라 간조, 시인 요사노 아키코, 소설가 시마자키 도손 같은 당대의 지식인들이 즐겨 찾았다. 이후 2차 세계대전을 겪고, 무수한 경쟁자들이 난립했음에도 10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남았다. 천혜의 자연풍광으로 이름 난 교토, 후지, 오키나와에도 분점을 냈다.
  
2016년 7월, 호시노야는 료칸의 정의를 다시 썼다.  세계 최초의 도심형 료칸 '호시노야 도쿄'의 탄생. 금융회사 건물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마천루 사이로 17층짜리 ‘타워형 료칸’이 기세 좋게 등장했다. 한적한 시골의 전원에서나 누릴 수 있었던 료칸을 도쿄 한복판으로 옮겨놓았다. 주변의 5성급 호텔은 흉내 낼 수 없는 유일함. 파격은 화제를 낳았다. 뉴스는 세계로 퍼져 나갔다. 수요는 즉각적이었다. 해외 관광객은 물론이거니와 도쿄 거주자까지 몰려들었다. 비싼 돈과 시간을 들여 멀찌감치 떨어진 료칸에 가기 보다 도심 내에서 쉼을 누리고자 하는 이들이었다.
 
호시노야 도쿄가 주목을 받은 또 다른 이유는 ‘온천’ 때문이었다. 호시노야 도쿄 직원에 의하면 이 장소에서 온천을 발견한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도쿄 시내 한복판에서 온천을 찾겠다는 발상부터가 기이했다. 불가능을 담보로 한 일이었다. 부지는 사들였으나, 온천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호시노 요시하루 대표가 결단을 내렸다. 팔 수 있는 데까지 파보자. 못 찾으면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직원들을 안심시켰다. 지하 1500M까지 내려간 곳에서 온천이 발견되었다. 집착에 가까운 집념이 일궈낸 성과였다. 도쿄 도심에서 최상급의 노천탕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진짜 료칸이 되었다.
   
도쿄에서 가장 평화로운 공간
호시노야 도쿄에서의 숙박은 일종의 ‘체험’이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현관에서부터 도심 속 료칸 여행이 시작된다. 호시노야 도쿄의 전체 객실 수는 84개뿐이다. 외부인은 로비 층 외에 입장이 제한된다. 투숙객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기 위함이다. 철저히 훈련된 직원 1명이 손님 1명을 전담한다. 진정한 의미의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객실은 깔끔한 다다미 방이다. 창틀은 마의 잎을 형상화 한 에도코몬 문양이다. 옷장과 의자는 대나무로 짜여 있다. 은은한 조명은 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디테일 하나하나에 세심함이 깃들여있다. 이 곳에 있으면 내가 있는 이 장소가 대도시 도쿄의 중심부임을 잊게 된다. 미닫이 문을 열어서 빌딩숲을 확인해야만 실감이 난다. 블룸버그통신이 전한대로 찬란한 숲과 영롱한 연못은 없지만 “도쿄 복판에 있는 도쿄에서 가장 평화로운 공간”이다.
   
진화하는 료칸
호시노 요시하루 대표는 "진화하는 일본 료칸”을 도쿄에 구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진화’는 앞으로 나아감이다. 저절로 이루어지는 진화는 없다. 진화의 재료는 ‘상상’과 ‘위험 감수(Risk Taking)’이다. 최고급 료칸을 도쿄에 만들면 어떨까? 기이한 상상에 엄청난 시간과 돈이 투여되었다. 불확실성은 불면의 밤을 야기했다. 과연 온천이 발견될까. 기존의 고객들은 실망하지 않을까. 결국, 호시노야 도쿄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스터피스의 탄생. 료칸의 역사를 다시 썼다. 상상이 현실이 되었다.
업계의 맏어른 호시노야가 가장 앞서서 진화했다. 료칸과 도시를, 전통과 현대를 만나게 했다. 선구자가 되었다. 도쿄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호시노야 도쿄는 이제 2년 뒤의 도쿄 올림픽을 기다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포스] 우리 행복할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