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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디스트 Jan 1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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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하는 호텔리어 06

호텔에서의 생활은 출퇴근이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아주 큰 단점은 사생활이 없다는 점이다.


_외출하는 타이밍도, 맥주 한잔하고 들어오는 타이밍도 모두 로비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자연스럽게 보고가 되고 있는 느낌이다.


_평소 정장을 입고 근무를 하고 주말에 입는 평상복은 관광객 같지만, 나름 직장과 사생활의 레벨을 유지하기 위해 조금 더 보수적으로 코디를 하게 된다. 그게 무슨 상관일까 신경을 쓰고 싶지 않지만 그게 참 어렵다.


_호텔 피트니스 센터와 수영장은 입사 초기 직원들이 나를 잘 알아보지 못할 때 이용하고 이미 졸업한 지 오래. 


_또한 나도 모르는 남자친구가 족히 5명 이상은 생긴 듯하다.

외부 미팅이나 방문객 맞이 등 내 옆에 서서 이야기만 나누면 그들도 모르는 사이 남자친구라는 호칭이 생긴다.


_사무실이 가깝다 보니 퇴근이 자동으로 늦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5분도 안 돼서 집에 갈 수 있으니 퇴근길의 피로감이 없다는 이유로 사무실에 더 오래 앉아 있게 된다.


그래서 주말에는 나만의 은신처가 항상 필요하다.

관광객이 모르는, 로컬들이 많지 않은, 테이블끼리의 좌석 배치가 가깝지 않은 그리고 음악이 크지 않은.

호텔에서 10분 남짓 되지 않는 곳에 관리되지 않은 듯한 나무와 식물들로 둘러싸여 벽을 이루는, 밖에서는 정글 컨셉처럼 보이는 커피숍, 그곳이 나의 유일한 은신처가 된다.




족히 기본 3시간 이상 걸리는 캠핑을 몇 번 다니다 보니, 마음먹지 않아도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을 찾기 시작했고, 우리는 약 1시간 반거리에 있는 캠핑장을 향하고 있다.

�Mada Lakeview, Dong nai, Vietnam


호수를 둘러싸고 넓게 펼쳐져 있는 이곳은, 탁 트여있는 뷰가 맘에 들었다.


아니면, 드라이빙이 짧아서 기분 탓인가


화장실 팩트체크 바로 들어가고 나름 OK 사인을 주었다.


이제 나도 현지 기준에 맞추어졌나 보다


가까운 거리라고 점심을 먹고 출발했더니, 금방 해가 진 늦은 오후를 맞이했다


선셋은 그야말로 그림과 같았고, 조용한 적막이 참 맘에 들었다.


이제 나도 캠핑의 묘미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걸까


눈에 담고 있는 풍경을 사진으로도 담으려는 찰나

하... 자꾸 쓰레기들이 걸린다. 한국이라면 안 그럴 텐데





맞다. 아직 텐트와 에어매트, 그리고 침낭은 야채마켓에 팔지 않고 사용 중이다.


사실 그는 몇 달 전부터 아주 신박한 유튜브를 정기적으로 나에게 보여주고 있다.

바로 차량 위에 다는 텐트. 설치는 5분이면 되고 아주 푹신한 매트가 들어 있어 집에서 처럼 꿀잠 잘 수 있고, 우중캠핑 감성도 담을 수 있으며, 바닥 컨디션과 관계없이 어디든지 차만 끌고 가면 캠핑 분위기를 낼 수 있다고.. 

세일즈 마케팅 부서장인 나보다 더 설득력 있는 그를 순간 세일즈 매니저로 고용해야 하나 싶었다. 

그가 보여주는 유튜브 영상들이 이제 너무 익숙해져서 바로 내려가면 차 위에 텐트가 달려있을 것 만 같았다.


아니면 벌써 달았나?


우리 근데... 앞으로 캠핑을 계속하는 거야..?





아침에 눈을 뜨고 산책을 즐기며 생각했다. 주말에 커피숍이나 브런치를 먹으러 가는 것보다 더 좋아지고 있는 이곳이 집에서 가까운


우리의 은.신.처.


To be continued




                                          캠핑하는 호텔리어


                                                                       -Chapter-


1. Intro

2. 호텔과 캠핑사이

3. 그가 말했다

4. 버려야 할 것들

5. 노워시 샴푸를 사다

6. Hide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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