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는 것이 뭘까?
우리나라도 한때 아이를 많이 낳던 시절이 있었어요. 1953년 한국전쟁이 끝나고 1963년까지 베이비붐이 일어났어요. 1970년대에는 아이들을 너무 많이 낳아서 "아들 딸 가리지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말이 유행했어요. 그러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둘도 많다, 하나만 낳자"라는 말이 생겨났어요. 아이를 세 명 이상 낳는 부모에게는 불이익을 주기도 했어요. 그리고 아빠들에게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하는 수술을 받게 하기도 했어요. 그 결과, 점차 우리나라는 결혼도 아이도 낳지 않는 나라가 되었어요.
출생이 와 낳자는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우리 친구들 대부분이 형제도 없고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적어 외로울 거야.”
출생이 가 말하자, 낳자는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부모님이 동생을 낳도록 할 방법은 없을까? 놀이터에서 많은 친구와 함께 뛰어놀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이 복잡했어요.
낳자는 밤이 되어도 부모님이 오시지 않아 심심해 텔레비전을 켰어요. 마침 일하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어요. 1970년대 청계천 옷 공장에서 재단사로 일하던 청년 노동자 전태일이,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하루 8시간의 노동 시간을 지켜라.”
라고 외치며 자신을 희생한 이야기가 소개되었어요.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일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만들어 시위했고, 결국 노동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내용이었어요. 하지만 지금 현실은 그때와는 달라졌어요. 오히려 대통령이 나서서,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해야 한다.”
라고 하며 일하는 시간을 더 늘려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것에 대해 한 국회의원은,
“연평균 독일보다 무려 600여 시간을 더 일하고, 프랑스보다 500시간을 더 일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일본보다도 300시간을 더 일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일하는 우리 대한민국의 노동 시간을 줄이지는 못할망정, 더 늘리자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텔레비전을 보던 낳자는 대통령이 너무하며, 그 국회의원 말이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엄마 아빠의 얼굴을 보기가 힘든데, 만약 일하는 시간이 더 늘어난다면 아예 엄마 아빠를 볼 시간이 없어질 거라는 걱정이 들었어요. ‘잘 산다는 게 뭘까? 일을 많이 해서 돈을 많이 버는 게 잘 사는 걸까? 나는 엄마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진정 잘 사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게 잘살기 위해 부모님이 밤낮없이 일하고 있는데 지금 우리 가족은 잘살고 있는 걸까?’
다음 날 학교에 간 낳자는 문득 텔레비전에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시위하던 모습이 떠올랐어요. ‘옳다, 이거다, 우리도 노동조합 비슷한 걸 만들어 우리의 생각을 어른들과 대통령에게 전하자.’ 그렇게 생각한 낳자는 친구 출생이에게 다가가 어젯밤에 본 텔레비전 프로그램 이야기를 했어요.
"우리도 어른들처럼 조합을 만들어서 대통령에게 우리 목소리를 전하자!"
한참 동안 이야기를 들은 출생이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어요.
"그게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야.”
그러나 낳자는 포기하지 않고 말했어요.
"어른들이 바뀌지 않으니까 우리라도 나서야 해. 지금 이 상황은 정상이 아니야. 이대로 가다간 우리나라에서 아이들이 아예 없어질지도 몰라.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건 비겁한 일이야. 출생아 우리 함께 한번 해보자.”
낳자는 눈을 반짝이며 결심한 듯 말했어요.
“그게 될까? 그래. 한번 해보자.”
출생이 도 긴가민가하면서도 낳자가 워낙 강하게 이야기하니 자신도 하겠다고 말했어요. 출생이 가 함께 하겠다고 하니 낳자는 더욱 용기가 났어요. 낳자의 마음속에는 변화를 끌어내고자 하는 강한 생각이 차올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