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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성프리맨 Apr 13. 2024

그냥 써 보는 이야기 4

“아빠!! 오늘 나갈 거지?”

”귀찮은데.. 다음 주말에 가면 안 돼?”

”아! 또 거짓말이야!!! 안 갈 거잖아!”


’야근을 해서 그런가 오늘은 잠을 좀 푹 자고 싶은데.’


저번 주 키즈카페에 놀러 가기로 아이와 약속을 철석 같이 했지만 너무너무 피곤해 죽을 거 같다.


”여보. 주말인데 우리도 좀 나가자. 햇빛도 이렇게 좋은데 집에만 있을 거야? 애들 집에 있으면 게임만 한단 말이야.”

”다들 왜 이리 일찍 일어났어.. 그럼 딱 두 시간만 잘게.”

”이러다 또 어영부영 흘려보내려고 그러잖아. 으휴 아이 몰라. 알아서 해. 잠을 자든지 말든지.”


위기감이 느껴졌다. 이대로 잠에 빠져드는 순간 오늘 바가지 당첨예정. 아들은 벌써 불만이 폭발하는지 아침투정을 한다.


"뭐야! 엄마 나 이거 싫어한다고 했는 데에~ 안 먹어!"

"버르장머리 없이. 먹지 마! 치울 거야."

"으앙~"


개판이다. 이 모든 게 전부 가장인 내가 약속을 미루고 잠을 자려해서 생긴 일이다. 후우.. 진짜 피곤하긴 한데. 그래 갔다 오자.


"나가자."

"잔다며?"

"진짜 갈 거야? 와!! 최고최고!! 신난다. 잘 먹겠습니다."

"진작에 좀 그러지. 준비할게."


내 말 한마디에 집안 분위기는 지옥에서 다시 천당처럼 한 순간에 확 바뀌었다.


'그래. 누워서 쉬면 좋긴 한데 또 그러다 하루가 흘러가 버리겠지.'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샤워를 간단히 끝마치고 대충 머리를 말렸다. 여기에 모자 하나 쓰면 외출 패션 완성.


"가자!"

"좀 기다려줘. 그냥 가자고 하면 가지는 게 아니라고 아휴. 준비할 게 얼마나 많은데 맨날 지 몸만 저렇게 쏠랑 챙기고."

"아 또 뭐. 대충 가자."

"다 필요해서 그래. 좀만 기다려줘."

"아이 진짜. 가잘 땐 언제고. 나 그럼 먼저 차에 가 있는다."

"애 옷도 좀 갈아입히고 하면 좀 좋아!! 몰래 도망이나 가고."


여기서 집에 있어봤자 잔소리만 심해진다. 재빠르게 차로 피신해서 조금이라도 눈을 붙여야지. 지하에 주차된 차에 시동을 켜고 좌석을 최대한 뒤로 젖힌 채 누웠다. 


"아흐~ 좋다."


잠깐 눈만 좀 감고 있어야지.


..

..


똑똑똑-


"아빠아빠!!!"


요란한 휴대전화의 진동소리도 들려온다.


[안주인님]


"어?? 아!!"


잽싸게 잠금해제를 눌렀다.


"뭐야? 그새 잠든 거야? 문은 또 왜 잠그고 있대?"

"아니 도둑이라도 들면 어떡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웬 도둑? 그렇게 졸리냐?"

"어제 야근해서 그래. 알면서."

"나도 힘들어! 나들이 준비도 얼마나 힘든 줄 알아? 맨날 핑계만 대고 버릇을 잘못 들였어 아주."


이럴 땐 화제를 돌리는 게 상책이다.


"자 키즈카페 새로 생긴 대로 갈까? 갔던 데로 갈까?"

"새로 생긴 대로 가자!"


아내가 아들을 살짝 흘겨본다.


"네가 여기 키즈카페 맘에 든다고 해서 저번에 10회권 샀는데 딴 데 가겠다고? 안돼."

"엄마는 왜 맨날 엄마 맘대론 데?"


아주 끝이 나질 않는다. 몸도 마음도 출발 전부터 잔뜩 지쳐버렸다.


"상현아.. 오늘은 엄마 말대로 하자."

"나 안가!"

"가지 마. 어디서 버르장머리가! 집에 가요 여보."

"으아아아아앙!"

"하아. 다들 조용히 하고 가자. 출발할게. 벨트 매고."


우여곡절 끝에 시내로 나왔다. 잠깐 사이에 아이와 엄마는 서먹해져 버렸다.


"음악 좀 들을까?"

"기다려 봐."


♩♪♩♪-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 다닙니다 ♪"

"차라헤차라- 토리야마 센세-♪"


신나는 곡을 듣다 보니 기분이 좀 좋아졌다. 어느새 아이도 큰 소리로 있는 힘껏 노래를 따라 부른다. 다시 화기애애해진 우리는 무거웠던 분위기에서 벗어나 웃고 있었다.


'나오길 잘했네. 잘했어.'


그래 참 나오기 전이 정말 힘들지 나오고 나면 언제나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니까. 흥얼거리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자~ 오늘 하루도 다 같이 재밌게 보내자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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