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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성프리맨 Jun 14. 2024

돈이 되지 않는 일이더라도 2

44 걸음

[당장 돈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얼마큼의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을 수 있나요?]


1주일..? 1달? 1년? 10년?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간은 곧 돈이고 돈을 함부로 낭비하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


성과를 기약할 수 없는 채, 단순히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갈 수 있으려면 어떤 의미와 동기를 부여해야 가능한 것일까?

그리고 그런 일을 꼭 해야 하는 걸까?


누구도 대신 정답을 알려줄 수 없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것. 의미를 부여하기로 한 것도 나, 하기로 한 것도 나, 그러니 책임도 스스로 지면 그뿐이다.


"그렇지만 목표는 돈을 벌고 싶은 거잖아요? 솔직히 말해봐요."


부인하진 못한다. 목표 중 하나가 맞으니까. 처음에는 주된 목표는 당연히 수익화라고 생각했다. 황금 같은 내 시간을 들여 뭔가를 할 때는 그에 따른 결과물이 있어야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자 당연하다고 생각한 건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누군가 최저 시급을 정해준 것도 아니며, 지금까지 들인 시간과 노력의 몇 배를 투입한다 해서 반드시 보상이 생기지도 않는다.


돈을 모아보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명확했다.


1. 회사를 다닌다.
2. 월급을 받으면 목표한 금액은 저축한다.
3. 목표한 기간까지 저축 후 목돈을 마련한다.
4. 모아진 목돈을 토대로 원하는 걸 구매하거나 투자한다.


하고 싶은 일은 결이 달랐다. 운 좋게 재능이 있거나 관련된 회사에 취업해 당장 수익이 나면서 할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평범한 인생을 살아온 내게는 처음부터 운이 따르진 않았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신나게 노력해 보자!'


최대한 긍정의 힘을 믿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와는 다른 원칙이 필요했다.


1. 매일의 창작물을 만들어낸다.
2. 다음 날의 창작물을 미리 만들지 않는다.
3. 메모는 생각날 때마다 꾸준히 한다.
4.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계속 읽고 보고 학습한다.
5. 헛된 생각이라도 좋으니 계속 떠올려 본다.
6. 잠자리에 들기 전 혹은 틈나는 대로 바라는 모습이 되어 있다고 가정해서 행동한다.


좋게 보면 긍정이고 나쁘게 보면 자기기만. 하지만 뭐가 됐건 매일매일 창작물을 만들어 내는 행위를 멈추지 않는 게 필요하다. 정말로 할 수 없는 순간이 오지 않는 이상 [1번째 원칙]은 어떻게든 지켜내고 싶다.




"시간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하니 물어보는 건데.. 혹시 지금 하는 일이 헛되지 않다고 생각하나요? 차라리 하던 걸 더 잘하는 게 좋은 거 아닌가 해서요."


하던 거를 꾸준히 잘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그만두기 전까지 직장생활도 꾸준히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잘한다의 목표가 너무 소박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내게 성공적인 직장생활은 잘하는 걸 유지하며 더 잘하고 싶은 목표 중 하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조금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남들의 의견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잘하고 싶던 직장생활을 놓아줘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뭐라고 한 건 아니었는데.. 직감 같은 거라고 해야 하나?


'이젠 떠나는 게 맞아.'


평생 돈 안 되는 피구 놀이 즐기며 불꽃슛 쏘아대던 통키 아빠의 삶이 떠올랐다.


'만약 이대로 회사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 하고 살겠다며 설치면 제2의 통키 아빠는 내가 되는 거 아닐까?'


그렇게 되면 불쌍한 통키 엄마처럼 아빠의 빈자리를 아내가 채워야 하는 거겠지. 아이들한테는 뭐라고 설명하려나.


"얘들아.. 아빠가 꿈을 좇아 더 큰 세상으로 떠났단다. 그것도 40대의 나이에 말이야. 하려면 진작 할 것이지. 결혼하고 애도 낳고 한창 돈 들어갈 일만 남았는데. 엄마가 사기 결혼 당했지 뭐냐. 너희들은 절대로 아빠를 본받지 말거라. 오늘따라 술이 달구나.."

"엄마~ 그만 마셔요. 엄마까지 잘못되면 우리는 어떡해요.. 으앙!"


아찔하구나. 평생 돈 안 벌어도 하고 싶은 일 하며 살 수 있으려면 어떤 멘털을 가져야 할까.


"오빠.. 옆에서 보고 있는데 자꾸 이상한 소리 쓸래? 누가 돈 안 벌어도 괜찮다고 한적 있어? 죽을래?"

"아앗.. 미안 미안해! 그냥 글 쓰는 거니까 신경 끄고 하던 일 해."


'아.. 돈을 아예 안 벌면 큰일 나겠구나. 일단 아내가 날 가만두지 않을 건 확실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한다. 물론 난 잘 못하고 있지만 감히 써본다. 최소한의 돈 정도는 벌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이다.


자영업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디 알바를 하든 노동을 하든 기본적인 소득을 벌어와야 내 자유 시간 동안이라도 활용해 창작활동 하겠노라고 당당해질 수 있는 거다.


"하지만 오빠는 그러지 않잖아?"

"네.."


어디까지나 재미있자고 쓰는 글이다.


"난 재미없는데.. 이게 재밌어? 응? 그러니까 뭐야. 혼자 빈둥거리며 쓰고 싶은 글 쓰며 살고 싶은데 내가 바가지 긁는다는 거 아니야?!!"


돈이 되지 않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못하는 돈벌이가 가능하도록 아내를 훈련시키는 방법이 있다.


"너.. 오늘 도장 찍는다 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 고민은 늘 많다. 갑자기 졸속으로 결론을 내리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도 시간은 흘러가고 저렇게 해도 시간은 흘러간다. 하나를 하기 위해 다른 기회를 놓아줘야 하듯 모든 걸 다 가지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 잘 만나 이해받으며 돈이 되지 않는 일이라도 할 수 있게 배려 받는 내 삶은 꽤나 행복하다고 할 수 있다.


N잡을 해가며 실질적인 우리 집 가장이 되어 준 아내에게 오늘따라 특히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물론 나도 손 놓고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주어진 시간을 마냥 흘려보내기만 할 생각도 없다. 지금은 잠룡. 아니 토룡인가..


토룡도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하는 존재는 맞으니!


비록 지금은 돈이 되지 않는 일이더라도 내 멋에, 내 만족에, 나아가 재밌게 읽어줄 누군가를 위해!

열심히 쓰고 또 쓰다 보면 '조금은 업그레이드된 날개 달린 토룡이라도 돼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해 본다.


마치 행사할 수 없는 스톡옵션 같은 느낌이지만 가끔씩 아내에게 해주는 말이 있다.


"혹시 모르잖아. 언젠가 내 작품이 알려지게 되면 그때 가서 내조의 여왕의 될 수도 있는 거고. 내가 꼭 당신의 노고를 잊지 않겠어. Special Thanks에 꼭 언급하고 어디 가서도 칭찬할 테니 지금은 좀 봐줘 :)"


40대의 집돌이 남자는 오늘도 그렇게 별일 없이 돈은 안되지만 글을 쓰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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