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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고 미뤘던 [자녀주식계좌]를 이제야 만들었다. 진작부터 만들어서 아이가 받았던 용돈으로 주식을 조금씩 사주고 싶었었는데, 귀찮다고 내팽개친 결과 거의 3년 정도 지나서야 실행에 옮겼다.
귀찮음이 이렇게 무섭다.
투자처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어차피 개미이기도 하고 되도록이면 장기투자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기에 [미국 주식]으로 정해져 있었다.
-국내 주식으로는 장기투자 못하는 병이라도 걸렸나 보죠?
어렸을 때부터 뼛속 깊숙이 자리 잡은 사대주의도 한몫할 테고, 기왕이면 $ 자산을 가지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예전에 캐나다 생활할 때(물론 캐나다 달러와 미국 달러의 환율은 다르다.) 높은 고환율로 인해 얼마 없지만 작고 소중했던 나의 잔고가 빠르게 녹아내리던 그 시절이 한으로 남은 까닭이다. 큰돈도 아닌 작은 돈이라면 환율 영향을 떠나 금세 사라지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이치이나, 궁색하게나마 투자 이유를 만들어봤다.
구체적인 투자 종목도 정했다. 별로 어렵지 않았다.
-너무 자신만만한데.. 내가 주식으로 코 깨지는 사람 여럿 봤다오. 그중의 한 명은 당신이 되겠구만!
정말로 어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개별 주식을 선택한 게 아니라 [ETF]라는 상품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ETF? 뭐죠? 또 그럴싸한 이름 붙인 거 보니 냄새가 나는데.
맞다. 원래 뭔가 있어 보이게 약자를 쓰거나 그럴싸하게 포장된 이름은 [사기 스멜]을 짙게 풍기는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겪은 ETF는 그리 나쁜 경험은 아니었다. 단점이 있다면 [운임보수료]가 존재하며 주식을 사는 가격에 포함되어 있달까?
-그럼 그렇지. 수수료 떼갈 줄 알았다니까? 우리나라 펀드 운용해 주는 회사도 수수료 엄청 떼가잖아!
안심하셔도 좋다. (수수료가 아깝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극히 적은 운임 보수료 0.xx% 대에서 알아서 처리해 준다. 물론 내 자유는 없다. 이미 ETF 상품마다 목적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그에 합당하게 알아서 사고팔며 종목의 비율을 유지해 준다. 만약 직접 사고팔며 ETF처럼 운용하려면 개인이 알아봐야 할 정보량도 어마어마해지고 수수료도 훨씬 많이 내게 될 것만큼은 확실하다.
[ETF (Exchange Traded Fund)]
- 말 그대로 인덱스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켜 투자자들이 주식처럼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다. 투자자들이 개별 주식을 고르는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펀드투자의 장점과, 언제든지 시장에서 원하는 가격에 매매할 수 있는 주식투자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상품으로 인데스펀드와 주식을 합쳐놓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최근에는 시장지수를 추종하는 ETF 외에도 배당주나 거치주 등 다양한 스타일을 추종하는 ETF들이 상장되어 인기를 얻고 있다.
※인덱스펀드: 일반 주식형 펀드와 달리 KOSPI 200과 같은 시장 지수의 수익률을 그대로 쫓아가도록 구성한 펀드.
출처 : https://www.moef.go.kr/sisa/dictionary/detail?idx=89
-아니 근데 오늘 왜 평소랑 다른 맛이 나는 글을 쓰고 있는지? 하던 대로 쓰시지 이게 무슨?!
살짝 고백하나 하자면 [배탈]이 나서다.
-???
어제저녁에 잘못 먹은 음식 탓에 아침부터 영 상태가 좋지 않다. 이런 날엔 머리 회전이 안 되는 관계로 감성적인 글을 쓸 자신이 없다. 그리하여 어쭙잖게 알고 있는 소량의 지식을 총동원해 지금의 글을 쓰고 있음을 알리는 바이다.
-휴.. 일단 알겠고, 이상한 거짓정보 글이나 선동글만 아니길 바라오.
자 소개는 이쯤 하고 "그래서 뭘 샀는데?"가 궁금해졌으리라.
살짝 뜸을 들이자면 장기적으로 보고 있기에 [S&P 500]과 [NASDAQ 100]에 관심이 크다. 무슨 말인가 하면 여러 가지 미국 주식 지표 중 크게 두 개의 지표에 관심이 있다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 구체적인 이야기로 들어가면 쓸데없이 글이 길어질지 모르니 개괄적으로만 쓰겠다.
이쯤 해서 알만한 분은 아시겠지만 두 지표를 추종하는 유명 ETF 주당 가격이 굉장히 비싸다는 것이다. 요즘은 [소수점 투자]라는 것도 존재하나 내 성미에는 그래도 [한 주]씩 완전체로 사는 게 훨씬 마음에 든다.
-???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각 지표군의 ETF 한주씩의 가격을 가져와봤다. 일단 두 주식 모두 500달러를 넘으니
[1449.50(현재 환율) X 500 = 724,750원]이라는 놀랄만한 가격이 나타난다. 이래서는 한 달에 한주는커녕 몇 달에 한주 구매하기도 쉽지가 않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임을 다시 한번 밝힙니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을까?'
그럴 리가 없지 않나. 이 세상의 모든 문제가 그렇듯 검색해 보면 방법은 다 나온다. 물론 여유가 있다면 원래 형태의 주식을 사는 게 더 낫겠지만 본질이 똑같으면 큰 차이는 느껴지지 않을 테니 돈이 부족한 내게 맞는 걸 사도록 하자.
어떤가? 물론 이 가격도 결코 저렴하진 않지만 위의 ETF 주당 가격보다는 훨씬 저렴하지 아니한가?
하얀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일단은 쥐만 잘 잡는 역할을 수행해 주면 감지덕지해야 할 상황이니 나의 대안은 위와 같다. (QQQ와 QQQM은 상세히 살펴보면 종목수의 차이가 존재한다.)
당연하겠지만 세상에 [완벽한 투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투자의 신도 아니고 그렇다고 경제적으로 엄청난 혜안을 갖고 있지도 않다. 어떤 면으로 나는 나 자신을 잘 알고 있다. 그런 내게 그나마 공부의 폭을 줄여줄 수 있는 주식은 ETF가 성향상 잘 맞았다.
-언제까지나 미국만 우상향 하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아요?
그렇긴 한데 그렇게 생각하면 투자라는 행동을 시작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쨌건 멀쩡히 내 수중에 있는 돈을 어딘가에 내팽개쳐놓고 [기도메타]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게 쉽지는 않다. 오르면 오르는 대로 고민이 생기고, 떨어지면 그야말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을 느낄 테니. AI가 아닌 인간이기에 변동하는 숫자하나에도 마음이 철렁거릴 수밖에 없다.
대략적인 기간을 잡고(보통 최소 10년 정도를 생각하는 편이긴 하다.) 통계와 확률에 의지해 보는 투자법이다.
'거인이 될 수 없다면 거인의 몸에 기생하겠어!'
누군가는 쪼잔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에 얼마나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많은데?"라며 지금 나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행동하며 큰돈을 버는 이도 분명 많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나는 [하남자]에 가깝다. 이 말인즉슨 소극적이고 별 거 아닌 일에도 벌벌 떠는 최약계층이라 이 말씀. 되도록이면 안전함을 추구하고 싶다. 그리고 이 돈은 내 돈도 아닌 자녀들의 피, 땀, 눈물이 어린 용돈 벌이의 성과이기도 하니.
다행인 점은 무사히 오늘도 글을 쓸 수 있었다는 점이다.
'역시 정보성 글이 감수성(?) 묻은 글보다 쓰는 게 편하구나.'라는 오만한 감정을 끝으로 조용히 정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