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무조건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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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성프리맨

「오늘 오전, 수도권 모 훈련장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신병 27명이 사망했다. 사건의 발단은 ‘여군 의무복무제’ 시행 이후, 성별 간 차별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방부는 “젠더 갈등이 아니라 개인의 정신적 문제”라고 선을 그었으나, SNS에는 “남녀를 떠나 모두 소모품”이라는 냉소적인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ㄴ 범인이 누군데? 여자인 거 맞지?

ㄴㄴ 한남 한 마리 검거! ㅋㅋ

ㄴㄴㄴ ? 기사 안 읽냐 ㅡㅡ 피해자도 대부분 남자임

ㄴㄴㄴㄴ 어디 남자라고 쓰여있음? 피해자건 뭐건 군대 자체가 소모품 양산 시스템임 ㅇㅇ


ㄴ 평등 외치더니 결국 사고 나면 남 탓 ㅋㅋ


ㄴ 와 진짜 이래도 군대에 여자 보내야 된다고? 나라 꼴 개 웃기네

ㄴㄴ 보내야지. 그렇게 외치던 평등한 세상 원한 거 아님?

ㄴㄴㄴ 이건 그냥 사회실험 아님? ㅋㅋ


ㄴ 부적절한 댓글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

ㄴㄴ ㅅㅂ… 자유가 없노.

ㄴㄴㄴ 잘 가라 마중 안 나감.


ㄴ "남녀를 떠나 모두 소모품" ㅋㅋㅋㅋ ㄹㅇ

ㄴㄴ 팩트임. 나라가 국민을 그냥 부품으로 봄.


ㄴ 국방부: “개인 문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ㅅㅂ

ㄴㄴ 맨날 개인 탓



「정부는 오늘부터 ‘국민 재생산 의무제’를 전격 시행한다고 밝혔다. 해당 제도는 35세 이하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최소 1회의 출산 할당량을 배정하는 것이다. 미이행 시 벌금 또는 사회봉사 2,000시간이 부과된다. 보건부는 “출산은 선택이 아니라 애국”이라며, “개인의 자유보다 국가 존속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ㄴ 와… 미친.. 이거 실화냐? 출산을 의무로? ㅋㅋㅋㅋㅋㅋㅋ

ㄴㄴ 나라가 먼저지 개인 자유가 중요함?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ㄴㄴㄴ 틀딱이세요? ㅋㅋㅋㅋ 우리 세대는 선택권도 없는데 애국까지 강제냐.

ㄴㄴㄴㄴ 선택권? 배부른 소리 하네.


ㄴ 벌금이랑 봉사 2,000시간? 미쳤네

ㄴㄴ 벌금은 국민 책임감을 위해 필수

ㄴㄴㄴ 너나 책임지세요.

ㄴㄴㄴㄴ ㅋㅋㅋㅋ 진짜 국가가 인간을 ‘출산 기계’로 보는 거네


ㄴ ㅋㅋㅋ “개인보다 국가 우선” ㅅㅂ… AI도 어째 틀딱화 되가노.

ㄴㄴ 역사 공부 좀 해라. 국가는 개인 희생 위에 세워지는 법


ㄴ 헐… 이거 진짜예요? 영화 아님 ㅋㅋㅋ 난 애 절대 못 낫는다.

ㄴㄴ 낫이 아니라 낳

ㄴㄴ ㅋㅋㅋ 젊은 세대 갈아 넣으면서 애국이라 우기네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지금 여자들 피눈물 날 듯. 지들이 싼 똥 지들이 치우라 해.

ㄴㄴ 애들 너무 나약함 ㅋㅋ

ㄴㄴㄴ 나약? 그냥 기본권 빼앗기는 거지 ㅋㅋㅋ

ㄴㄴㄴ 애는 뭐 혼자 낳니? 돈도 못 버는 주제에 결혼은 꿈도 꾸지 마라 ㅂㅅ

ㄴㄴㄴㄴ 혼자 긁혔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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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겪어서 그런가, 처음만큼 어렵지는 않게 느껴졌다. 따지고 보면 아까도 아쉽게 당한 거 아니었나. 보이지 않던 주변 풍경도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 다니던 동네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지만, 내 눈엔 그 어느 때보다 신선하게 느껴졌다.


‘할만한데.’


“들려? 여유 있어 보이네?”


스피커를 통해 말소리가 들렸다.


‘그냥 말하면 되는 건가?’


“여유로운 척 말고 듣기나 해. 목표 지점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들어와. 설명은 나중에.”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지만, 말을 삼켰다.


‘근데 말이 짧다? 하필이면 왜 나를 선택했어요?’


이 순간 가장 궁금한 질문이었다.


딴생각하는 사이 파쇄석과 그 사이에 단단히 박혀 있는 돌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 기억이 맞다면 아까 전에 저기서 넘어졌었다. 가볍게 뛰어서 무사히 돌을 뛰어넘었다. 이번엔 넘어지지 않았다.


[목표 지점까지 700m 남았습니다. 호조. 유지하십시오.]


이번엔 확실히 쉬웠다. 자동 모드가 켜지지도 않았고 목표지점과의 거리도 무난히 좁혀졌다.


[100m 남았습니다!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않는 것이 필승조건이라지요.]


‘뭔 틀딱 AI인가. 말 많네. 저 건물인가?’


낡은 2층짜리 빨간색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한눈에 왕래가 없던 건물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10m! 들어가십시오!]


반쯤 열린 문 사이로 어둠이 빛을 뿜고 있었다. 어째서 이런 표현이 흘러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어둠이 반짝 거리는 느낌이었다. 달리 설명할 말이 없다. 달리는 관성 그대로 던지듯 몸을 날렸다.


[골~~~~~~~~~인!]


끝? 별다른 일은 생기지 않았다. 열린 문 사이로 빠르게 지나가는 경찰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만 늦었다면 붙잡혔을 게 분명했다. 몸을 날린 탓에 ‘몸이 무겁… 지가 않잖아?’라는 감각만 남았다.


“5분 20초 주파면, 나쁘진 않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들었지만 캄캄한 탓에 잘 보이지 않았다. 이제 궁금해하는 것들에 대해 전부 알 수 있으려나. 기대감이 생겨서 말을 꺼내보려 했는데 차단하듯 말이 이어졌다.


“한현오 나 기억해?”

“네? 누구세요?”

“기억 못 하나 보네. 우리 온라인에서 몇 번 부딪쳤던 사이였잖아.”


온라인에서 부딪친 사람이 어디 한둘이던가. 이래 봬도 나름 악플달기로는 꽤나 포인트를 쌓은 몸이시란 말이다.


“너의 그 개, 아니 화려한 댓글 때문에 내가 아주 눈여겨봤었다고. 닉네임을 말해야 좀 더 확실히 기억하려나. 미니미.”


티격태격하던 채팅, 사소하게 주고받던 농담, 일부러 비꼬던 말투. 기억 속 장면이 조각처럼 떠오르더니 조립되기 시작했다.


“‘여군 보내면 남자들만 피해 본다’고 쏘아붙이던 댓글, 나 아직 기억해. 아주 주옥같았다 이 새끼야.”

“… 팩트… 아닌가요?”


이 와중에도 악플 본능이 꿈틀거렸다.


“팩트??? 괜히 살려줬네 이거. 갱생이 불가능한 놈이라고 했잖아요!”


그때, 방독면 안에서 낯선 음성이 들렸다.

“너를 살린 건… 사실 네가 나름 유용해서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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