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토타입 PROTOTYPE》은 디지털 공간이라는 환경 속에서, 이미지가 감각되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이미지는 더 이상 하나의 '원'을 기준으로 질서를 이루지 않는다. 오늘날의 시각 문화는 복제, 변형, 유통의 반복을 통해 감각의 흐름을 구성하며, 이미지들은 유사성과 차이의 연속 속에서 계열적으로 분기해 나간다.
작가 옥승철(Ok Seungcheol, b. 1988-)은 이 같은 이미지 환경의 구조를 회화와 입체 작업을 통해 탐색해 왔다. 특히 그의 회화는 고정된 재현의 장르가 아니라, 불안정하고 미결정적인 상태를 구성하는 예술적 시뮬레이션의 장으로 기능한다. 그는 현대의 시각문화, 특히 이미지의 '소비'와 '유통' 양상에 주목한다. 복제된 이미지는 실체 없는 상태로 소비되며, 그 유통 경로는 더 이상 인쇄물이나 전시 공간과 같은 물리적 매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작가는 소프트웨어처럼 실체 없이 배포되는 전시 구조인 ESD(Electronic Software Distribution)를 모델로 공간을 구성한다. 무심히 나열된 작품들은 언제든 호출되고 배포될 수 있는 다양한 '버전'들로 존재한다.
롯데뮤지엄의 전체 공간은 Prototype 1-3으로 명명된 전시실로 구분되고, 각 전시실은 다시 여러 개로 분기하며 마치 선택지와 같은 효과를 갖게 된다. 하나의 전시실을 관람한 후에는 다시 중앙 통로로 되돌아가야 한다. 전시 전체를 보기 위해서는 이 과정을 반복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관객은 각자의 방식으로 전시의 흐름을 이해하고 기억하게 된다.
'프로토타입'은 원래 반복될 무언가의 첫 형상을 뜻하는 단어이지만, 옥승철에게 그것은 하나의 완결된 원형이 아니라, 언제든 호출되고 변형될 수 있는 유동적인 데이터베이스에 가깝다.
《프로토타입 PROTOTYPE》에 전시된 그의 구 신작 80여 점은 복제, 유통이 일상화된 현대 이미지의 순환 구조 속에서, 고정된 해석을 제시하기보다 이미지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감각되는지를 보여주는 열린 과정인 셈이다.
현대 이미지의 환경과 구조는 관점에 따라 분열되는 기억과 해석의 차이를 시각화하며, 유통된 정보와 다층 시점의 허상을 드러내기 위해 섬세하게 조정된다. 자신을 쉽게 드러낼 수 있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자아는 오히려 더 불투명하게 조립된다. 옥승철의 반복되는 얼굴들은 이 불안정한 구조와 균열의 초상이다. 다채롭게 모방되고 변주되는 형상들은 복제와 유통이라는 시각적 조건 위에 구축된다. 여기서 관객은 오늘날 이미지 환경의 구조를 감각을 통해, 이미지 환경을 스스로 구성하고 해석하는 존재가 된다.
대구미술관 < Pop/Corn > 전에 설치된 ‘Mimic’(2019) 앞에 서 있는 옥승철 작가.
만화, 광고, 게임, 영화 등에서 수집한 인물들을 재조합해 디지털 이미지를 만들고 이를 캔버스나 조각으로 옮기는 방식의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회화를 단순한 재현이 아닌, 이미지의 생성·복제·유통 과정을 사유하는 매체로 삼으며, 디지털 환경에서 '원본' 개념이 어떻게 희미해졌는지에 주목한다.
중앙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옥승철은 2018년 첫 개인전 《UN ORIGINAL》을 시작으로, 스페이스 이수(2021), 아트선재센터(2022), 파르코 뮤지엄 도쿄(2024, 도쿄)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부산현대미술관, 대구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플랫폼엘 컨 템포러리 아트센터, 누크갤러리 등에서 단체전을 개최하며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미지는 더 이상 하나의 '원본'을 기준으로 질서를 이루지 않는다. 오늘날의 시각 문화는 복제, 변형, 유통, 삭제의 반복을 통해 감각의 흐름을 구성하며, 이미지들은 유사성과 차이의 연속 속에서 계열적으로 분기해 나간다.
작가 옥승철은 이 같은 이미지 환경의 구조를 회화와 입체 작업을 통해 탐색해 왔다.
특히 그의 회화는 고정된 재현의 장르가 아니라, 불안정하고 미결정적인 상태를 구성하는 예술적 시뮬레이션의 장으로 기능한다. 국적이나 성별이 불분명한 인물들을 담은 그의 초상화는 반복, 중첩, 소거와 재등장의 흐름 속에서 구성되며, 그의 입체 조형 역시 이러한 이미지의 작동 구조를 따른다. 트로피나 두상 같은 상징적 형태는 치환 가능한 표피이자 창작 행위의 잔여물로서, 다양한 스케일과 물성으로 공간에 배치된다.
'프로토타입'은 원래 반복될 무언가의 첫 형상을 뜻하는 단어이지만, 옥승철에게 그것은 완결된 원형이라기보다 가역적으로 작동하는 데이터베이스의 열림(open series)에 가깝다. 《프로토타입 PROTOTYPE》에 전시된 그의 구•신작 80여 점은 복제와 변형, 유통과 삭제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되어가는(becoming)' 감각의 상태로 제시된다.
작가 옥승철은 가상의 인물상을 그리며 동시대 이미지 존재방식을 탐구해 왔다.
그는 모니터 속 디지털 이미지를 토대로 회화, 조각, 영상 작품을 제작하며 예술의 원본성에 질문을 던진다. 이번 전시 《옥승철 : 프로토타입 PROTOTYPE》은 그의 초기작부터 대형 신작까지 총 8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며 작가가 구축해 온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Player, acrylic on canvas, 150x200cm, 2022
옥승철은 디지털 이미지 환경에서 현대 시각 문화, 특히 이미지의 소비와 유통 양상에 주목한다.
이번 전시는 예술의 본질적 가치들이 디지털 이미지 소비 구조에서 어떻게 재구성되는지 조망한다. 복제와 유통이라는 시각적 조건을 전시 공간에 구축함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이를 감각하도록 유도한다.
Matador, acrylic on canvas, 70 ×70cm, 2018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녹색 공간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옵니다.
녹색은 도스 시절의 녹색 글씨이거나, 매트릭스에서 나왔던 디지털 글자들이 연상되어 마치 아날로그 공간에서 디지털 공간으로 이동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법 긴 녹색보도의 끝에는 얼핏 조각상 같은 모습이 보입니다. 이 중앙 공간에 다시 와서 다른 방으로 갈 수 있는 비효율적인 구조가 재미있었습니다.
《프로토타입 PROTOTYPE》은 복제와 유통을 전제로 한 디지털 이미지 환경 속에서, 예술이 어떤 방식으로 감각되고 존재하는지를 탐색하는 전시다. 작가 옥승철은 '원본'이라는 개념이 더 이상 실체로 작동하지 않는 시점에서, 비워진 그 자리를 이미지가 어떻게 점유하고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구성한다. 이 구간은 전시의 출발점이자 '기본값'의 시각적 조건을 설정한다.
《PROTOTYPE》은 단일한 원형이 아니라, 끝없이 복제, 변주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임시 고정된 좌표다. 이 평면과 입체들은 감정도, 표정도 없이, 언제든 다른 형식으로 대체 가능한 스킨처럼 작동한다. 도안 이전의, 즉 시뮬레이션 단계의 상태를 지칭한다.
거대한 신상 같기도 하지만 사실 기본 모티프는 트로피에서 왔다고 합니다.
그 이미지는 알아도 거대해지니 확실히 석상 같기도 하고 다른 메시지처럼 느껴집니다.
아주 기본적인 상태인 프로토타입을 보여주기 위해서 석상을 회색으로 처리했다고 합니다.
프로젝트의 시작이라는 면에서 기대감을 줍니다.
증명사진과 초상이라는 장르는 본래 고유한 신원을 드러내기 위한 형식이었다.
하지만 옥승철이 그리는 얼굴들은 오히려 특정되지 않으며, 변조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전통적인 평면 회화의 한 장르는 현대에 이르러 '표현'이 아닌 '기능'으로 쓰이고 있다.
<Portrait», 2022. Acrylic on canvas, 100 x 80 cm, Private collection, Korea
<Portrait», 2022. Acrylic on canvas, 100 × 80 cm, Private collection, Korea
‹ID picture>, 2021. Acrylic on canvas, 220 × 180 cm, Private collection, Korea
<ID picture>, 2021. Acrylic on canvas, 220 x 180 cm, Private collection, Korea
<Outline>, 2022. Stainless steel, 127.2 x 107.7 cm, Private collection, Korea
<Outline>, 2022. Stainless steel, 136.9 x 118 cm, Private collection, Korea
이미지와 조각은 완성을 향하지 않는다. 고전을 흉내 내는 듯한 다채로운 무채색의 평면과 입체 작품들은 상징성이 아닌 익명성으로 인식되며, 두께와 무게를 상실한 채 껍질만 남겨져 있다.
삭제와 생산이 동시에 일어나는 듯한 중첩된 표면은 물질성을 강조하기보다, 생성 과정의 잔해임을 드러내고 있다.
<Plaster statue Spike>, 2020. Acrylic on canvas, 170 x 140 cm, Private collection, Korea
<Plaster statue 3-1>, 2019. Acrylic on canvas, 170 x 140cm, Private collection, Korea
<Plaster Statue>, 2020. Stainless steel, urethane paint, (H) 140 cm, Private collection, Korea
<Head Statue>, 2022. Resin, (H) 40 cm
<Head Statue>, 2022. Resin. (H) 40 cm
<Canon>, 2024. Oil on canvas, 150 x 150 cm, Private collection, Korea
<Canon>, 2024. Oil on canvas, 150 × 150 cm
<Canon>, 2024. Oil on canvas, 150 x 150 cm
<Canon», 2024. Oil on canvas, 150 x 150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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