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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te whale Apr 26. 2020

나만의 분위기가 생기면 바뀌는 것

타인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영향을 주는 어떤 기세

얼굴을 본지 몇 초만에 사람의 인상이 결정된다는 말이 있다. 첫인상이 상대방의 관점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이 말은 꽤 일리 있으나 썩 내키지 않는 말이다. 상대방을 순간의 인상으로 결정하는 것 자체가 관계에 대해 불성실한 태도를 부추긴다고 느껴지는 탓이다. 잠깐의 느낌으로 상대를 판단하고 그에 맞춰 상대를 대한다는 것은 내 경험으로 비춰볼 때 몹시 성급해 보인다. 꽤 탁월해 보이는 사람이 본성은 영 딴판인 경우가 있는 반면, 퉁명스럽다고 여긴 사람이 되레 정이 많고 세심한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난 사람을 오래 두고 보려는 편이다.

 

문득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보일지 생각해본다. 첫인상이 좋은 것 이상으로 어떤 가치를 꾸준히 지키는 사람으로 여겨지고 싶었다. 지난 직장에서 이에 대해 고민할 계기가 있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내가 팀장으로 발령 난 후 적지 않은 텃세를 경험했다. 한 번은 다른 부서에서 같은 직급으로 일하는 연장자가 시비를 거셨다. 부서장 자격으로 그 부서의 장과 논의해 결정한 일에 대해 상급자를 거치지 않고 내게 직접 이의를 제기했다. 약간의 언쟁 후 양해하고 화해하며 해프닝은 일단락됐지만 내가 속한 곳의 공기가 어떤지 단번에 알아차린 계기가 됐다.


열정의 온도를 떨어트리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그 안에 휩쓸리고 싶지 않았다. 그 안에 다른 흐름을 만드는 것이 내 역할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직전 몇 개월간 회사의 전략을 세우고자 내부를 분석하며 느꼈던 문제 중 하나가 이것이었다. 이것을 개선하고 싶은 동기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연소한 내가 팀장을 하기로 한 것은 이 바람이 마음속에 어떤 불꽃을 만든 덕분이다. 다른 직원이 제 일에 열정을 들이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고 적당히 하도록 만드는 어떤 종류의 여건도 온당치 않았다. 난 그런 것과 겨루기 위해 보란 듯이 일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 일을 맡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기왕 하는 것이니 사장 마인드로 해보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좋을 것이라 상상하던 것들이었다. 우선 주말이 아닌 평일에, 평소처럼 서울 근교가 아닌 동해안으로 팀 워크숍을 훌쩍 떠났다. 일정 중에 찍은 사진을 개인별로 인화해 액자에 넣어 팀원에게 선물했다. 일부로 저녁을 피해 점심에 회식 자리를 가졌다. 팀원들의 업무를 효율화하고자 업무 공간을 주기적으로 개선했다. 30여 명이 근무하는 중소기업 건물에 몇몇 사람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니 시나브로 활기가 생겼다. 이전에 없던 것이었다.


이런 시간과 행동이 쌓이니 나만의 분위기가 생겼다. 내가 하는 말에 보이지 않는 권위가 생긴 것이다.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내가 하는 말을 들으려는 것이 보여서다. 어떤 일에 대해 내가 말하는 바가 적어도 터무니없지 않고 듣고 따라볼 만하다고 수긍하는 분들이 생겼다. 맡은 팀만 잘하기 위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 전체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행동하고 나름의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고 공감하는 분도 있었다. 돌발적인 사안이 생길 때 내 의견을 물어보거나 중시하는 모습에 신뢰받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선순환은 바라는 바대로 자라는 듯한 시간이었다. 일상에서 내 가치를 선명하게 만들 활력을 찾은 덕분이다. 삶이 원하는 모습으로 더욱 나아가려면 이런 분위기를 일부로 만드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인위적으로 만들기 쉽지 않다. 말뿐 아니라 태도, 자세, 행동, 심지어 표정까지 갑자기 바꿀 수는 없으니. 그저 생각대로 행동하는 용기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고착화된 환경 속에서 다른 관점으로 생각하는 것을 넘어 작게 나만의 행동을 꾸준히 할 수 있다면 어느새 영향을 주는 사람으로 변할 것이다. 그것이 나만의 분위기겠다.


환경에 물드는 제가 되기보다
환경을 물들게 하는 제가 되길
진정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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