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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te whale May 07. 2020

포기하고 싶을 때 포기하지 않는 방법 2

일을 하는 나만의 이유를 찾아서

팀장을 하다 보면 퇴사하겠다는 사람과 면담할 일이 종종 있다. 두 사람의 발걸음을 붙잡았던 어느 겨울날의 이야기다. 회사 내부 사정으로  부서가 조정되는 일은 흔하다. 그런데 한 번은 4년 가까이 한 부서에서 허드렛일을 도맡았던 동료가 승진은커녕 다른 부서로 전출된 경우가 있었다. 그 분과 연차가 같은 내가 부서장으로 있는 곳에 발령 난 것이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사전에 몇 차례 면담을 했으나 딱히 대안이 없어 거의 일방적으로 결정돼 옮겨진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새 부서에 와서도 한 달 가까이 인수인계 등으로 본업에 들어오지 못했다.


슬픈 예감은 왜 그리 잘 맞는지. 어렵사리 일을 시작했지만 얼마 안 돼 사의를 표했다. 지금까지 오래 했던 일을 남에게 넘겨주는 것에 마음이 어려울뿐더러 새롭게 맡은 일도 잘 모르는 영역이라 정이 안 간다는 내용이었다. 애초에 사장님과의 면담에서 들은 내용과 달라 고민하다가 마음을 굳혔다고 했다. 그 후 두 번 더 얘기를 나누었지만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무엇보다 회사에 대한 불신이 컸다. 그는 마지막 대화 후 한 주 뒤에 돌연 마음을 바꾸었다. 아내와 다시 이야기를 나눠보니 성급했던 것 같다고 했다. 당장은 독립할 준비가 안 됐다고 했다.


또 다른 한 사람은 연봉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3년 간 일하면서 매년 부서가 바뀌었는데 이 과정에서 급여가 별로 오르지 않는 불이익만 받았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부서에서 본인의 커리어를 키우고 성과급을 많이 받을 기회가 생길 것이라 들었는데 한 번만 그랬다고 했다. 억울함에 울먹이는 그에게 현실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지 물었다. 별 계획이 없다는 말에 좀 더 생각할 시간을 갖자고 했다. 한 주가 지난 후 사장님과 함께 3자 면담을 한 끝에 결국 좀 더 해보기로 했다. 회사에서 그의 가능성을 알아봤고 더 키우기 위해 고민한다는 설득이 주효했다.


나는 두 사람의 변심을 적극 반기며 격려했다. 퇴사를 하겠다는 마음도 어렵지만 그것을 돌이킨 것은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그들의 속마음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그렇게 선택할 만한 어떤 기준이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무엇이든 존중할 수 있었다. 적어도 함께 하기로 마음먹어준 것이 고마웠다. 보통 경영의 바이블에서는 퇴사를 저울질하는 사람이 조직의 분위기를 해치는 탓에 빨리 정리하길 권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소기업에선 사람이 귀했다. 그들이 일에 몰입하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팀워크를 만드는 숙제가 내 앞에 주어졌다.


그런 일이 있고 얼마 뒤 내가 사의를 표하는 사건이 생겼다. 계기는 회사의 급여 산정방식이 바뀌면서 3년 전 금액으로 돌아간 연봉계약서였다. 숫자가 20% 넘게 변하는 일이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된 대다 돌이킬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승진과 승급까지 한 상태에서 황당한 일을 겪으면서 일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자문하게 됐다. 하루 4시간 가까이 출퇴근을 감행할 만큼 의미와 가치를 쫓았던 일이 그저 월급 벌이로 변한 것을 깨달았다. 그럴 만큼 돈이 절실했지만 핵심은 놓치고 있었다. 건강도 한계인 상황에서 아내도 지지해줘 잠시 숨표를 찍게 됐다.


무엇이 그 본질을 포기하지 않도록 만들었을까. 톺아볼수록 나를 돌아보는 시간 덕분이었다. 내가 퇴사를 말렸던 두 사람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먹고 자고 일하며 부리나케 달려가는 인생 속에서 정말 내게 무엇이 중요한지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그 결정으로 관성대로 인생을 살지 않겠다는 각오를 지킬 수 있었다. 회사를 그만둘지 말지를 결정하는 순간에서 그 가치를 포기하지 않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이후 회사를 아름답게 졸업하고 글과 책 등을 통해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내가 포기하지 않은 그 가치를 더 닮아가길 희망한다.


가치는 제가 먼저 포기하지 않는 한
저를 절대 먼저 포기하지 않습니다.
말하는 대로 살 수 있기를 정말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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