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일기
주말 홍대에서 스팟으로 하는 요가 수업을 듣고 왔다. ‘에카파다 라자카포타’를 주제로 했는데, 평소 가는 요가원과 비교했을 때, 동작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좀 더 조심스러워서 무리 없이 동작을 만들 수 있었다. 지난 주중에 후굴을 너무 무리하게 한 탓에 주말 수업을 들어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결론적으로는 되려 몸이 풀린 느낌이다.
나는 제법 깊이 있게 동작을 해 낼 수 있었는데(내 몸을 기준으로!), 그런 걸 보면 선생님이 수업을 쉽게만 진행하신 것은 아닌 듯하다. 그럼에도 수업 중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더-‘보다는 ‘괜찮다’는 말이었다.
괜찮아요.
수련생들의 자세가 풀어지거나, 진이 빠져서 자세가 어긋나거나, 처음 해보는 동작이라 당황하면 선생님은 빠르게 ‘괜찮아요-‘하고 말하셨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처음 경험하는 공간에서, 처음 만난 선생님과 하는 수련이었는데- 그 “괜찮아요.” 덕분이었는지 나는 그 모든 낯섦에 금방 적응했고, 천천히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요가를 하다 보면 자주 긴장하는 나를 만난다. 더 잘하고 싶어서이고, 마치 회사에서 일을 할 때처럼 ‘실수’ 하기 싫어서 인 것 같다. 어떤 선생님들은 반복해서 알려준 동작을 해내지 못하면 엄격한 태도로 변하시기도 하는데, 그런 엄격함을 마주하기 싫은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요가라는 것이, 아니 운동이라는 것이 그저 즐겁고, 건강한 생활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좀 못해도, 자세가 풀려도, 어제 배운 자세를 기억해내지 못해도 ‘괜찮은’것 같다.
나는 어떨 때는 나 자신에게 너무 무르고, 또 어떨 때는 너무 엄격하게 군다. 하지만 요가만큼은 ‘너그러운’ 카테고리에 끼워 넣고 싶다.
요가는 단기 속성으로 깊이를 만들 수 없는 운동이 아니니, 오래 두고 깊이 다가가려면 너그러운 자세가 필요하다. 더군다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시작한 이 운동을 집착과 욕심으로 싫어하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요가로 시작한 주말 아침. 수업 직후 근처 카페에서 입에 잘 맞는 커피를 시켜 마시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조금 전에는 ‘요즘 사는 게 사치스러워요.’라고 했던 파친코 드라마 속 할머니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이어서 ‘아 감사하고 좋은 삶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현실의 여러 가지 어려움은 늘 존재하고, 나는 내 몸 하나를 어쩌지 못해 땀을 뻘뻘 흘리며 아침을 보냈지만 그래도 괜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수많은 사치스러운 시간을 매일 만나고, 꽤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아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