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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고래 Jul 01. 2022

등 근육? 너 거기 있었구나

요가 일기

요가를 하다 보면 '근육' 대해 생각하게 된다. 물론, 경험상 헬스나 수영을  때도 팔이나, 허벅지 등의 근육을 신경쓰기는 했지만, 요가를  때만큼 섬세하게 근육에 대해 생각하고 느껴본 적은 없었다.


10여 년을 해 온 수영의 경우, 정확한 영법을 익히고 활용하기 위해 근육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지만 이는 특정 부위에 한정되어 있었다. 또한 근육보다는 팔을 뻗거나, 발로 물을 차올리는 등의 동작 그 자체에 집중하며 운동을 했다.


그런데 요가의 경우엔 (특히 한 동작에서 오래 머물며 정확한 자세를 익혀 나가는 하타요가 의 경우엔) 동작을 할 때마다 제대로 된 자세를 취하기 위해 근육 하나하나의 움직임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종종 '여기에 근육이 있었다고?'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물론, 그곳에 근육은 늘 있었을 테지만 한 번도 신경 써서 해당 근육을 써 본 적이 없어서 하는 말이다.



오늘은 부장가사나 포즈를 연습했다. 등판 양쪽에 있는 날개뼈를 양 옆으로 활짝 펼치고(뒷면), 정면의 쇄골뼈도 양쪽으로 활짝 펼치고(앞면), 상/하복부에는 힘을 주고(앞면), 등 척추의 기립근을 세운 뒤(뒷면), 천골 아래는 바닥으로 향하도록 하고(앞/뒷면), 뒤로 뻗은 다리도 바닥으로 내리누르는(뒷면) 힘을 쓰며 한동안 자세를 유지했다. 빈야사를 하며 잠깐씩 취하던 동작을 이렇게 시간을 들여 유지하고 있으니 온 몸에서 땀이 나고, 팔이 덜덜 떨릴 만큼 힘들었다. 무엇보다 상체의 앞과 뒷 면을 평평하게 펼치는 것이 어려웠다.


나는 오피스 워커로써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일을 하는 사람이고, 가장 큰 취미 중 하나가 독서이기 때문에 일할 때나 쉴 때 책상에 앉은 자세를 오래 유지한다. 그러다 보니 절로 거북목과 앞쪽으로 어깨가 말린 구부정한 자세를 갖게 되었다. 물론 그렇게 굽은 자세에 따라 몸이 변형되어 평소에는 내 몸이 굽었을지언정 그 사실을 인식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요가를 하고 난 뒤, 나는 내가 얼마나 등과 어깨가 굽었고 이 굽은 자세가 견고해져 있었는가를 깨닫게 되었다.


잘 못 된 자세에 대한 인식에서 나아가 요가에 재미를 붙이면 붙일수록, 신체 부위별(?) 근육 하나하나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다. 요즘 소위 물구나무서기 동작으로 불리는 #시르시아사나 에서 등을 동그랗게 말아 활자세인 #다누라사나로 연결하는 동작을 연습하고 있다.


시르시아사나에서 배를 하늘로 향하게 한 자세를 유지하며, 몸을 곡선처럼 휘게 만들어 발을 땅에 착지시키려면 어깨와 등의 근육을 잘 사용해서 등을 말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어깨와 등 근육을 제대로 쓰지 못해 늘 바닥에 툭툭 하고 떨어진다. "등 근육을 더 써주세요."라는 선생님의 말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내 몸은 등 근육을 ‘쓸 줄 모른다’. 그래서 아주 느리게 등 근육의 사용법을 익히고 있다.


이 모든 이야기를 누군가가 듣는다면 '헐…그렇게 힘들고 어렵다면 나는 요가 따위 하고 싶지 않아.'하고 말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글을 읽는 (요가에 관심이 있는)당신이 요가를 하면 좋겠다. 이유는 요가를 한 뒤로 나는 내 몸을 보다 편안하게 느끼고, 또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요가가 살이 빠지는 운동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의 경우는 요가를 한다고 실질적인 몸의 무게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분 부분의 근육을 단련해서 몸이 조금씩 단단해지고, 몸의 선이 분명 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것은 그냥 '날씬해진다'는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아주 천천히 단련되는 내 몸을 바라보며 나는 점점 더 내 몸을 긍정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이 '몸에 대한 긍정의 느낌'은 나아가 '나라는 사람'을 내가 더 좋아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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