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텃밭에 갔다.
일기예보에서 내일쯤 비가 온다고 한다. 근데 비 오기 전까지 밤새 목마를 채소들이 불쌍해 물을 주러 갔다.
물 준 후 3시간 만에 비가 왔다. 그것도 많이.
나무 한그루에서 썩은 고추가 1개 보였다. 그 나무의 고추를 모조리 땄다. 병이 옆으로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면서도.. 이거 처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면 어떻게 하지? 했다. 난 정말 바쁜 직장인이므로.
단시간 안에 고추를 오래 저장하는 방법이 뭘까?
오래 저장하기 위에 절임 간장 물에 빠뜨리거나 냉동시켜 버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고추부각.
어렸을 때 엄마가 반찬으로 만들어주시던 단짠단짠 바삭바삭 부각이 떠올랐다.
재래시장에 갔을 때 할머니들이 비싸게 파시던 것도 떠올랐다. 시장에서 고추부각을 파시던 할머니들은 채소의 종류, 비닐의 색깔도 비슷해서 신기했던 적이 있다. 직접 농사지은 게 아니고 어딘가에서 일률적으로 물건을 받아 파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믿을 수 있는 부각을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흐르는 물에 고추를 씻는다. 설탕, 소금 각 2스푼씩 녹여 샤워시킬 물을 대기시켜 둔다.
위생장갑을 끼고 고추의 꼭지를 딴다. 칼로 세로로 쪼개 소금설탕물에 담근다. 너무 큰 고추는 먹기 좋은 크기로 가위질한다.
2~3번 물에 흔들어 헹궈 고추씨를 어느 정도 제거한다. 매운맛도 희석시킨다. 채반에 받쳐둔다.
비닐봉지에 밀가루를 적당량 넣고 고추를 쉐이킷 한다. 찜솥에 물이 팔팔 끌을 때 밀가루 묻은 고추를 찐다.
튀김가루 한 컵을 큰 볼에 담고 그 위에 쪄진 고추를 넣는다. 고추에 골고루 튀김가루를 코팅시킨다.(뜨거움 주의)
건조기에 넣는다.
제일 위칸을 아래로 옮기는 등 수시로 위치 변경을 시켜주며 정성스럽게 말린다.
초벌로 말린 고추를 햇볕 좋은 날에 앞베란다에서 이어 말려도 좋다.
어렸을 때 추억의 음식인 바삭바삭 고추부각을 말려보았다.
다 말려지면 반찬으로 만들어 밥도둑이 맞는지 확인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