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초등 딸이 현관문 밖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다.
양치를 깜빡한 게 생각난 거다. 양치를 하며 한마디 툭 뱉는다.
"엄마가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어"
왜 그러냐고 했더니 그냥 그렇단다.
오늘 아침을 생각해 보니 2층 침대에서 내려오자 마자 안아줬고, 키가 많이 컸다고 칭찬했다. 식사를 하며 낄낄 깔깔 웃었고, 딸이 핸드폰을 만지작 거려도 혼내지 않았으며, 머리도 정성 들여 뽀송하게 말려줬다.
어제 휴일에 이어 오늘도 직장 휴가다.
4일을 통으로 쉬는 거다. 오늘 처음으로 나만 빼고 남편도 출근하고 애들도 등교했다.
평소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1시간 안에 모든 걸 준비시켜 둘을 등교시키고 동시에 나도 출근해야 한다. 그래서 밥상 앞에 앉아서 핸드폰 게임하면 야단쳤고, 매일 머리 감고 물이 뚝뚝 떨어진 채로 욕실에서 거실로 나오면 야단쳤다.
조용히 딸에게 건넨다.
"엄마 오늘 직장에 안 가잖아."
"매일 친절한 엄마 vs 하고 싶은 거, 사고 싶은 옷 마음껏 지원하는 엄마 중 누구 고를래?"
했더니...
"후자 고를래. 날이 추워져서 예쁜 기모 후드집업을 사고 싶어"한다.
딸에게 말린 기분이 들지만..직장에 나가면서도 친절한 엄마가 돼 봐야겠다. ㅎ
그나저나 예쁜 기모 후드집업은 어디에서 사야하나..에이블리? 무신사?
친구들하고 사진찍기, 마라탕 먹기, 투바투 덕질하기를 좋아하는 아들같은 딸 : 책상 위에 뒤집어 놓은 양말은 숨은 그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