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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yden Sep 06. 2024

[브리또] 이번 주 화요일에 학교 와?

그녀에게 빠진 이유 ① - 행동, 실천하는 사람



2024년 6월 마지막 주, 여름방학이 시작되던 어느 날이었다. 그녀에게서 문자가 하나 왔다.


이번 주 화요일에 학교 와?


금방 사랑에 빠지는 금사빠인 나는 그 문자 하나에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설레는 마음을 부여잡고 차분하게 답장을 보냈다.


나 화요일에 연습 있어서 학교 가 ! 혹시 연습 전에 점심 먹을 수 있어?
아~ 완전 좋지 ! 그럼 저번에 이야기 한 브리또 먹으러 갈까?


그렇게 우리는 처음으로 단둘이 식사 약속을 잡았다.



최근 그녀의 학교에 비건 옵션이 가능한 브리또 전문점이 생겼다. 지난 비건 동아리 모임에서 이 이야기가 나왔고, 나도 언제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가보지는 못했다. 나는 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편이라 새로운 도전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그래서 추천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학식으로 식사를 해결하곤 했다.


그러던 중에 그녀에게서 같이 브리또를 먹으러 가자는 연락이 왔다. 우리는 그렇게 브리또를 먹으러 갔고, 그녀가 나에게 식사를 대접해 주었다. 브리또는 7,900원이었는데, 늘 1,000원 학식을 먹던 나에게는 꽤 큰 비용이었다. 요즘 물가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긴 했지만, 1,000원에 비하면 약 8배에 달하는 금액이라 부담이 된 것은 사실이었다. 그녀 덕분에 부담 없이 브리또를 맛볼 수 있었다.



처음으로 단둘이 브리또를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여기서 내가 그녀에게 빠진 첫 번째 이유가 나온다. 그녀는 생각만 하지 않고, 행동으로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그녀에게 매력을 느꼈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아이디어는 많이 떠오르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는 데는 어려움을 겪는다. 작년에 한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할 때도 직장 상사로부터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메모하고, 실행할 것을 추천받았다. 나는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잘 해내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고, 그 두려움 때문에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였다.


그런 나와 달리 그녀는 많은 성과를 거두었고,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멋진 사람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고, 자신만의 철학 또한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회화를 전공하며, 비건이 된 이후 동물성 안료 대신 식물성/무기물 재료를 찾아 작업하고 싶어 했다. 작품 활동을 통해 비거니즘 운동에 동참하고자 하는 그녀의 비전은 정말 멋졌고, 나는 그녀가 비전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 덕분에 나는 브리또 전문점을 경험해 보았고, 그 이후 매주 한 번은 갈 정도로 브리또에 푹 빠지게 되었다. 브리또는 작은 시작이었을 뿐이고, 그녀와 만난 이후 나의 행동에는 많은 변화들이 생겼다.



1. 브런치에 다시 연재를 시작했다.

2. 3년간 미루던 영어 공부(토플)를 시작했다.

3. 페스코 베지테리언이 되었다.

4. 환경단체에 후원을 해봤다.

5. 10곳이 넘는 비건 식당에 방문했다.

6. 매달 1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



영어 단어 공부부터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 서울환경연합에 후원을 했다.



그녀는 나에게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준 사람이다. 생각만 하던 나에게 행동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어 주었고, 덕분에 최근 내 삶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나도 그녀에게 좋은 변화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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