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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질소셜클럽 Nov 07. 2023

드높은 이상과 매정한 현실

멕시코 혁명사를 시작하며

디에고 리베라의 벽화
무릎을 꿇고 살아가느니
두 발로 서서 죽는 것이 낫다.
에밀리아노 사파타 (1879-1919)


우리에게 가장 유명한 라틴아메리카 혁명을 꼽으라면 아마 체게바라를 등판한 쿠바 혁명(1953-1959) 일 것입니다. 이에 비해, 사상자도 훨씬 많고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쿠데타와 내전과 암살이 난무했던 멕시코 혁명에 대해서는 의외로 학교에서 배우지도 않고 다룬 자료도 많이 없는 편입니다. 아마 한국이 전반적으로 멕시코에 대해 갖고 있는 무관심 그리고 부정적 여론(마약 범죄의 온상, 못 사는 나라...)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멕시코에 대해 무관심해도 되는 시대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미국의 빠른 경제 질서 재편으로 인해 최대의 수혜국이 될 나라가 멕시코이고, 이미 한국이 멕시코의 6위 교역국이 되었으며, 멕시코의 몬테레이 주에 40만 대 생산이 가능한 기아자동차 공장이 들어서 있습니다.


그는 2018년 6초 만에 멕시코의 성자가 됩니다.


외교적 측면에서도 멕시코와 별다른 교류가 없다가, 2017년부터 메리다(Merida) 한인 이민 역사에 대한 기념 작업을 시작하더니, 2018년에는 월드컵에서 한국이 멕시코를 16강에 올려주는 반전이 발생하면서 한국에 대한 여론이 크게 좋아지는 뜻밖의 호재가 터졌습니다. 이에 탄력을 받아 멕시코 내 한국 음식과 K-pop 등 한국 문화는 날로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아직 속단할 수는 없지만, 이대로 트렌드가 계속된다면, 우리의 부모님 세대에게 기회의 땅이었던 로스앤젤레스와 뉴저지가 오늘날에는 멕시코 시티, 몬테레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어 볼 수도 있겠습니다.




왜 브라질 소셜클럽인데 갑자기 멕시코를 다루냐고 한다면 첫째는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멕시코를 다룰 만한 적절한 시기가 왔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지금 멕시코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멕시코에 와보면 외국인으로서 놀라는 부분들이 몇몇 있는데, 일부 지역에 대해 중앙 정부가 사실상 통제권을 상실한 상태라던지, 실질적으로 1당 통치 형태(제도혁명당, PRI) 에 대통령 임기가 6년이고 후계자를 손수 지명한다던지 하는 조금 독특한 정치 형태가 보입니다. 그리고 화폐라던지 선전물을 보면 멕시코 정부의 정통성을 멕시코 혁명에서 찾고 있다는 것이 금방 드러납니다.


멕시코 혁명 영웅 판초 비야를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한 대통령, 2023년 7월


즉 멕시코라는 나라의 방향성과 국가 정체성을 이해하려면 멕시코 혁명을 무조건 알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혁명은 1910년에 시작된 것은 맞지만 정확히 언제 끝났다고는 단정하기가 어려운 "미완의 혁명" 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카란사가 헌법을 발표한 1917년 끝났는가? 오브레곤이 당선된 1920년에 끝났다고 보는가? 아니면 혁명의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끝난 것이라고 볼 수 있는가?


브라질 소셜클럽의 연재에서 늘 그래왔듯이, 필자는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학위가 있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라는 희망을 갖고 검증된 논문, 책을 간추려서 쉬운 지식 전달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남미에 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문 서적까지 읽을 시간이 없으니까요.


그래도 멕시코 혁명이라면 많은 사진 기록과 예술작품이 남아 있고, 등장인물들이나 스토리가 굉장히 드라마틱하고 <왕좌의 게임>을 방불케 하는 배신이 난무해서, 독자의 입장에서는 비교적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혁명의 시작은 노동자와 농민의 처절한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로 시작했으나, 곧 권력 다툼과 미국의 내정 간섭 등으로 변질되는 점이 인간 군상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들게 만듭니다.


그럼 10년 동안 대통령을 13번 갈아치운 격동의 멕시코 근대사 속으로 같이 들어가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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