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사랑에는,
그 말은, 소유의 존재와 동시에 부재를 내포한다.
그러니까 내가 한때 쥐고 있던 사랑을 날려 보내어도, 결과론적으로는 나에게로 돌아온다는 뜻. 그렇지?
가령 내가 네게 사랑을 날렸다고 쳐. 그렇다고 해볼게.
그러면 내 사랑을 움켜쥐고 있던 너는 언제가 되었든 그 부메랑을 다시 내게 날려야 해. 사랑은 돌아온다고 했으니 말이야.
그러면 그 사랑은 네 것이야? 내 것이야?
네가 가지고 있던 것이니 네 것이라고 치면, 다시 내게 돌아왔으니까 나의 것이지.
사랑은 그때도, 지금도, 나의 것.
잠시 사랑을 잃는다는 것을 알지만, 잊은 것은 아니라, 곧 내게 올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날려 보내었을 거야.
그런데 말이야. 어차피 돌아올 사랑을 왜 날려 보내는 거지?
잠시만, 게다가 저건... 부메랑이잖아. 오는 길에 박 씨라도 물어오는 제비도 아니고.
그래. 고백할게. 난 사실 저 드라마 안 봤어.
그래도 말이 안 되잖아. 그리고, 괜히 힘을 많이 줘서 되게 큰 나무에 걸리기라도 하면 어떡해. 방향을 잘 못 잡아서 바닥에, 그래, 바다에 떨궈지면 어쩌냔 말이야. 다시 쟁취할 자신이 있긴 한 거야?
숱한 수련 끝에 부메랑 장인이 되었다고 쳐도 달라질 건 없어. 바람이 세게 불면? 갑자기 하늘에서 우박이 떨어지면? 남이 던진 부메랑과 부딪히면?
그러니까 사랑을 날린다는 건 그저 유흥에 불과하다는 거야. 도박이랑 다를 바가 없지. 도박보다도 못해. 기껏 해봐야 내 사랑을 소유하는 것이 최선이니까.
괜히 한 번 허공에 날려보면서 내 사랑이 잘 동작하나, 내 두 눈으로 확인해 보는 것이지 뭐.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에도 마땅하잖아.
아, 이제야 알겠다.
내가 날린 사랑을 '내가' 잘 받는 게 목적이 아니구나?
내가 날린 사랑이 무언가에 부딪혀, 이를테면 '너'라든가에 부딪혀, 내게 돌아오지 않는 것을 원하는 거구나.
그래서 나는 사랑을 잃었지만, 곧 날아올 사랑을 기다릴 수 있으니, 기꺼이 기다려서, 네가 박 씨라도 붙여 놓은, 어딘가 묘하게 달라진 부메랑을, 날려주기를, 바라는, 그런, 어쩌면,
+) 이거 떠나간 애인 붙잡는 대사라네. 참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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