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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름 Jan 21. 2023

유행을 따른다는 것

한여름의 중심에서, 멋쟁이 명품 브랜드들은 한 발 일찍 올해의 F/W 신상을 출시합니다.


둥, 둥, 둥,

심장소리인지 음악소리인지 헷갈리는 배경음악 아래에 표정 없는 모델들이 올겨울 회심의 작품을 입고 등장합니다. 모델의 표정이 너무 차가워서 벌써 겨울이 왔나 했다니까요.

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우리는 목적이 있거든요.


‘올겨울 유행아이템은 뭐지?

작년에 숏 패딩 샀는데 벌써 유행 끝난 건가?’


특히 우리나라는 너도나도 유행에 맞춰 옷을 잘 입기 때문에 뒤처지면 큰일입니다.


그런데 이맘때쯤이면... 제 안의 반골 기질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절대 곱게 넘어갈 수 없지요.


유행이라는 게 뭔가요?

한 집단을 이루는 구성원들이 일시적으로 유달리 동조하는 행동 양식이라고 하네요.


그러면 그 구성원들은 어떻게 한 번에 똑같은 것에 동조할 수 있을까요.

사실은 동조하지 않지만, 누군가로부터 이 스타일에 동조해야 할 것 같다는 압박을 받고 있는 게 아닐까요.

그렇다면 누군가 님께 한마디 하겠습니다.


"누군가 님 안녕하세요? 수고 많으십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는 그 스타일에 동조하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그 스타일이 뭔지도 모르지만요.

올해의 신상, 머스트 헤브 아이템에 무지할 권리를 갈망합니다.

그냥 제가 사고 싶은 거 살래요!

그럼 수고하세요."


당차게 다짐했지만 사실 유의미성에 대한 고찰은 존재합니다. 어차피 내가 사는 오늘의 옷은 올해의 유행 스타일을 반영해서 나오는 제품일 텐데 말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올해의 F/W를 절대 알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내 취향에 세상의 유행을 녹이는 것, 거부합니다.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이냐고요?

아웃렛에 가겠다는 말을 이렇게 돌려서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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