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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은 하고 싶은데, 입사는 하기 싫어요

by 초름

고민이 시작된 건 저번주부터이거나, 어쩌면 재작년부터였을 거예요.


'저번주'에 신입사원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전 날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11시에 일어나 버릇하던 제가 여섯 시간이나 일찍 일어나서 서울역까지 캐리어를 끌고 가야 한다는 것도,

영하 14도의 추운 날씨도,


새로운 사람과 얘기해 본 게 언제였더라.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드라마를 보느라 세 시간밖에 자지 못하고 나왔습니다. 이럴 줄 알았다.

역시 너무 추운 날이었어요. 밤보다 새벽이 더 춥다는 걸 아시나요? 햇살의 부재가 가장 긴 새벽이, 사실은 하루 중에 가장 추운 시간이랍니다. 캐리어를 끌다 보니 장갑을 챙기길 참 잘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셔틀버스를 타고 연수원에 도착하니까 8시. 아직도 잘 시간이네.


연수원에서의 5일은 여느 회사와 다르지 않을 것만 같은, 딱 제가 예상한 일정이었어요.

아침->수업->점심->레크리에이션->저녁->자유시간


처음 이틀은 피곤해서 침대에 머리만 대면 잠에 들었어요. 그런데 3일 차부터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그건 아마 언젠가 G와 나눈 대화 때문일 것입니다.

제가 신입사원 연수를 받는다고 했을 때 G는 제게 이런 말을 해줬습니다.

"신입 사원 연수받으면 애사심이 가득 해지거든. 그러면 그걸로 회사 생활 버티는 거야."

이 말이 왜 이리 제 머릿속을 나뒹구는지요.


그런데 말이에요.

G가 한 말은 가정부터 잘못됐습니다.

저는 애사심이 생기질 않는걸요.

옆 자리 동기가 설레서 잠을 못 잤다고 해도, 이 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해도, 저는 그저 5일 동안 야근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회사 생활을 버틸 수 없는 것일까요.


왜 이런 마음이 생기는지 당최 정리가 안됩니다.


더 가고 싶은 회사가 있었던 것일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더 가고 싶은 회사는 없습니다.

가고 싶은 회사'가' 없는 게 맞겠습니다.


어쩌면 저는 '재작년'부터 취업이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입사의 꿈은 없었나 봅니다.

취업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데,

입사까지 해야 하나요?


아무래도 조금 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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