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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모닝을 당하는 사람

by 초름

평일에 출근하려면 5시에 일어나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주말이라고 해도 7시에는 눈이 떠져요.

아무래도 기가 막힌 생체리듬을 가진 게 분명합니다.

가끔은 해가 중천에 떠있을 때 일어나는 게으른 하루를 바라기도 했지만, 요즘은 주말의 새벽이 참 좋습니다.

첫 번째로, 새벽은 고요합니다. 아무도 제 고요를 방해하지 않습니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느낌이라기보다는, 세상을 재운 부모가 조용히 거실에 나와 제 시간을 갖는 느낌이랄까요. 아차, 미혼입니다.

두 번째로, 어두운 밤하늘이 환해지는 시간은 황홀합니다. 어서 햇살이 일어나길 기대하면서 커튼을 걷고 창문 앞 식탁에 앉습니다. 일기를 쓰면서 곁눈질로 까만 하늘을 보면 저 멀리 산 아래부터 점점 빨개지기 시작해요. 조금 더 지나면 빨간빛과 노란빛, 파란빛이 뒤섞인 완연한 노을을 볼 수 있습니다. 노을은 30분밖에 못 보기 때문에 적극적인 곁눈질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로, 주말에 느긋히 차려먹는 아침은 달콤합니다. 실제로 달콤한 걸 먹거든요. 아침에 따뜻한 차 한 잔과 과일, 그리고 초콜릿까지 곁들이면 어우, 피 돌아! 더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점심도 맛있게 먹어야 하기 때문에 적당히 먹어야 합니다. 네. 적당히 먹는 법은 어렵습니다. 그냥 점심을 늦게 먹기로 합니다.


이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버스 안에 있겠지.

근데 뭐... 나쁘지 않습니다. 아니, 좋습니다.

새벽부터 비몽사몽 출근하는 평일이 있기 때문에 주말의 이 시간도 있는 것이겠죠.

집 앞에 큰 도로에서 빵 소리가 들렸습니다. 오늘 새벽은 문을 닫습니다.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새벽이라면 그것은 이제 더 이상 새벽이 아니라 아침입니다.


새벽은 은밀하고 고귀합니다.

새로운 하루를 환영하며 매일 빨갛게 부서지는 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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