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모님의 주말 일과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에이 yo 시작할게 yo
8시 기상해 -> 서로 깨워 -> 뽀삐 산책시켜 -> 같이 아침 준비해 -> 아침 먹어 -> 아빠는 설거지하고 엄마는 커피 내려 -> yo -> 동물농장 봐 -> 만보 걷기 하러 나가 -> 걸어 -> 돌아오면서 장 봐 -> 집으로 가 -> 돌아가면서 안마해 -> 점심 준비해 -> 점심 먹어 -> 아빠는 설거지하고 엄마는 과일 깎아 -> 과일 먹어 -> 과일 치워 -> yo -> 골프연습하러 가 -> 돌아와 -> 아빠는 샤워하고 엄마는 목욕해 -> 한숨 자 -> 엄마는 책 읽고 아빠는 골프 봐 -> 저녁 준비해 -> 저녁 먹어 -> 아빠는 설거지하고 엄마는 블랙커피 내려 -> 불후의 명곡 봐 -> 뽀삐산책시켜 -> 주말드라마 봐 -> 자
yo yo
집단주의도 이런 집단주의가 따로 없습니다. 어쩜 눈 뜨고 자는 모든 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것이지요? 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빠가 퇴사한 후로는 찰떡콩떡 붙어있습니다. 아빠는 지루한 평일 내내 주말에 엄마랑 무슨 콘텐츠를 할지 고민하는 것 같아요. 이케아 갈까? 뒷 산 코스모스 보러 갈까? 이런 생각뿐인 것 같습니다.
저는 평생을 이런(?) 집에 살았기 때문에 다른 집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콘텐츠는 다를지라도요. 그런데 친구들에게 얘기했더니 쯩윤이네는 그렇지 않다는 거예요. 대충만 들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쯩아빠: 6시에 일어나 -> 신문 봐 -> 산책 가 -> 샌드위치 사-> 돌아와 -> 샌드위치 먹어 -> 골프 쳐 -> 돌아와 -> 집에서 쉬어 -> 저녁 먹어 -> 티비 봐 -> 자
쯩엄마: 10시에 일어나 -> 샌드위치 먹어 -> 골프 쳐 -> 돌아와 -> 집에서 쉬어 -> 저녁 준비해 -> 저녁 먹어 -> 설거지해 -> 티비 봐 -> 취미활동 해 -> 자
개인시간이 꽤 존재하지요. 대략 12시간을 함께 보내고 4시간 정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습니다. 자고로 부부라면 한 침대에서 같이 자고 같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게 부부생활의 정답인 줄 알았는데 이 정도의 개인주의 생활은 꽤 좋은 것 같았습니다. 적당한 개인의 시간을 가지면서, 함께 밥을 먹고 취미도 공유하는!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의 중간 어딘가! 오히려 좋아!
그렇다면 세상 어딘가에는 극한의 개인주의 부부도 있겠지요?
개인주의 부부의 사례는 본 적이 없어서 제가 냅다 전제를 만들어보겠습니다.
1. 나와 남편은 개인주의 인간이다.
2. 나는 6시에 일어나는데 남편은 6시에 자는 사람이다.
개인주의인 우리 부부는 함께 보내는 시간도 거의 없고, 밥도 따로 먹고, 놀러 가기도 참 힘들겠어요. 사실상 셰어하우스를 쓰는 룸메이트와 다름없을지도요. 룸메이트가 방을 빼버려도 아쉬운 척 "잘 가" 하고 혼자 집을 쓰는 것에 기뻐할 지도.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개인주의 부부가 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극한의 집단주의 가정 속에 살던 제가 극한의 개인주의 남편을 만난다면?
1. 나는 집단주의 인간이고 남편은 개인주의 인간이다.
2. 나는 6시에 일어나는데 남편은 6시에 자는 사람이다.
벌써 스트레스받습니다. 저는 함께 일찍 일어나기를 바라고 남편은 내버려 두기를 바라겠지요. 이건 마치... 부모자식 관계 같습니다. 매일 일찍 일어나라는 엄마와 건드리지 말라는 사춘기 아들의 관계 같습니다.
최악. 패스.
아니다, 더 최악은 극한의 집단주의 남편을 만났는데 그 남편이 6시에 자는 사람인 거예요.
1. 나와 남편은 집단주의 인간이다.
2. 나는 6시에 일어나는데 남편은 6시에 자는 사람이다.
그러면 내가 맞추든 네가 맞추든 중간에서 합의점을 찾든 해야만 하겠습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저는 남편의 시계에 제 삶을 맞출 생각이 도저히 없단 말이죠.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는 건강한 생활을 왜 남편 때문에 망쳐야 하나요!
엥? 저 결혼했나요? 왜 이렇게 화가 단단히 난 건지.
아무쪼록, 결혼은 신중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