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 노트
세상이 느리게 변하는 것 같지만 변화의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다
필름 카메라를 기억하는가? 내가 학생이던 시절만 하더라도 시내의 주요 도로 주변에는 여러 개의 사진 현상소가 있었다. 이제는 사진 현상소를 못 본 지 오래다. 세상이 느리게 변하는 것 같지만, 디지털카메라가 보편화된 것이 불과 10여 년 밖에는 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변화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느낄 수 있다.
코닥은 필름 및 카메라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90% 까지 기록했던 1위 기업이었다. 1882년 처음 설립되어 130년 넘게 시장을 이끌어 왔으나 디지털카메라의 등장 이후 사업이 악화되어 결국 2012년 파산보호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2013년 필름과 카메라 사업부를 매각하고 디지털 프린팅 사업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이제는 더 이상 필름 및 카메라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코닥과 함께 필름 시장의 Top 3중 하나였던 아그파도 필름 사업은 2005년에 파산하였고, 후지필름만이 유일하게 시장의 위기를 감지하고 새로운 사업의 다각화로 위기를 넘겼다.
필름 및 카메라 세계 1위 기업 코닥은 디지털카메라를 최초로 개발하였지만 미래의 비전을 보지 못하고 해당 사업부를 매각하기에 이른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필름 시장을 사라지게 한 디지털카메라가 1975년 코닥에 의해서 처음 개발되었다는 것이다. 디지털카메라를 최초로 개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코닥의 경영진은 당시의 필름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적극적인 사업화를 추진하지 않았다. 이것은 경영진이 세상의 디지털화 바람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고 카메라 시장에 대한 비전도 보지 못한 결과였다. 후지필름과 같이 변화를 감지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면 위기를 잘 극복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호령하던 노키아 브랜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1865년 설립되어 14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했던 노키아의 몰락도 마찬가지다. 2007년 노키아의 휴대전화 세계 시장 점유율은 40%를 상회할 정도로 독주를 하고 있었다. 이때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iPhone이 출시되었다. 노키아는 스마트폰의 미래 비전을 보지 못하고 변화의 시기를 놓치게 된다. 그 결과 불과 몇 년 만에 기업의 주식 가치는 10분의 1로 떨어졌고, 결국 2013년에 휴대전화 사업부를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하게 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후 노키아라는 이름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호령하던 노키아 브랜드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회사의 흥망성쇠는 리더의 비전에 의해서 결정된다
위의 두 이야기에서 보는 것처럼, 한 회사의 흥망성쇠는 리더가 보는 비전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비전의 가치는 돈으로 계산하기 어려울 만큼 매우 크다. 비전의 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내다보이는 장래의 상황'이라고 표현되어 있다. 즉, 비전을 보는 것은 미래의 상황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형상화시킨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고, 이것은 리더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역량이다.
미래에 유효한 변화를 읽어내는 역량과 큰 그림을 그리는 역량을 키워라
비전을 제대로 그리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역량을 키워야 한다. 첫 번째는 미래에 유효한 변화를 읽어내는 역량이고, 두 번째는 변화 안에서 전략으로서의 큰 그림(big picture)을 제시하는 역량이다.
첫 번째 역량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 보자. 미래에 정말로 실현될 것 같은 변화를 읽어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 도시가스가 처음 들어온 1970년대에 연탄 공장 직원이 사장에게 보고를 했다. 큰일 났다고. 도시가스라는 것이 들어왔는데 연탄이 없어지게 생겼다고 보고를 했다. 그랬더니 사장은 도시가스가 어떻게 연탄을 없앨 수 있느냐고 타박을 한 후, 사장실의 벽에 "구공탄은 영원하리"라는 표어를 걸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에서 이 이야기를 들으면 왜 연탄 공장 사장은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했을까라고 의아해하겠지만, 사실 그 당시를 생각해보면 도시가스 관을 도시 전체로 매설하는 작업은 불가능하다고 생각됐을 것이다. 실제로 변화될 것처럼 보였던 일들이 실현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즉, 변화의 조짐이 보일 때 이 변화가 미래에 유효할 것인지를 간파하는 것은 정말 많은 내공을 필요로 한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모든 것이 빨라지고 있다. 엔진 자동차에서 전기 자동차로 변화될 조짐이 보이고, 운전기사가 없어질 듯 보이며, 철강 소재는 줄어들고 복합 소재가 늘어날 것 같고, 책은 온라인 컨텐트로 대체될 것 같으며, 2D 컨텐트는 3D에서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을 거쳐 혼합현실(mixedreality)로 확장될 것 같고, 원자력이나 석탄 발전은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 발전으로 대체될 것 같고, 대형 디젤 엔진은 가스 엔진으로 대체될 것 같으며, 스마트폰은 점차 웨어러블화 될 것 같아 보인다. 이 중에서 어떤 것은 미래에 유효하게 될 것이고, 어떤 것은 일시적인 시도에 그치고 말 것이다. 각자 한 번 예상을 해 보아라. 그리고 그렇게 예상하는 근거를 이야기해 보아라. 설명이 잘 되는가?
미래에 유효한 변화를 읽어내려면 산업 전반을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한다
미래에 유효한 변화를 읽어내기 위해서는 산업 전반을 정확히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한다. 정말 넓고 깊게 공부를 해야 한다. 예전에는 넓게 알되 한 분야에서 깊은 지식을 갖춘 T자형 인재가 필요하다고 했고, 최근에는 두 가지 분야에서 깊은 지식을 갖춘 파이(ㅠ)형 인재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두 가지 전문 분야로도 부족해 보인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점차 줄어들고 협업을 해야만 할 것이다.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끊임없이 공부해야만 미래의 변화를 예리하게 읽어낼 수 있는 통찰력을 갖게 된다.
두 번째인 큰 그림을 그리는 역량은 첫 번째 보다 더 난이도가 높다. 미래의 변화를 정확히 읽어냈다고 가정하자. 그 변화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전기 자동차 시대가 온다고 한다면 무엇을 준비할 것인지, 운전기사가 사라진다면 어떤 새로운 기회가 나타날 수 있는지, 복합 소재가 늘어난다면 언제 어디에 적용될 수 있는지, 신재생 에너지 발전이 증가한다면 어떤 파급 효과와 사업 모델이 있는지, 대형 디젤 엔진에서 가스 엔진으로 바뀐다면 어떤 기술을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지, 스마트폰이 웨어러블화 된다면 어떤 킬러 서비스가 등장할 것인지 등에 대한 답을 찾아서 전략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 한번 자신의 생각을 적어보아라.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떠오를 것이다. 간혹 무릎이 탁 쳐질 정도의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다. 그런데 자신감 100%가 느껴질 것이고, 다시 '딱 아는 만큼만 보인다'를 읽어보아야 하는 상황에 봉착할 것이다.
큰 그림을 잘 그리려면 논리적 사고력, 통찰력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방법론을 개발하라
미래의 변화 안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공부와 함께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논리적 사고력과 통찰력이 기본적으로 필요하고, 효과적인 협업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능력 또한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기본 역량에 대해서는 '21세기에 필요한 역량을 키워라'를 참조하기 바란다. 기본 역량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큰 그림 그리기 방법론을 개발하라. 참고로 나는 다양한 방법론들을 사용해 보고 응용해 보면서 현재는 아래와 같은 방법론을 사용하고 있다.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1. 이해하기 (understanding): 기반 지식을 철저하게 이해하라
2. 관찰/분석하기 (observing/analyzing): 관찰하고 분석하고 집중할 키워드를 도출하라
3. 상상하기 (imagining): 새로운 시나리오를 상상하라
4. 구체화하기 (implementing): 상상한 것을 구체적으로 디자인하라
5. 협력하기 (collaborating): 디자인한 것을 가능케 하는 협력 방안을 제시하라
위에서는 회사 관점에서만 언급했는데, 조직이나 개인의 비전도 마찬가지다. 조직이나 개인에 대한 변화를 읽어내고, 미래에 유효한 변화 안에서 어떤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역량이 필요하다.
리더는 현실에만 충실해서는 조직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먼저 평생 사용할 노트를 하나 만들고 미래의 비전을 그려보자. 자주 그려보고 시간이 지나서 다시 열어보라. 자신이 그린 비전이 제대로 예측하고 판단한 것인지를 검토해 보라. 헛다리 짚었다면 무엇을 잘못 판단했는지 분석해 보라. 이 작업을 지속한다면 가치 있는 비전을 그려내는 리더의 역량은 크게 성장할 것이다. 리더는 현실에만 충실해서는 조직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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