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 노트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했는지 생각해보자. 자신만의 선택 기준이 있는가? 세상에는 일도 많고 다양하다. 이렇게 많고 다양한 일 중에서 어떤 기준으로 일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스프링벅 현상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초식동물인 스프링벅이라는 영양이 있다. 그런데 스프링벅이 집단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발견되어 학자들이 원인 분석을 해 보았다고 한다. 연구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스프링벅은 선천적으로 식욕이 강하여 앞에 있는 경쟁자보다 더 많은 풀을 먹으려고 뛰어간다. 한 마리가 뛰기 시작하면 다른 스프링벅들도 덩달아 앞서거나 빼앗기지 않으려고 뛰기 시작한다. 목적도 없는 경쟁의 달리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시속 88km의 빠른 속도로 전력 질주를 하다가 절벽이나 강을 만나게 되면 멈추지 못하고 수 백 마리가 모두 떼죽음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그림 1. 스프링벅 한 마리가 뛰기 시작하면 목적 없는 경쟁 달리기가 시작된다
(사진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Springbok, https://visitstothepark.wordpress.com, http://www.mnn.com)
우리는 어떠한가? 보통은 '남들이 서로 하려는 인기 많은 일'에 나도 머리를 들이민다. 이러다 보니 늘 사회 어디에서나 경쟁이 심하다. 심지어는 가게 앞에 긴 줄이 있으면 무슨 줄인지도 모르고 일단 줄을 서고 본다. 남들이 하면 나도 해야 할 것 같은 '스프링벅 현상'이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나의 일 선택 기준은 '나여야만 할 수 있는 일인가'이다. 늘 고민이 될 때면 이 기준으로 판단하고 결정한다. 지금까지 항상 이 기준으로 일을 선택해 왔고,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주저 없이 나는 이 기준으로 선택할 것이다.
'나여야만 할 수 있는 일'이란 어떤 의미일까? 주변에서 이 기준으로 선택하려고 시도하다가 결국 찾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자신이 잘한다고 생각했던 일에 대해서 남들이 자신보다 더 잘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무능함에 실망하며 포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나여야만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일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누구나 '나여야만 할 수 있는 일'은 셀 수도 없이 많이 찾을 수 있다. 아닌 것 같은가? 그렇다면 이 기준에 부합되는 일을 함께 하나씩 찾아보자.
다른 사람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인가?
첫 번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내가 다른 사람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이다. 자신에게 뛰어난 역량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더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이 기준을 만족하는 일을 찾을 확률이 매우 낮다는 문제가 있다. 이유는 자신보다 기량이 뛰어난 사람들이 주변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량을 높이려면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이를 달성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고 발버둥을 치다가 결국은 좌절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능을 타고나지 못한 것을 원망하면서 말이다. 또한 성공한 다수의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말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하여 우리를 더욱 좌절하게 만든다. 모든 사람이 남들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나 이상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정말로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면 고민 없이 바로 선택하면 된다. 정말로 기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노력을 많이 한 사람이다. 그런데, 남들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지 못했다고 해서 전혀 좌절할 필요는 없다. 남들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나여야만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한 가지에 불과하다.
남들이 피하는 일인가?
두 번째는 '남들이 피하는 일'이다. 너무 어렵다거나, 너무 중요해서 겁이 난다거나, 손이 너무 많이 가거나, 해본 적이 없거나, 위험하거나, 실패할 확률이 높거나 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피하는 일을 떠올리면 된다. 잘 생각해 보자. 남들이 피하는 일은 곧 나여야만 할 수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가장 어려운 일, 가장 중요한 일, 손이 많이 가는 일, 아무도 해본 적이 없는 일, 안전에 대한 리스크가 높은 일, 실패할 확률이 높은 일 등 우리 주변에서 남들이 피하는 일이어서 나여야만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도 많다. 남들이 피하는 일에 대해서는 '남들이 피하는 일을 선택하라' 글에서 자세하게 정리를 하였으니, 나여야만 할 수 있는 일의 관점에서 다시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아무도 보지 못하는 일인가?
세 번째는 '아무도 보지 못하는 일'이다. 누군가가 이미 정의해 놓은 일이 전부인 것 같겠지만, 아무도 생각해보지 못했거나 관심을 두지 않는 일들이 무수히 많다. 들꽃처럼 많아도 너무너무 많다. 관점을 조금만 바꾸어도 새로운 일이 보이고, 접근 방법을 바꾸어도 새로운 일이 보이고, 다른 개념을 하나만 더 접목해도 새로운 일이 보이고, 당연하게 여겼던 전제 조건을 다시 검토해도 새로운 일이 보이고, 과거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내용을 다시 꺼내 보아도 이제는 가능성이 보이는 새로운 일이 보인다. 아무도 보지 못하는 일은 생각보다 지천으로 널려있다. 단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아무도 보지 못하는 일은 주로 해당 일에 새로 합류한 사람에게 더 잘 보이게 마련이다. 기존의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한 일이어서 새로운 관점의 시각이 생기기 어렵고, 새롭게 접근해보려는 시도 조차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새로 합류한 사람들은 기존의 방식도 익숙하지가 않기 때문에 새로운 기회들이 쉽게 눈에 띄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신입 사원이거나 또는 새롭게 합류한 경력 사원이라고 해서 나여야만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맞지 않다.
나여야만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크게 세 가지를 살펴보았지만, 이외에도 얼마든지 더 생각해낼 수 있다. 내가 남들보다 더 책임감 있게 할 수 있는 일, 내 인생의 목적의식과 일치시킬 수 있는 일, 협력 조직과의 중재 역할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조직의 사기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일 등 끝도 없이 찾을 수 있다. 사실 이러한 다양한 일들은 차치하고라도 앞에서 소개한 세 가지 유형만으로도 나여야만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만, 세 가지 유형을 통해 나여야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는 빈도에 대해서는 미리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다른 사람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이 한 가지라면, 남들이 피하는 일은 백 가지, 그리고 아무도 보지 못하는 일은 만 가지 정도의 비율이 되는 것 같다. 다른 사람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을 못 찾았다고 하여 포기하지 말고, 남들이 피하는 일이나 아무도 보지 못하는 일에서 나여야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았으면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나의 경험담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나는 오랜 기간 동안 연구 개발 업무를 수행해 왔다. 대학원 시절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에는 항상 남들이 피하는 일을 선택했다. 남들이 피하는 일은 주로 어렵고, 한 번도 해보지 않아 실패할 확률이 높은 일이었다. 자연스럽게 맨땅에 헤딩하는 일을 주로 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단 기간에 역량을 크게 키우는 효과를 얻게 되었다. 남들이 피하는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실력이 높아지게 되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른 사람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기 시작하였다. 덕분에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주로 남들이 피하는 일이나 다른 사람보다 잘 하는 일로 나여야만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아무도 보지 못하는 일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요즘에는 주로 아무도 보지 못하는 일에서 나여야만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빈도가 크게 늘었다. 항상 나여야만 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니 조직과 사회에의 기여도도 높아지고, 만족도와 성취감도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
남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좌절하지 말고, 아무도 보지 못하는 일까지 시야를 넓혀 진정으로 나여야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도전하자
이제까지는 다른 사람보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의 답을 찾다가 좌절하곤 했다면, 이제부터는 나여야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바꾸어보자. 남들이 피하는 일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높이고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늘려보자. 한 발 더 나아가서 아무도 보지 못하는 일로 시야를 넓혀 진정으로 나여야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도전해 보자. 아무도 보지 못하는 일을 찾아 완수하였을 때의 희열을 경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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