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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탈출 Oct 22. 2023

서울 사는 40대 윤 차장의 투자 도전기 - 9편

가치투자


"우리나라에서 주식으로 돈 버는 사람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는 통계가 있어. 나머지 90% 이상은 대부분 손실이지. 이 사실을 늦게 알수록 크게 망할 수밖에 없어. 나는 90%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하고 어리석기까지 한 거야. 통계적으로 나는 10%에 들 확률이 낮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그러니까 항상 겸손해야 해. 현금비중을 충분히 높여서 보수적으로 투자해야지."


고진래 부장님이 나의 눈물겨운 반토막 스토리를 듣고 해 주신 말이다. 겨우 1주일 만에 정신 차리고 다시 참석한 사내 주식동호회 뒤풀이 자리다. 고 부장님 옆자리에 앉아 듣는 얘기는 지난 몇 달간 차트의 신 책, 카페, 장 과장과의 대화에서 와는 전혀 다른 결이다.


특히 차트 중심 투자에 대해서 고 부장님은 이렇게 말한다. 


"차트는 과거 데이터야. 지금 어떤 패턴이 보인다고 해서 그 패턴이 미래에도 동일하게 만들어진다는 보장이 없어. 결정적으로 물건을 살 때를 생각해 보라고. 보통은 그 물건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살펴보고 살지 말지 결정하잖아. 몇 만 원짜리 물건 하나 살 때도 그렇게 하는데 시총 몇 조 짜리 회사를 거래하는데 단순히 가격 그래프만 보고 산다는 게 말이 안 되지."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런데 내가 차트의 신 카페나 장 과장과 이야기하며 배운 바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치투자는 어렵다는 점이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질문했더니 이런 대답을 한다.


"우리나라 전체 주식 시장을 보면 어려운 게 맞지. 하지만 가치투자를 위해 기업 하나하나를 면밀하게 분석하다 보면 우리나라에도 정말 좋은 회사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지. 그렇게 찾은 좋은 주식들을 10개 이상 잘 분산해서 투자하면 얼마든지 시장을 이길 수 있어."  

"그럼 부장님은 전혀 차트를 안 보세요?" 

"거의 안 봐. 가끔 매수매도 타이밍을 볼 때 참고만 하는 정도지 결정적인 변수는 아니야.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자들 중에 차트 중심으로 투자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 물론 차트 중심으로 단기 투자하는 사람 중에 굉장히 큰돈을 버는 사람들이 가끔 뉴스에 나오기도 하지. 하지만 지속하기가 어려워. 잠깐 반짝하다가 사라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야. 잠깐 아주 운이 좋은 사람들이 있는 거지."

"투자 금액이 적은 저 같은 개미들은 차트를 보고 투자해도 되지 않을까요?"

"투자 금액은 전혀 상관없지. 투자 금액이 크든 작든 손실과 비용을 줄여야 해. 차트로 단타를 치면 그만큼 비용이 늘어나서 이익을 보기 힘들어져.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커지기 때문에 잠깐의 하락에도 멘탈이 쉽게 흔들리지. 이번 신종독감도 그래. 단타 치는 사람들은 대부분 크게 잃었지. 하지만 나 같이 전통적인 가치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굳건히 버티면서 반등하는 시장의 수혜를 볼 수 있었지."


투자금이 반토막 나서 그로기 상태로 있던 나에게 결정적인 또 한 방은 신종독감이 잠잠해지며 일어난 급반등이었다. 신종독감이 한창이던 최저점에서 급반등 하며 전 세계 주식시장이 오히려 뜨겁게 되살아났다. 내가 갖고 있던 종목들도 팔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면 대부분의 손실을 만회했을 만큼이었다. 내가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른다는 개미들의 징크스가 나에게도 그대로 재현되었다. 


뒤풀이가 끝나고 헤어지는 길에 고 부장님이 덧붙인다.

"윤 차장, 힘내라고. 나도 처음에는 차트, 단타 하면서 삽질 많이 하다가 이제 겨우 가치투자로 자리 잡은 거야. 늦지 않았으니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면 다 회복할 수 있어. 같이 잘해보자고."

따뜻한 위로와 격려에 눈물이 난다. 그래 난 아직 건강하고 투자할 여력도 남아 있다. 투자의 세계는 넓다. 차트 중심의 단기투자는 공부하고 혹독하게 경험해 봤으니 이제 다른 단계로 넘어갈 차례다. 이제 가치투자를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해 보기로 한다. 


섣불리  투자 종목을 결정하지 않고 가치투자 공부와 동호회 참석만 열심히 하기로 했다. 워런 버핏의 이름나 가치투자라는 말이 들어간 투자서는 거의 다 구매했다. 거의 30권이 넘는 책을 사서 매주 2권씩 독파했다. 동호회에 매주 참석하며 매주 2개 종목 이상을 철저히 분석해서 발표했다. 3개월 정도를 그렇게 미친 듯이 보내고 나니 가치투자에 대한 개념이 잡히기 시작했다. 어떻게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적정 주가를 매길지 나만의 노하우가 생겼다. 


반토막 후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투자할 종목을 세심하게 선별하기 시작했다. 고 부장님의 조언으로 10개 종목에 분산하기로 했다. 통계적으로도 10개 종목은 돼야 개별 종목의 위험을 충분히 방어하는 분산투자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마침내 가치투자 관점의 10개 종목을 선정하고 투자를 시작했다. 선정한 종목을 고 부장님께 얘기하니 무려 4개 종목이 겹친다고 한다. 나머지 종목들도 고 부장님도 바로 투자를 고려할 만큼 매력적인 기업이란다.  



1년 후, 가치투자를 시작한 지 만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수익은 플러스 13%다. 가치투자의 평균적인 기대수익 보다 조금 나은 좋은 성적이다. 고 부장님도 내 수익률에 함께 기뻐해 주신다. 자신은 10%니 본인보다 낫다고 한다. 물론 다 격려를 위한 말이다. 고 부장님의 수익 10%는 웬만한 사람들 연봉이다. 투자금액 전체 크기가 나보다 수십 배 큰데도 10% 수익이면 정말 엄청난 결과다. 진작에 가치투자로 시작했어야 했는데 살짝 씁쓸하기도 하다. 그래도 이제라도 이렇게 제대로 된 투자 방식을 배우게 돼서 다행이라 생각하자.


10편에서 계속...


※ 이 글은 저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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