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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탈출 Oct 22. 2023

서울 사는 40대 윤 차장의 투자 도전기 - 10편

퀀트투자


투자동호회에 오랜만에 신입회원이 등장했다. 얼마 전 우리 회사로 이직한 전략기획팀 전공식 차장이다. S 그룹의 S급 인재를 임원진에서 스카우트했다는 소문이다.  


뒤풀이에 옆자리에 앉게 된 전 차장이 악수를 건네며 이렇게 말한다.

"안녕하세요, 전략기획팀 전공식입니다. 저는 주로 퀀트투자를 하고 있고요. 이번에 회사 옮기면서 관심사 비슷한 분들과 교류도 하고 회사에도 빨리 적응하려고 이렇게 동호회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퀀트투자? 이건 또 뭔가?  

"퀀트? 그게 뭔가요?"

"아, 퀀트도 사실 가치투자의 한 방식이라고 보시면 돼요. 다만 그 가치를 정확한 숫자 데이터로만 취급하는 게 살짝 다르죠. 숫자만 취급하기 때문에 정성적인 분석이 없어서 전통적인 가치투자보다 오히려 쉽고 명확해요. 그래서 저는 거의 퀀트로만 투자하고 있어요."

스카우트된 S급 인재라더니, 투자 스타일도 뭔가 스마트해 보인다.


"그럼 가치투자보다 성과가 좋은가요?" 살짝 도발적인 질문을 해본다.

"단순히 비교하긴 어려워요. 가치투자든 퀀트든 사람에 따라 다들 조금씩 방식이 다르니까요. 투자 종목들도 달라지고요. 언제 투자하느냐의 시기적인 차이도 있고요. 일단 제 경우에는 가치투자보다 퀀트투자할 때가 수익률이 훨씬 좋아요"

"퀀트가 수익률이 높은 이유가 뭘까요?"

"인간의 마음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멘탈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퀀트에서는 숫자만 보기 때문에 멘탈 요소를 거의 제거할 수 있거든요. 저는 제 자신을 믿지 못하거든요. 제 정성적인 분석이 틀릴 가능성도 있다는 거죠. 제 의견이나 감정이 들어간 사사로운 분석보다는 딱 떨어지는 숫자를 믿는 편이에요.  

옆에서 듣고 계시던 고 부장님이 질문을 던진다.

"나도 요즘 부쩍 퀀트가 대세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어. 그런데 퀀트는 숫자가 중요한데 어떤 데이터를 주로 보고 있어?"

"퀀트퀸이라는 곳이 있어요. 퀀트를 위한 데이터를 깔끔하게 가공해서 제공해주고 있어요."

"아, 그런 곳이 있어. 나는 처음 듣는 곳인데, 어떤 데이터를 제공해 주지? 아, 그럴게 아니라 아예 다음 주 동호회 모임 때, 전 차장이 퀀트 투자법 소개하는 시간을 잠깐 맡아주면 어떨까? 퀀트퀸에 대한 얘기도 함께 해주면 좋고."

역시 투자의 세계는 광활하다. 이런 투자법이 있다니. 게다가 지금껏 최고로 알던 가치투자보다 성과가 좋다니 더 흥미롭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는 전 차장이 S 그룹 출신에 스카우트된 최고 인재라는 소문에 거리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렇게 한 잔 하며 공통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말이 잘 통한다. 예의 바르고 겸손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알고 보니 나와 동갑이다. 바로 서로 말을 트고 친구로 지내기로 했다. 


동호회 모임 외에도 1, 2주에 한 번은 꾸준히 보며, 그렇게 전 차장과는 회사 내 절친이 되었다. 둘의 만남에 고 부장님도 자주 함께 하며 우리 스스로 삼총사 모임이라고 부르며 자주 어울렸다. 나보다 뛰어난 투자 멘토들을 자주 만나며 그들의 방식을 배우다 보니 투자 성과도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 특히 퀀트투자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나만 그런 건지 일시적인 행운인지는 모르지만 가치투자보다 2배 이상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고 부장님도 퀀트투자의 탁월함을 인정하고 이렇게 말한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실 종목 선정이 아니야. 마인드라고 생각해. 마인드 컨트롤이 안되면 아무리 좋은 주식을 골랐더라도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지. 그런데 또 이 마인드라는 게 마음이잖아.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지. 그런데 퀀트는 그 마인드를 아예 제거하고 원칙대로만 투자한다는 게 아주 매력적이야."  


사실 퀀트투자는 가치투자와 다르지 않다. 가치투자는 말 그대로 회사의 가치를 평가하고 적정한 주가를 가늠하여 투자하는 방식이다. 퀀트투자 역시 회사의 가치를 평가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같다. 다만 사람의 의견이나 마음에 휘둘리는 경향을 배제하기 위해 온전히 숫자로만 판단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나 스스로 가장 좋은 투자법은 이 둘의 결합이다. 가치투자 기준으로 종목을 선정하고 퀀트투자 기준으로 한 번 더 필터링을 해보는 것이다. 물론 반대로도 가능하다. 퀀트 기준으로 종목을 뽑고 가치투자의 정성적인 분석으로 한 번 더 종목을 거르는 방식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렇게 내 나름의 투자 방식과 원칙을 정립하고 나니 투자 성과가 갈수록 안정적으로 나오고 있다. 가치/퀀트 병행투자를 하고부터 1년 반 만에 지난번 손실을 모두 만회하고 드디어 수익권으로 전환되었다. 수익으로 전환된 날, 너무 좋은 기분에 고 부장님과 전 차장에게 번개를 신청했다.


이렇게 은인 같은 사람들과 의미 있는 날 기분 좋게 시간을 보내게 되니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다 보상받는 기분이다. 가족들에게도 더 이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지 않아도 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전 차장이 축하하며 이렇게 말한다.

"그동안 손실 메꾸느라 안정적으로만 했었는데 이제 리스크 테이킹도 해야지."

"어떤 리스크 테이킹?"

"비트코인에도 관심 좀 가져야 하지 않겠어? 이제 시대가 변하고 있다고"

"비트코인?"



11편에서 계속...


※ 이 글은 저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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