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그리기5일차-우연한 선이 주는 멋

선긋기 연습 4. 해칭 Hatching

by 바람코치 신은희

2021. 1. 8. 금요일. 오늘의 미션은 해칭(Hatching)이다.


해칭은 미술용어로 판화나 소묘에서 세밀한 평행선 또는 교차선을 써서, 댓아의 요철이나 음영을 표현하는 묘법을 뜻한다. 빛의 미묘한 반사의 복잡한 것에서부터 지도, 제도 따위의 간단한 것에 이르기까지 여러 종류의 해칭이 있다.(설명 출처: 월간미술 (monthlyart.com)) '빛을 뜨개질한다'는 별명을 가진 아티스트 Kay Lee나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Hullo Hullo, Following On: 로즈 와일리展〉 86세 영국화가 로즈와일리도 크로스해칭기법을 애용한다고 한다.


출처: 아티스트 Kay Lee의 인스타그램- Kay Lee(@kayleeartwork) • Instagram


선생님께서 설명과 함께 달아주신 참고영상(그림유투버 이연)에서 인상 깊었던 말은 "그림을 온전히 내 생각과 똑같이 통제하려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내가 예전에 처음 강의 시연할때 멘토 선생님한테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은희샘은 안 그럴거 같은데 꽤 딱딱하네? 모든 요소를 통제하려고 하고, 프레임 안에 가둬놓고 강의를 하는구만" 그 말씀이 나름 자유분방한 영혼이었던 내게는 충격적이었어서, 그 이후로 나를 돌발상황대처에 유연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애썼다.

com.daumkakao.android.brunchapp_20210111192224_5_filter.jpeg 저 여인 그림은 내가 시작선에서부터 한번도 손을 지면에서 떼지 않고 그린것이다. 샘플 영상만큼은 아니지만 감격^^

하지만 어쩌면 그런 우연한 선들이 모여서 마침내 위와 같이 멋진 작품을 만들어내는지도 모른다. 특히 오늘 영상에서는 뼈 때리는 말을 들었는데 바로 "초보자가 못 그리는 건 당연한 일이예요, 더 열심히 그려야 하는 일이죠! 제발 조바심을 갖지 말고 연습하세요!" 와~ 맞네. 그림 그렸던 건 소싯적이고, 나는 지금 그림 왕초보다. 요즘말로 '그린이(그림어린이?)' 되시겠다. 그런데 내가 뭐라고 엄청 잘 그리지 못한다며 나를 책망하는가?


그림에서 선은 무용수의 손끝과도 같아서 노력하면 노력할 수록 그 디테일이 세세하게 빛을 발한다고 했다. 나는 고작 5일차다. 아직 나에겐 115일이 남아있다! 자꾸 덧칠해서 털선을 만들지 말고 한번에 그리는 곧은 선을 연습해보자!

동그란 선, 구불구불한 선, 직선, 네모난 선, 처음엔 강했다가 중간엔 약해지는 선, 찍어바르듯 강도를 조절한 선, 왼쪽에서 시작한 선, 오른쪽에서 시작한 선... 정말이지 선의 종류는 각양각색이다. 이렇게 선(線)을 긋다가 마침내 선(禪)을 이루게 될지도 모른다.


오늘의 미션 과제는 네모 안에 각양각색의 선을 강약과 밀도를 미세하게 조절해보며 그어서 채워보는 것! 선생님이 제시해주신 샘플 해칭 영상도 있으나 또 똑같은 건 하기 싫다며 다른 여러 도안을 카피해 내 것으로 만들어보는 시간이다. 따라 그리기만 해도 손바닥은 엄청 시커매지고 시간은 엄청 흐른다. 하지만 생각많은 나에게 그림만큼 명상이 되는 시간이 없다. 정말이지 고요한 사각사각이 내게 주는 힐링은 너무나 좋다.

com.daumkakao.android.brunchapp_20210111192424_6_filter.jpeg

영어로 Hatching은 부란하다, 즉 알을 깨고 나온다는 의미도 있다.

통찰력(1936) 르네 마그리트, 캔버스에 유채, 54 X 65

알은 그저 알이 아니다. 알을 알로만 바라본다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안 될 것이다. 물론 관찰의 측면에서는 그저 알만 바라보고 해칭기법으로 그려도 훌륭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린이, 나는 언제까지나 그린이는 아니다. 계속 선을 긋고 밀도와 강약을 꾸준히 연습하다보면 지금의 나보다는 미래의 내가 더 그림을 잘 그릴 것이다. 그럼 나는 르네마그리트의 그림 속 새처럼 날개를 활짝 펴고 시원한 기분으로 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현재 '알'이라고 해서 조바심을 내지 않기로 한다. 나는 저 알에 깨진 선을 그어서 내 스스로 해칭해 나올 것이다. 마침내 새가 될 것이다. 그 새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응?)


keyword
이전 04화그림그리기4일차-별은 어둠 속에서 더 빛난다.